어느샌가 밤하늘 드높은 상공의 별빛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 떠나갔다. 야심한 시간 깊은 어둠의 두려움에 떨며 잠이 들었던 우리를 밝혀주는 별들에 이제는 그동안 고생했음을 고하며 지상의 불빛으로 세상을 환하게 한 뒤로 그 찬란함은 모습을 감추었다.

문득 별들에 묻고 싶어졌다. 과연 별들은 기뻐했을까? 우리가 쏘아 올린 역광에 별들의 표정은 그늘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그늘에 그들의 깊은 수심이 담긴 그늘을 묻었음은 자그마하게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퇴근한 저녁 시간대 거리에는 당연하게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시끄러운 도시를 겁 없이 가로지른다. 이제는 우리의 소유가 되어버린 저녁을 휴대폰의, 간판의, 건물들의 조명들이 밝힌다. 그 형형색색의 빛들은 주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도 비추고 있다.

웃는 얼굴과 죽어가는 얼굴 등 여러 표정을 보니 아까의 생각이 떠올랐다. 별들은 표정을 숨기기라도 했건만 우리는 창피하게 다 보여줘야 한다. 그렇기에 표정을 감추고 삶을 살아가는데 우리도 별처럼 고유한 찬란함이 사라지는 건가. 늙는다는 게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일 적에는 주변 시선 때문에 꾸몄지만 배 나온 회사원은 그것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지쳤다. 일에 찌든 무거운 몸을 알코올로 달래줘야겠다. 피로한 몸에 더도 말고 맥주 한 잔이면 충분할 것이다.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긴 싫다. 아 지쳐서 잡념이 많아졌다. 빨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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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기울이려니 안쪽에서 술에 절여져 인생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취객이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저는 실패하고 주변에 많은 사람은 성공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노력한다고 했는데 남들은 노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제가 언제 웃고 행복했는지...“

오늘따라 잡념이 많은 날이어서 그럴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칠 소음에 신경을 쓰는 행동은 나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답을 해주고 싶었다. 술은 용기의 물약이랬나. 하지만 술보다 쓰디쓴 세상의 쓴맛을 아는 나는 속으로 답할 뿐이었다.

”저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불공평한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행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렵고 무섭습니다. 더 일찍 태어났으면 코인이나 주식으로라도 돈을 벌었을 텐데...“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공감하지 않으려도 할 수밖에 없는 문장일 것입니다. 당신과 내가 다르듯 심지어는 어제와 오늘의 나조차도 같다고 못 하니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음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묻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입니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적어도 불행한 사람들 아닌 이들보다 많습니다. 심지어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불행한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을진대 일찍 태어난다고 시대가 다르더라도 행복하기는 힘들 겁니다. 행복하지 않고, 힘들다는 감정이 그 상황에 맞춰 생길 뿐이겠지요.

“그러면... 그렇다면 사람은 정녕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까? 어른들은 그러면 뭘 가르친 겁니까!! 좋은 대학만 나오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행복할 수 없다니!!”

자의로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 있으십니까? 잠시 지나가는 말이 아닌 당신의 염원으로 진지하게 마주한 적 있으십니까?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가는데 행복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래도 이제부터 생각하고 생각하다 머지않아 찰나지만 너무도 행복한 순간을 자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왜 하필 찰나인 겁니까! 평생 행복할 수는 없습니까? 제발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부디 불행한 저를 위해 도움을 주는 셈 치고 조언이라도 해주십시오. 앞으로 고민하겠습니다. 저의 삶을 살려고 간절히 노력하겠습니다!”

영원히 행복해질 방법이 있는지 저 또한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성인이라 칭해지는 이들조차도 자신의 부족함과 타인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여 순간의 슬픔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범한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자문자답하니 어찌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지 평생토록 알지 못할 듯합니다.

“그동안 남들에게 들킬까 두려워 감정을 숨겨놓고 그토록 외면하더니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를 정도로 도외시했구나. 부정한 상념들이 모여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속삭이는데 정말로 자의로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 거 같은가?”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공평하지 않기에 공평하다. 누군가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불행한 시대를 살아간다. 반대로 어떤 이는 행복한 시대에 태어났다며 행복한 삶을 살아갔노라 말한다. 무수한 선택의 연속에서 정말로 불행과 행복은 결정된 것인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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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영어 수업 중 배운 내용의 주제를 가지고 에세이를 작성하란 과제가 있었습니다. 한 번 글로 작성해 보면 어떨까? 라며 점수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창작으로 웹소설을 읽기만 하고 배운 적 없는 패션이과 바보의 충동적 결과물이었습니다. 웃대를 눈으로만 보기만 한지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웃긴자료에 기습문학게 홍보 게시물이 있어 한 번 취미로 글을 써보자며 올린 글입니다.

주제는
'시대가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가? 자의적으로 인간은 행복에 도달할 수 없는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