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애어른으로 컸어.
그게 칭찬으로 알고 자라서.. 그렇게 살아야 옳은줄 알고 컸지..
어리니까 좀 힘들 수 있잖아. 그래도 말을 못했다 ㅎ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건 내가 예민한 탓이고, 힘듦을 표현하면 엄마를 힘들게하니까.. 그럼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아픈걸 언제 말해야하는지 모르고 자랐지..
충치가 생긴걸 알아도 말하면 안되는줄 알았고
교통사고가 났는데, 성추행을 당했는데 말하면 엄마가 힘들까봐 말을 못했어.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걱정할까봐 말을 못했고..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기 전, 시부모님을 만났는데 날 보고 우시더라고..
잃어버린 딸을 만난 것 같다며,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 나누고 잘 지내자며...
그래서 연애중에 쎄한게 있었음에도 시어머님의 그 눈물과 말을 믿고 결혼을 결심한것도 있는데
그냥 내가 미워서, 아들 뺏긴게 분하고 억울한데 그걸 내 앞에서 말 못하니까 그렇게 말한거였다는거에 속았고
임신하고 나서도 들들 볶는 시어머니와 나몰라라 하는 남편한테 배신감이 컸지..
결혼을 하고 힘들었는데 하소연을 못했어.
당신이.그리하셨듯이 이혼하라고 말할까봐..
그런데 그 때 이혼할걸 그랬나봐..
솔직히 남편한테, 내가 미친년 될테니까.. 당신 쪽팔리지 말라고.. 그냥 내가 미쳐서 사기결혼 한거라고 하고 소송걸으라고..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자기가 너무 여유가 없어 살피지 못한거라며 달래주는데 그걸 믿고 뭐 .. 여러 일들로 지금까지 살았지..
자꾸 글을 쓰다 그냥 지운다..
그냥 너무 사라지고싶은데 아이들은 무슨 죄야..
한번쯤은 나도 의지하고싶은데..
아이들 육아하는거 보고 우리 엄마가 궁금하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대단하다면서..
그래서 말했지.. 이런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육아 한거지 보고 자란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건 아니라고..
아이 키우면서...어쩜 이렇게 방치했지.. 싶은게 많아..
비오는날 비를 맞고 왔는지, 숙제는 있는지, 밥은 먹고 왔는지, 몸무게는 몇인지, 목욕은 어떻게 하는지, 정리는 어떻게하는건지, 언제 아프다고 말하는건지, 슬플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눈물이 날 때 소리를 내도 되는지,.. 안궁금했을까? 생일날 축하 받아도 되는건지, 엄마한테 생일축하한다는 말도 못들어봤다?
근데.. 나 진짜 잘 컸거든..
회장, 부회장, 3년 내내 반장, 동아리도 만들어보고, 장학금도 받아보고,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잘 했거든..
엄마도 그러셨어.. 학교에 갈 일 있으면 어깨가 펴졌대.. 칭찬들을일이 많으니까.. 근데 그 당시엔 상담 뒤에 내게 했던 말은 ' 다 인사치레지 뭐.. 칭찬 들었다고 다 믿지마라.'

왜그랬을까..
난 내가 못생긴줄 알았거든.. 예쁘다는 말은 커녕 코가 낮다, 얼굴이 너무크다.. 근데 이제와서 사진보니 나같은 딸 낳아 키우고싶을정도로 너무 예쁘던데..
아빠는 내가 아빠를 찾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고 다시 내 연락을 거부할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떻게 어른이, 부모가 그럴 수 있을까..

부모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믿을만한, 존경할만한 롤모델이 있었으면 좀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디있을까.. 그냥.. 정신승리하며 하나님 아버지만 의지하며 그냥 그렇게 버티는게 맞는걸까..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도 없다는게..
부모가 있고 남편이 있고 친구도 다 있는데..
너무 한심한데..

그냥 살아야지 어쩌겠어 솔직히..
근데 진짜 미칠 것 같아..
다들 그냥 그냥 사는거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