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진짜 뭐든 한번에 되는게 없어
고등학교도 자퇴했다가 검정고시로 대학 들어가고
대학 들어갔다가 대학원에 들어가서
입학도 졸업도 두번 세번을 했네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또 재혼하고
임신했다가 유산하고
취업도 했다가 그만뒀다가
다시 다니다가 이직해서
세번째 직장에서 좀 자리잡나 했는데
인생만 그런게 아니야
뭐든 무슨 일을 하든 일을 두번 세번 하고 난리..
도대체가 한번에 끝나는게 없어
일머리도 없고
성격도 급하고
자신감은 충만하지
그러니까 이모양이지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지낸 친구가
야임마 너는 인생 혼자 다회차로 사냐 하는데
처음에 그게 좀 웃겼는데
나는 한번만 하는 인생은 살아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우울하고 한심하고 미치게쪙 헤헿
나도 진짜 좋은 딸,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직원, 좋은 상사가 되고싶은데
역량에 비해 욕심이 너무 과한건가 싶어
아 진짜 너무....너무....너무 힘들어
아니?! 이정도면 훌륭한 딸이고 며느리고 아내고 직원 아닌가?!?!
외벌이 하면서 1년만에 천만원을 모아따
남편은 그놈의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ㅋㅋㅋ
시할머니 근처에 살면서 두세시간 남짓이지만 일주일에 두세번은 꼬박꼬박 시할머님댁에 가서
이것저것 입맛 좀 돋으시라고 미역국에 무국에 갈비찜에
할머니 이가 없으니시 부드럽게 드시라고 껍질 다 벗겨서 푹 졸인 애호박 나물에 무나물에 뭐에 뭐에 만들고 같이 밥먹고
친정에는 한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해도
시댁에는 한달에 한 번 꼭꼭 챙겨가거나 시어머니가 굳이 시할머니 댁으로 놀러오시면 얼굴 비춰야 하고
나는 그와중에 일이 몰려있어서 너무너무 바쁘고 마음이 급한데
남편은 그런건 안중에도 없는지 그저 서운해한다
나는...나는....친정이 없는 것 처럼 사는 것 같아서 너무 슬픈데...
임신 전에는 애 갖지 말라고, 나도 쟤 낳고 후회한다고 그러더니
임신 소식 알리니까 너무너무 고맙다고 하더니
유산하고 나니까 남들 다 잘만 갖고 잘만 낳는데 어쩌다 너한테 그런 일이 생겼냐며
위로인지 구박인지 모를 말을 하시더라ㅎㅎㅎㅎㅎ
아니 나도 연휴 내도록 일하고, 며느리 노릇 하고, 오랜만에 아주 잠깐 겨우 두시간 남직 딸 노릇 했는데
회사에서 쟤는 연휴에도 일했는데 너는 연휴동안 뭐했냐 이딴소리나 듣고
내가 진짜 너무 억울하고 내가 스스로 너무 한심해서 못살겠어
술이나 진탕 마시고 싶은데 술마시면 일을 못하자나 헤헿
나는 이렇게나 일하기를 좋아하는 노예인가봐
결혼하기 전에는 내가 소중하고 귀했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내가 너무 보잘것 없고 한심하고 비루해진 것 같아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 같아
그래서 잠깐 임신했을 때 너무 행복한데 서글펐어
와 나 되게 귀한 대접 해주네..?
시댁에서도, 모르는 지하철의 사람들도..
근데 이제 다시 하찮아졌어..
유산도ㅋㅋㅋ
아니 임신했을때도ㅎㅎㅎ
임신 초기인데 하루에 열네시간 열여섯시간 일하고 하루 네시간 자고 일하고
그러니 10주만에 유산을 하지ㅎㅎ
그러면서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ㅎㅎㅎㅎㅎ
아니 그런거는 내가 말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게 위로야..? 아 그게 위론데 내가 꼬여가지고 그렇게 받아들인거야..?
하...진짜 인생 난이도 뭐냐 진짜ㅋㅋㅋㅋ
나보다 더한 굴곡의 사람들이 더 많겠지
그치
그런 사람들 두고 나 힘들다 징징거리면 말이 안되지
그래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유난인거지
누가 나좀 구해주면 좋겠다
살려주세요
아 근데 하라는대로는 못하겠어요
더이상은 나도 힘들거든요
그냥 살려주세요
나 대신 어떻게좀 해주세요
제발 나를 세상에서 없애주면 좋겠어요
이제 진짜 제발 그만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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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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