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나뭇잎 같은건 오래전에 다 떨어져 나간, 앙상한 고목의 창백한 나뭇가지가 훈계하듯 매섭게 몰아치는 들바람에 의해 거세게 흔들린다. 모래알 만한 별들이, 그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기며 푸르르게 빛나는 상처투성이의 보름달은 숨쉬기를 갈구하는 대지를 켜켜이 뒤덮은 흐리고 탁한 어둠에 가려져 복음을 내릴 수 없었지만 … .

거무튀튀한 빛깔에 인상을 잔뜩 찡그린 먹구름이 빛을 갈구하는 날 바라보며 비웃듯 차가운 물줄기를 쉬지않고 흘려주었다. 아늑한 하늘을 집어삼킨 더럽고 추악한 구름에서 나온 빗방울은 .


" .. 맑고 투명해 … . "


주위가 꽉 막혀 숨조차 쉴 수 없는 캄캄한 방에 어지럽혀진 슬픔들을 바라보았다.


" 쌓아보자 . "


차곡 차곡 슬픔들을 쌓았다. 헤어진 연인과의 실연에 의한 상처, 믿었던 사람의 배신, 불신에 의한 관계의 파멸 … . 하나 둘 하나 둘 어느새 슬픔 10개를 쌓아올렸다 . 쌓아놓은 슬픔 위에 올라서자,탁한 바람이 머리칼을 제멋대로 휘저어 노닌다 .


" 그래, 이대로 계속 슬픔을 쌓아서,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을 만들거야 . 그리고 난 세상의 왕이 되겠어 . "


슬픔 100개를 쌓아올렸다, 좁은 방의 천장따위 박살내버리고 결국 슬픔 100개를 쌓았다 .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올려다보았다 . 혼잡한 길거리에 외로이 쓰러진 날 무시하고 깔보며 비난하던 자들이 하나둘 슬픔의 탑 위에 우뚝 올라서 왕으로 군림하는 날 올려다보았다 .


" 하찮은 것들 같으니라고 , "


우뚝 솟아있던 서산의 높이가 탑보다 낮다 . 이걸로 만족할순 없다 . 난 우주까지 뻗들어져나가 슬픔을 쌓아올리겠어





슬픔 1000개를 쌓아올렸다 .


하늘을 뚫고 구름 위까지 솟아오른 탑 꼭대기에 누가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알아주려 하지도 않았다 . 이제 지상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내 아래에 자리잡은 건 언제나처럼 잔뜩 찌푸린 구름들 . 가끔씩 군데군데 환하게 번쩍거리며 약속한것마냥 뒤이어서는 사자가 울부짖는 듯 한 거센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 매서운 바람때문에 슬픔이 무너질 것만 같다 .

아무도 날 봐주지 않는다 . 이곳은 무서워 , 살려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