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단까지 해서 소식도 모르다가
어찌저찌 우연히 본 친구들과 함께 웃고있는
넌 살만해보여
난 죽을 준비를 마쳤어

어떻게 너는 그럴 수 있냐 묻고싶다가
앓던 이 빼면 잠깐 허전하듯
애물단지 버리면 잠깐 섭섭하듯
마침내
홀가분 할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앓던 이 애물단지였겠구나 나는

한없이 수렁에 빠진다
불안했던 내가 사라지면 넌 영원히 홀가분하려나
여전히 그 날 던진 말의 올가미는

밥을 먹다가도 무얼하다가도 나를 옥죄어
"넌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거고, 그런 너와 함께할 미래만 생각하면 불안해서 못견디겠어."
그런 나는 무얼해도 소용없는 인간이 되어
새우깡 한 봉도 스탠드 전기요금도 아까운 나는
물 한 컵 마시곤 불 꺼진 방 책상 아래서 웅크려
눈 뜬 채로 반대편 책상다리 그 앞을 응시하며
한없이 수렁에서 낙하한다 나는

이 갈라진 우물바닥에서
사나흘에 한두번 꼴로
가스통 붙잡은 도날드덕으로 분해
매트리스용 진공백을 뒤집어쓴다
겁쟁이라 아픈 건 싫어서 자해는 못하니
죽어보는 시늉만 주구장창이다 일단은
그와중에 가늘어진 우는 소리에 우스워지는 내 꼴

그 날 이틀 전 하루 전에 사랑한다 하지 말지 그랬어
정신과 다녀왔을때 우리 xx이 아팠구나 하지 말지 그랬어
너없으면 어떻게 사냐 하지 말지 그랬어
내게 떠나지 않을거지 묻지 말지 그랬어
우짖는 나는

미련한 나는 그런 너만으로 충만해서
안팎으로 필요없는 모든 걸 털어낸 걸 알면서
너밖에 없다는 게 미사여구가 아닌줄 알면서
어떻게 신호도 낌새도 없이 나를 어깨 잔먼지
털어내듯 버렸니

물론 아직 밸브는 열지 않는다
미련한 기다림으로 아직은 열지 않는다며

통곡으로 끝나는 하루가 사나흘에 한번인데
넌 살만해보여
난 죽을 준비를 마치지 못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