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폭설이오면
손때묻은 벙어리하나 집어들고
따뜻한 파카를 하나 걸쳐
눈사람을 맞이하러 간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광경이건만
하얀 세상을 거닐면
이 추위 속 따뜻함을 느낀다

그렇게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잃었던 동심이 되살아난다

웃다보면 아려오는 동상,
어느새 하얗게 뒤덮힌 자켓과
얼어 달아오른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고는 한다
곧 사라져 버릴 이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정심인가
다시 죽어버린 동심에 대한 추모인가

해가 뜨면 사라져버리겠지
이 찰나에 너와의 밀담을

그래도 나는 기억할거다
대설주의보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