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탄을 터뜨렸던 그 날,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죽었다고 보는 게 받아들이기 편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즉시 적용해본다.

"당신은 죽어서 내 세상에는 더는 없고 다시 만날 수도 없다. 이제 서로 다른 차원에 살고있다."

헛된 미련만 가닥가닥 난 털복숭이 마음에 나름 독한 제모제를 들이붓는다. 털이 녹는 냄새는 꽤나 역한데, 미련을 녹이는 것도 그만큼 불쾌감을 수반한다.

이제사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마당이지만,모르는 사람도 빌어준다는 명복 솔직히 나는 못빌어주겠다. 사실 깜빡 잊곤 하는 무언가마다 당신의 불행을 바라왔다. 그저께도 잔디밭에 널브러진 빈 스댕바가지를 찾았을 때는 바가지가 흘러넘치도록 너와 네가 금세 만난 그치의 하루가 힘겹기를 바랐다. 행복을 떠들 너희들의 하루를 저주했다. 이런 와중에 명복을 빌어주는 고운 바람이 나올리가 있을까.
으깨진 마음이라 일그러진 바람만 나오는 걸까. 아니면 조각난 마음이라 조각난대로 발發하는걸까. 깨진 피리가 괴팍한 발성을 내듯, 박살낸 마음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박살난 바람소리만 줄창 나오는 수밖에 없겠지.

'죽은' 사람을 지워보내는 마음은 여전히 불쾌하고 힘겹기만 하다. 저세상과는 다르게 나는 아직 편치 못하다. 불편해 죽겠다.
그래도 중얼거려본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