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7 18: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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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마이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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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피 레드를 띄는 필름이 가득 담긴 비닐백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흴타 상태 좋지 않음]
[흴타 상태 좋지 않음]
그것에 적힌 문구였다.
필름에 담긴 그 시절의 난, 출생과 동시에 점멸하다 사라진 별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이한 형상을 쫓는 무의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으나 그 날의 기쁨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러나 과거를 파먹으며 살아가는 노인은 측은해도 과거를 파먹으며 살아가는 청춘은 창고의 곡식을 훔쳐먹는 쥐새끼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쥐새끼다.
# # #
월세가 밀렸다.
집주인에게 사정사정해 몇 달은 버티었으나 이 표독스런 여편네가 자꾸만 쪼아대는 통에 조용할 날이 없다.
"상국씨, 안에 계세요? 상국씨!!"
몇 차례 신경질적인 두들김과 동시에 집주인의 고함이 들렸고,
나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한참 후, 궁시렁대며 멀어지는 발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나는 소심하게 발을 쿡 구르며 중얼거렸다.
"니기럴...... 이 따위 허섭스레기 같은 방에 누군 좋아서 있는 줄 아나"
어떻게던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했다.
딱 이백만원 즈음만 있다면 월세를 청산하고 삶이 트이리라 생각했다.
소형카메라를 평균 시세보다 조금 높게 65만원 즈음 주고 샀었고 중형은 박스에 설명서 등 각종 구성품들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다는 데에 혹해 거금 1백만원을 투자했었다.
나는 선반 위에 먼지를 덮어쓰고 올라간 그 놈들의 눈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조리개가 풀려 흐리멍텅한 것이 동태눈깔이나 진배없었다.
허나 그렇다해도 저것들은 내 청춘의 트로피였다.
저것들을 카메라백에 담고 나서는 날엔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았고 -평소라면 어깨를 움츠리고 지나갔겠지만-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인간들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에 맹세코 저것들을 남들 앞에 과시하고자 하는 치기 어린 욕망 따윈 없었다.
요즈음 세상에 순간을 담는 유리알이 불러올 수 있는 파문은 내가 감당할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먼지 쌓인 트로피나 경찰조사 따위가 아니라 돈이었다.
필름에 담긴 그 시절의 난, 출생과 동시에 점멸하다 사라진 별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이한 형상을 쫓는 무의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으나 그 날의 기쁨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러나 과거를 파먹으며 살아가는 노인은 측은해도 과거를 파먹으며 살아가는 청춘은 창고의 곡식을 훔쳐먹는 쥐새끼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쥐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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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밀렸다.
집주인에게 사정사정해 몇 달은 버티었으나 이 표독스런 여편네가 자꾸만 쪼아대는 통에 조용할 날이 없다.
"상국씨, 안에 계세요? 상국씨!!"
몇 차례 신경질적인 두들김과 동시에 집주인의 고함이 들렸고,
나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한참 후, 궁시렁대며 멀어지는 발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나는 소심하게 발을 쿡 구르며 중얼거렸다.
"니기럴...... 이 따위 허섭스레기 같은 방에 누군 좋아서 있는 줄 아나"
어떻게던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했다.
딱 이백만원 즈음만 있다면 월세를 청산하고 삶이 트이리라 생각했다.
소형카메라를 평균 시세보다 조금 높게 65만원 즈음 주고 샀었고 중형은 박스에 설명서 등 각종 구성품들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다는 데에 혹해 거금 1백만원을 투자했었다.
나는 선반 위에 먼지를 덮어쓰고 올라간 그 놈들의 눈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조리개가 풀려 흐리멍텅한 것이 동태눈깔이나 진배없었다.
허나 그렇다해도 저것들은 내 청춘의 트로피였다.
저것들을 카메라백에 담고 나서는 날엔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았고 -평소라면 어깨를 움츠리고 지나갔겠지만-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인간들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에 맹세코 저것들을 남들 앞에 과시하고자 하는 치기 어린 욕망 따윈 없었다.
요즈음 세상에 순간을 담는 유리알이 불러올 수 있는 파문은 내가 감당할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먼지 쌓인 트로피나 경찰조사 따위가 아니라 돈이었다.
# # #
이건 왜 파시려하는 건가요?
물건을 사겠노라 나온 이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니었다.
나는 기분 나쁜 표를 내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도 되었겠으나 그 야릇한 웃음이 날 붙들었다.
"그런 게 왜 궁금한겁니까"
"물건에 정을 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물며 터럭 한 올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인데 낡은 사진기를 내놓은 까닭이 궁금한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여자는 비릿한 눈빛을 흘리며 살며시 웃었다.
나는 점점 이 당돌한 아가씨에게 관심이 갔다.
저 새하얀 손목을 붙들고 내 밑에 눕히고 싶다는 유치한 욕구 따위가 아니라 창 밖을 흘기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고 있는 이 인간이 누구인지가 진정 궁금했다.
"별 이유랄 게 있겠습니까. 돈 때문이지요. 부모 자식 간 떼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정（情）도 석둑 잘라버리는 것이 돈이라는 놈 아닙니까. 한낱 고물 정도야 제 값만 받을 수 있다면 낼름 팔아버리는 편이 이롭지요."
말을 마치고 흘끗 그네의 얼굴을 보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빨대를 오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왜 그런 거에요?"
그녀가 쳐다보던 '그것'은 다름아닌 내 손목에 그득한 흉터였다.
난 치부를 내보인 사람 마냥 후닥닥 손목을 탁자 밑으로 내렸다
"거북하시면 말씀 안해주셔도 돼요."
그녀는 사과는 커녕 오히려 선심이라도 쓰는 양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침묵했다.
생면부지의 남에게 약점을 보였고 그것을 손에 쥔 상대는 생글생글 웃고 있다.
불쾌하기 짝이 없다.
"살 맘 없으면 이제 일어나시죠."
여자는 그 커다란 눈을 두어번 끔뻑이더니 슬며시 일어났다.
"나중에 또 봬요."
물건을 사겠노라 나온 이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니었다.
나는 기분 나쁜 표를 내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도 되었겠으나 그 야릇한 웃음이 날 붙들었다.
"그런 게 왜 궁금한겁니까"
"물건에 정을 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물며 터럭 한 올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인데 낡은 사진기를 내놓은 까닭이 궁금한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여자는 비릿한 눈빛을 흘리며 살며시 웃었다.
나는 점점 이 당돌한 아가씨에게 관심이 갔다.
저 새하얀 손목을 붙들고 내 밑에 눕히고 싶다는 유치한 욕구 따위가 아니라 창 밖을 흘기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고 있는 이 인간이 누구인지가 진정 궁금했다.
"별 이유랄 게 있겠습니까. 돈 때문이지요. 부모 자식 간 떼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정（情）도 석둑 잘라버리는 것이 돈이라는 놈 아닙니까. 한낱 고물 정도야 제 값만 받을 수 있다면 낼름 팔아버리는 편이 이롭지요."
말을 마치고 흘끗 그네의 얼굴을 보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빨대를 오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왜 그런 거에요?"
그녀가 쳐다보던 '그것'은 다름아닌 내 손목에 그득한 흉터였다.
난 치부를 내보인 사람 마냥 후닥닥 손목을 탁자 밑으로 내렸다
"거북하시면 말씀 안해주셔도 돼요."
그녀는 사과는 커녕 오히려 선심이라도 쓰는 양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침묵했다.
생면부지의 남에게 약점을 보였고 그것을 손에 쥔 상대는 생글생글 웃고 있다.
불쾌하기 짝이 없다.
"살 맘 없으면 이제 일어나시죠."
여자는 그 커다란 눈을 두어번 끔뻑이더니 슬며시 일어났다.
"나중에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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