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hadow –03-




동민의 집에 들어간것은 아마 오전 11시 쯤이었다.동민은 내가 온것을 대단히 기뻐하면서 자신이

발견한 무엇인가를 보여줄 생각에 들떠 있었다.가타부타 말도 없이 나의 손을 이끌고는 컴퓨터쪽

으로 데리고 갔고 나도 궁금했으므로 별다른 반항 없이 순순히 동민이의 힘에 끌려서 작업실의 한

쪽 귀퉁이에 있는 컴퓨터에게로 다가갔다.


"대체 뭔데 네가 이렇게 호들갑이니? 그놈이 성장해서 어른이라도 된거야?"

"아니야! 이것봐."


동민은 화면상에서 마우스로 몇번을 클릭하자 화면이 바뀌고 있었다.그리고 그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것은 마치 물속에 떠돌아다니는 해파리처럼 생겨먹은것이 화면을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저게 네가 보여주려던거야?"


나는 곧 실망하였다.그래도 동민이가 보여주려던것이 현희의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것이기를

은근히 바라며 걸음을 재촉해 이곳까지 왔는데 화면을 떠다니는 그림조각이 보여주려던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경숙아.너무 마음 급하게 먹지마.이놈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처음 미세한 바이러스 형태의 작은

생명체였는데 놈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더니 하루만에 이정도 크기로 성장한거야! 놀라워. 이상태

로라면 한달? 아니 10일 정도면 완전히 자라있는 놈을 보게 될꺼야."


나는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하였다.망할.... 오락같은것을 보며 좋아하고 있는 녀석과 무슨 대화가

통한단 말인가.나는 핸드백을 들고 문쪽으로 이동하면서 나가려고 하였다.


"경숙아! 이녀석 그리고 특이한점이 더있어."


특이한 점때문만이 아니라 동민에게 소리치려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 망할 녀석아! 그래 니친구? 아니 우리 친구가 토막난채 죽어버렸어.그런데 네녀석은 겨우 그런

거 하나 가지고 난리야? 난 이곳에 더 못있겠어.현희의 생각이 내 기억에 사라지기 전에 녀석을 세

상에 알리고 말테야.그 장난감 들고 잘살아봐!"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풀릴만큼 동민이 에게 소리소리 지르고는 문을 쾅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닫아버리고는 그곳을 나와 버렸다.





동민의 집에서 나오고 나서 김기자에게 전화를 몇번이나 해보았다.그러나 그녀의 핸드폰은 물론이고

신문사 마져도 그녀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나는 낙심하기 시작하였다.그녀가 틀림없이 놈을 본것이

라고 나의 추측은 점점 더 확고히 굳어져 갔다.




집으로 가려고 지하도로 내려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나의 눈은 무의식중에 가판대에 있는

신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혹시 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매점에 있는 각 신문

사의 신문을 모조리 다 사들고는 지하철을 타고서 집으로 돌아왔다.푹신한 소파에 몸을 날려서 쿠션의

느낌을 즐기며 누워서 신문을 한장 한장 들추어 보았다.그러나 어제 본 신문기사와 별다를게 없이 비슷

비슷한 내용이었다.그러다가 사진한장이 눈에 확들어왔다.바바리깃을 세운 촌스러운 스타일의 사람이

찍혀있었고 사진의 아래에는 [사건을 담당하게된 김민종 반장]이라는 글이 써있는 사진이었다.지금 생

각해도 왜 김반장의 사진이 눈에 띄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그러나 그때는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그 사진을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였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냉장고로 달려갔다.그리고 안에

있는 캔맥주를 한캔을 따서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캔맥주의 알싸한 액체가 나의 목으로 타고 들어가서 심

장까지 전달되는데는 1분이 걸리지 않았다.그만큼 나와 알콜은 상극이었다.그러나 그동안의 긴장을 푸는

데는 맥주가 나을것 같은 생각에서 한캔을 순식간에 들이켰다.그리고 강남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네 강남경찰서 입니다]

"강력계좀 부탁합니다."

[네 연결하겠습니다]

멜로디음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오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긴장된 목소리로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김민종 반장님 계십니까?"

[네 있습니다만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김반장님 전화받으십시요."


그동안의 자료를 정리하던 김반장은 전화받으라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왜이리 전화를 많이거는거야? 벌써 50통은 넘게 받은것 같네."


신문이 나간뒤로 격려전화와 또 장난전화를 수십통이나 받은 김반장은 짜증을 내며 옆에 있는 김순

경의 어깨를 쳐대고 있었다.


"김순경.저기 내 책상위에 있는 서류좀 워드로 작성해! 이거 윗선에 보여주려니 컴퓨터를 알아야지

쓰던지 말던지 하지...내참 더러워서 빨리 배우던지 그만두던지 해야지! 네 여보세요."

"저 김민종 반장님 이신가요?"

"말씀하세요."

"김반장님을 뵙고 싶어서 그럽니다."

"저를요? 무슨일로?"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어서 그러니 제발 만나서 이야기 하지요!"


간곡한 부탁을 하고 있는듯한 여자의 목소리.김반장은 왠지 여기서 힌트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만나자는 대답과 함께 위치를 정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허둥지둥 옷을 챙겨

들고 김순경에게 일을 마무리 지으라 말하고서는 바삐 나가버렸다.


'분명 여기서 실마리가 풀릴것 같군.내 느낌은 정확해..그여자 뭔가 알고 있는듯한 목소리였어."


이미 어두워져 있는 경찰서의 주차장에 세워있는 구형 프레스토 승용차에 몸을 실고는 바삐 경찰서

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동민은 방에서 계속 녀석（?）이 성장하는것을 관찰하면서 녹음기에 녹음을 해대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면 바로 녹음할수 있게 호주머니에 항상 녹음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원룸으로 되

어있는 작업실을 분주히 왔다갔다 하면서 녀석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동민의 관심은 오로지 점점 커지

는 녀석과 어느덧 100M의 용량을 지닌 프로그램으로 되어버린것,그리고 녀석의 성장은 서서히 일어나

는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일정한 크기로 성장해 있다는것이다.그리고 엄청난 전력을 먹어치운다는 것

이다.대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것과 전력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두꺼비집으로 불리는 전력 표시계는 시

간이 갈수록 점점 엄청난 속도로 숫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여기서 뵙자고 해서 죄송해요."


나는 조용한곳을 찾았고 저녁 10시경에 찾은 겨울의 강변은 한적하기만 하였다.김반장이라는 사람은

매우 인상이 좋아 보였다.서글서글한 눈매와 훤칠한 키,40살로 보이지 않는 피부,그리고 근육질을 연

상한 나의 예상을 빗나간 그저 평범한 보통의 사내로 보였지만 묘한 매력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아닙니다.여기가 조용하고 이야기 하는데는 안성맞춤이죠.겨울바람이라 찬데 차안에 들어가셔서 이

야기 하는것이 어떠신지?"

"아..아닙니다..전 그냥 여기 바깥이 더 좋은것 같아요."

"그러시면..그럼 이야기 해보시죠."

"전 현희 친구에요!"

"현희라면 김현희양 말인가요?"

"네!"

"저런! 안됐습니다.뭐라고 해야 할지!"


그는 진정으로 위로해주려고 말을 하고 있었다.그러나 위로 따위를 받으러 이곳까지 온것이 아니었

기에 본론부터 말했다.


"분명히 화곡동에서 죽은 그남자도 같은놈 소행이에요."

"마치 범인을 알고 있다는듯한 말투군요?"

"저는 확실하게 아는것이 없어요.단지 현희가 죽기전에 보낸 메일과..."

"메일? 메일이 뭐죠?"


나는 어이가 없었다.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니 어쩌니 하는 이시점에 메일도 모르는 사람이 있

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일종의 컴퓨터로 보내는 편지에요.전자편지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햐~ 그런게 있군요.우체국이 좋아지긴 좋아졌네.하하하"


멋쩍은듯이 내뱉은 그의 말에 나는 어느덧 긴장이 풀렸고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계속 말씀해보시지요.그 편지를 현희양이 죽기전에 보냈다는 말이지요?"

"네 ...그런데 내용이 조금."

"지금 가지고 계시나요?"

"아니요 지금은 ...집에 있어요.나중에 김반장님께 보여드릴께요.그리고...."

"또 있나요?"

"오늘 아침에 김민정이라는 신문기자를 만났어요.아마도 그녀는 그놈을 보았을꺼에요."

"김민정이라...나하고 이름이 비슷하군.그런데 왜서 그런생각을?"


오늘 아침에 김기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김반장에게 상세히 설명해주었다.특히 그녀가 겁을 먹고 있

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얘기하자 그의 인상이 약간 굳어지는듯 보였다.그리고는


"그녀가 만일 진짜로 그놈을 보았다면 그런 행동을 보일수도 있겠군요.그런데 왜 그 사실을 우리에

게 알리지 않았을까요? "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아뭏든 그녀가 이 사건의 열쇠를 쥔것은 틀림없어 보여요."

"그런데 경숙씨는 왜 이 사건에 집착하지요? 직업이 뭔지?"

"전 프리랜서에요.신문사에 그냥 약간의 글을 써주고 살아가고 있어요.문화일보에 수필이 일주일에

한편씩 나오는데 그게 바로 제꺼에요."

"호 작가시군."

"네 그리고 현희는 저랑 가장친했던 친구에요.그녀가 죽기전에 도움을 청했다는게 제가 그놈을 잡

겠다는 집착을 가지게 된것이기도 하고요."

"그것때문에 살인범을 쫓아다니다니....겁이 없는 아가씨군요.이쯤에서 손떼시는게 어때요? 제가

약속 하건데 놈을 반드시 잡아서 쳐넣고서는 경숙씨를 부르지요.약속해요!"


나는 내 의지를 그에게 확고히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큰소리로 그의 귀에다가 소리치고

있었다.


"난! 반! 드! 시! 그! 놈! 을! 내! 손! 으! 로! 잡! 을! 꺼! 에! 요!"


그는 놀랐는지 뒤로 물러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봐요! 귀청나가버리겠네....좋아요.그건 경숙씨 마음이고 메일이라는거나 보여줘요.지금 당장

경숙씨 집으로 가지요."

"보여드릴수도 있어요.그런데 김반장님의 정보를 저와 같이 공유하자는게 제 조건이에요.전 모든

걸 김반장님께 말씀드렸는데 김반장님은 저에게 아무것도 가르켜 주지 않았어요."


약간 고민하는듯이 보이더니 결정을 내린듯이


"메일이라는 놈이나 보고 결정하지요.중요한 단서라면 경숙씨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드릴수

도 있어요."

"그럼 가요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그놈에 대해 알고 싶은 나는 그를 재촉하였고 구형 프레스토의 낡은 의자에 내몸을

실었다.털털거리면서 용케도 밤길을 아무사고 없이 집까지 도착하였고 열쇠로 문을 따고서는 먼저

집으로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였다.방으로 들어온 나는 집안에 널려있는 속옷과 지저분한

것들을 순식간에 치워버렸다.나의 집에 들어오는 첫 남자인데 불쾌한 인상을 안남기려는 나의 작은

노력이었다.


"들..어오세요."

"흠..흠..네 그럼 실례를 무릎쓰고 들어가지요."


그는 원룸으로 되어있는 나의 방을 살펴보고 있었다.아마도 형사특유의 직업때문에 더 자세히 살펴

보는것이리라 짐작을 하였다.그리고 나는 바로 노트북을 작동시키어서 메일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거에요!"

"오 다크 섀도우라.현희씨 직업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아는데 소설가 인가요? 꼭 소설 제목 같군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마우스로 클릭 하였고 곧 음성메일이 시작되었다.거의 5분동안 나오는 소리를

경청하여 듣던 그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닌것 같군요. 이거 저에게 녹음해 줄수 있어요?"


그가 녹음해 달라고 하자 나는 그가 이것에 관심이 많다는것을 느끼고 바로 그에게 정보를 요구 하

였다.


"녹음해 드릴수도 있어요.그러나 먼저 주실것이 있을건데."

"허허허. 경숙씨 진짜로 이일을 계속 알아보실껀가요? "

"제가 살아 있는 한 끝까지 놈을 찾아낼꺼에요."


그는 고민고민 하다가 몇가지만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한명이 더 죽었어요."

"오..늘 아침에 또요?"

"그리고 놈은 점점 폭주 하고 있는것도 사실이고요."

"폭주라면...."

"처음 놈은 그저 사지 절단과 내장을 드러낸것에 그쳤어요.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더 흉폭하게 시체를

도륙하고 있어요."

"그소리는...."

"이건 느낌이지만 놈은 시체에게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것 같아요."

"뭘 얻으려고?"

"그건 알수 없어요.그러나 아침에 발견된 시체는 앞의 두구의 시체와는 완연하게 다르다는건 확실해

요! 아침에 발견된 시체의 혀가 완전히 절단된채 사라져 버렸으니까!"

그는 그말만 하고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더이상 얘기를 하려 하지 않자 나는 노트북을 오디오와 연

결시킨후 테잎에 메일의 내용을 녹음시켜 주었다.그리고 그는 호주머니에 테잎을 넣은후 멋쩍은듯이

머리를 긁으면서 가보겠다고 말하고는 명함을 하나주고는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또 알아낸게 있으면 저에게 연락주세요.참 김민정 기자가 어디 신문사에 있지요?"

"국산일보 사건담당기자에요."

그가 나가 버리자 나는 소파에 누워서 그가 말한것을 되뇌이고 있었다.

"혀가 없어졌다...혀가 없어졌다....혀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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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