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경험도 사랑의 헐떡임 경험도 없으니 음슴체를 쓰겠음.
중1이었을 때임.
남녀공학에 남녀 분반이었던 중학교임.
한창 쪽팔려 게임을 해서 여자반에 들어가 자기소개하고 나오기가 유행하던 때였음.
혹은 엉덩이로 이름쓰기, 누군가를 지목해서 사랑한다고 고백하기 라던가. 물론 대부분 다 응 안녕 잘가로 응대했음.
여튼 일찐이라고 불리는 여선배가 여럿 있었음.
담배를 핀다든가. 바이크를 타고 다닌다든가.
바이크가 아니라 남자를 타고 다닌다든가ㅡ 하는 소문이 기무성무성했었음.
생긴것도 일찐답게 강려크하게 생겼었고
몸도 호리호리한게 딱 그 시절 남자들이 환장할 만한 몸이었음.
일찐이라 그런가 평소 언사도 거침없었고 행동거지도 거리낌 없었음.
그런 여자의 팬티를 본다는건 엄청난 모험담이자
오락거리였던 듯.
일단 학교 구조를 설명하겠음.
간단함. H 구조임.
구름다리가 사이에 있는 전형적인 급식 건물이었음.
학교 현관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었고, 어항안에는 금붕어와 그 금붕어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도로뇽이 있었는데 물을 안갈아서 그런가 둘다 둥둥 떠다녔었음.
그렇게 며 칠 방치되다가 어항채로 사라짐...
여튼 현관에서 구름다리쪽으로 가다보면
구름다리 밑 바로 옆 쪽에 콘크리트로 네모나게 만든 게 있음. 그게 뭔진 모르겠는데. 사람 두 세명이 드러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었음.
그늘이 져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시원한 곳이라
여름마다 급식일찐들이 밥먹고 자러 가는 곳이었음.
남일찐들이 잘 땐 다들 관심없다가
여일찐이 앉아서 수다 떨러오면 다들 건너편 건물에서 커텐치고（비유적 표현 아님, 창문에 있는 커텐임）
눈깔만 슬쩍슬쩍 내밀어서 다리 구경하고 가끔씩 다리를 들척이다가 보이는 팬티를 구경하고 그랬었음.
나도 호기심에 몇번 봤었지.
근데 팬티는 못봄.
그날은 잭팟터진 날이었음..
여일찐 세명이 수다를 떨러 온거임.
커텐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오오오 다리보소 팬티보소
이 색히 머리 냄새 보소 머리에 비듬보소
시x 아침에 이 안닦았냐 하면서
한참 구경을 하는데 어떤 모지리색히가 커텐 밖으로 대가리를 내민거임.
지는 기어코 풀HD로 보겠노라고...
그 순간 여 일찐이랑 눈이 마주침..
그거슨... 사랑의 운명이 아닌...
운명하셨습니다의 운명이었음...
여일찐은 야! 너 내려와! 라고 소리침...
그놈 내려감...
여일찐들이 자리에서 일어남.
다들 잣댔다는 것을 느끼고 다 도망감.
난 안 도망감.
커텐치고 구경하던 그 장소가
우리반이었거든. 도망갈데가 없었어.
난 최대한 태연하게 커텐을 침.
그 와중에 밑에서 쫙 쩍 소리가 들림.
살떨리는 걸 진정시키고 복도를 거닐고 있는데
그 여일찐이 올라와선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음..
이때 심장마비로 홍콩갈 뻔함.
멀리서 볼땐 이쁘기만했는데 가까이서 아이컨택 하니까 줠라 무서웠음...
눈매가 겁나 날카로움...
아이라인으로 살인도 가능해 보였음.
당시 내 키가 150?이었는데
그 일찐은 170은 되보였음..
그래서 그런지 하늘을 우러러봐야 그 사람 얼굴이 보였음. 하느님한테 혼나는 줄.
하느님한테 경고 받고도
정신 못차리고 선악과 훔쳐먹은 아담과 이브가 생각남.
여일찐이 야차빙의한 얼굴로 물음.
너 내 팬티봤지?
나는 여기서
그대의 힘찬 붉은 팬티를 말하는 거라면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라고 솔직하게 말을 하면
두 눈에서 힘찬 핏줄기를 뿜어내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모르쇠로 일관함.
여일찐은 계속 추궁 함.
너 팬티 봤잖아! 내가 다 봤거든?!
내가 계속 쇤네는 어릴적부터 팬티에 관심이 없었사옵니다 저은하 하면서 바들바들 떠니까.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 울반에 들어가 닥치는대로 멱살잡고 추궁함.
솔직히 말하면 한 대로 끝난다는 말에
솔직히 다 불고 내부고발까지 하는 녀석이 나옴.
근데도 두 대 때리더라.
역시 일찐이었음.
내부 고발 때문에 나도 걸림.
볼기짝 맞고 팬티 색깔 만큼 붉어짐.
나와 그 일찐이 붉은 빛으로 이어진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가
하늘에서 들리는 또 보면 그땐 뒤진다. 라는 소리를 듣고
제정신으로 돌아옴.
아마 그날이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여성과 피부접촉을 했던 날이었을 거임.
7
4,912
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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