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도착했어? 엄마가 궁금해할까봐 편지 써.
나는 별로 잘 못 지내. 엄마 볼 수 가 없어서. 사실 매일 울어.
엄마 간병할 때 나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고 담담한 척 했었는데.. 혹시 눈치 챘어?
엄마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였는데 내가 질질 짜면 엄마가 혹시 당신이 가고 나서 내가 힘들어 하는거 아닌가 하고 내 걱정 할까봐. 괜찮은 척 용기 많이 냈어. 근데 그때 못 울었던 것 지금 다 울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어리광 한 번 못 부린 것 너무 후회한다고 하니까 친구가 그러더라. 어리광 부렸으면 그건 그것대로 또 후회했을 거라고. 근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엄마 가고 나서 엄마 얼굴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엄마. 얼굴이 천사 같아.” 라는 말이 나오더라. 얼굴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그래서 좋았어. 엄마 이제 안 아프니까. 그리고 내가 꽉 안아줬어. 알고 있었어? 엄마 몸에 호스가 너무 많아서 신경 쓴다고 우리 포옹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내가 엄마 꽉 안았어. 내 모든 사랑과 마음을 담아서.
식장에서 삼촌들이 나랑 같이 있어줬어. 원래 상주 같이 하려고 했었는데 거의가 내 손님들이라 삼촌들이 할게 없다고 허허 웃으셨어. 나 사회생활 잘한 것 같다고 해주시더라. 칭찬 받았어.
사람들이 엄마 사진보고 이쁘다고 하더라. 나 엄마 닮은 것 같대. 그래서 좋았어. 엄마랑 미리 사진 골라놓길 잘한 것 같아. 엄마가 젤 좋아하는 사진이었으니까.
큰외삼촌 나랑 어릴 때 교류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많이 우시더라. 그리고 사람들 많이 와주셨어. 3일장 하길 잘했지? 내가 연락 돌릴 때 엄마가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 힘드시다고 2일장 하자는 것 내가 설득해서 3일장 하는 거라고 그래서 혹시 못 오시는 경우 생겨도 멀리서 마음으로 명복만 빌어주셔도 충분하다고 연락 돌렸거든. 근데 한 분도 빠짐없이 다 와주셨어.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엄마가 얼마나 사람들한테 사랑받았는지 알겠더라.
엄마. 있잖아. 나 엄마한테 거짓말 한거 있는데...
나 괜찮다고 했는데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어. 나 안 울었다고 했는데 숨어서 진짜 많이 울었어. 집안일 왜케 열심히 했어. 와서 집 정리 하는데 엄마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잖아. 10분 정리 하면 50분 울고 10분 정리 하면 50분 울고 그래. 엄마 방은 아직 손도 못댔어. 방안에 들어가면 엄마 냄새가 나니까. 그냥 문 닫아 놓고 있어. 나 기운 좀 차리면 깨끗하게 청소해줄게 걱정 하지마. 예전에 이모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이모 사진 보면서 이모한테 말 거는 것처럼 하곤 했잖아. 나 그때는 어려서 엄마가 왜 그러는지 몰랐거든? 그냥 많이 슬픈가 했었는데. 나 요즘 엄마 사진 보면서 맨날 말 걸어. 듣고 있어? 이제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너무 그리우니까 그렇게 되더라. 엄마 보석함에 언제 썼는지도 기억도 안나는 내 편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던 것 보고 또 많이 울었어. 내가 어린 시절 편지에 썼던 엄마한테 주겠다던 사랑을 내가 살면서 다 표현 못한 것 같아 너무 후회돼. 근데 이제 못하잖아. 엄마 너무 미워. 아니야 엄마 안 미워. 한번도 엄마를 미워해본 적 없어. 지금 쓰는 편지도 엄마란 단어만 적어놓고 울다가 몇 번 지웠다 쓰는지도 몰라. 너무 보고싶어 엄마.

약속했으니까. 나 엄마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면서 살게. 엄마가 내 안에 있어. 한 번씩 느껴. 날 키워줬던 엄마의 말이 내 마음 속에, 거울 속에 내 얼굴에서 엄마를 닮은 모습이 있다는 것을. 조금만 더 울다가 천천히 놓아 줄게요

엄마. 안녕. 영원히 이별하는 안녕이 아니야. 다시 만날거라고 생각하는 작별인사야.
그러니까 엄마.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