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나는 세상을 어렵게 살려고 하는거같다. 연속해서 들이닥치는 불행을 겪고나면 너무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세상탓도 해보고 환경탓도 해보다가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거 같다.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해서 꾸준히 가던 헬스장이 연휴 이후로 가기 싫어졌다. 하체운동을 하다가 슬럼프를 느낀 뒤로 진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해서 갔다. 한글날이라서 헬스장 불이 모두 껌껌하게 꺼져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샤워를 했다. 헬스장과 가까운 곳에 내가 알바하는 곳이 있다. 여기는 다닌지 4개월정도 됐다. 내 꿈과 관련된 곳이라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난 내가 눈치없다는 핑계를 늘어놓으면서 게으름을 피우는데 일머리도 없어서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주급이 밀린다. 추석 이후로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받던 주급을 늦게 받기 시작했다. 사장님께 말했더니 원래 일했던 주 다음 주 중에 돈을 주는 거라고 말씀하신다. 처음엔 요일을 정해서 받기로 했지만 넘어간다.

일하면서 잦은 실수와 게으름을 피워 생긴 문제들, 사장님이 주는 눈치 때문에 업무만족도가 떨어진다. 게으르고 멍청해도 나름 요령을 터득해서 곧잘했다.

사장님의 실수,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나는 이곳을 미워하기 바쁘다. 근데 이기적이게도 내가 모자란 부분은 애써 무시하면서 남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같이 놀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전엔 모여만 있어도 재밌고 웃음이 나던 곳인데, 이젠 놀거리를 찾지 않으면 모이지 않게 되었다.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떠나기 시작했다.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 팔팔하고 튼튼했던 몸이 피곤에 절여지고 공복엔 몸이 떨리고 밥을 먹으면 위가 아프다.
근데 이건 그냥 한번에 많이 먹어서 그런듯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들진 않다. 근데 조금씩 쌓이는 스트레스와 일하는 곳에 대한 불만,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 번아웃? 무기력증이 몰려올 때면 정신적으로 버겁다. 특히 오늘이 그렇다.

내년에 군대를 간다. 내 주위 친구들은 다 군대를 갔다. 나도 갔어야 했다. 그런데 못갔다. 멍때리고 놀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놓고 편하고 원하는 곳을 지원하다 떨어졌다. 붙을 줄 알고 넣었던 휴학신청이 대학생활을 망쳤다.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남들과 비교하면 더없이 작고 웃어넘길 일들이 지금 나한텐 버겁고 부담스럽다. 원래도 생각이 많은 성격인데 즐겁고 행복할 땐 생각도 없고 눈치도 없고 마냥 놀다가 불행해지면 센치해지고 철학적으로 바뀌어서 사색하면서 세상 모든걸 불평한다.

이런 역겨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건 내가 겪는 일들이 모두 불행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헬스가 가기 싫었지만 헬스장이 쉬는 날이었던 것, 집에가서 치킨과 피자를 먹었던 것, 알바를 가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던 것, 가을이 다가오며 날씨가 좋아졌던 것, 불행 속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바라보는 것.

좆같다. 이런 글은 사실 글이 아니다. 누구에게 교훈을 주고 싶어서 쓴 것도 아니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되어있을 거고, 이걸 읽고 누군가 감명깊을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장 좆같은 이 기분을 조금이나마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다시말해 내가 느낀 좆같은 기분을 분출해버린 배설물이라는 것이다.

눈치 없는 사람이 주위에 피해를 끼친다. 게으름을 피우고 일머리가 없어 실수를 연발한다. 눈치를 받으며 부당하게 살아간다. 내가 돈이 부족해서 눈치없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더 눈치가 없다. 생각을 바꿀 줄 아는 힘이 없다. 바꿀 의지도 없거니와 바꿔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 바꿨을 땐 이미 늦었다.

나는 세상을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가 싶다.
그래서 이 고통이 더 버겁게 느껴진다.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다.

새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근데 그러면 남겨진 사람들이 버텨내야할 슬픔의 무게가 얼마나 클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잘 산다는 건 어쩌면 내가 죽었을 때 내 죽음에 대해 겪을 슬픔의 무게를 무겁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의 불행과 소외감과 슬픔과 죽음을 무겁게 감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일이 없다면 더 좋겠지만!

여기 게시판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누군가의 고민과 슬픔과 불행과 고통을 감당하면서 그 사람들이 겪는 무게를 덜어주고 싶다.

궁금한게 있다면 내가 사회에 걸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하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눈치보며 살아야한다는게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려주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