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군세의 함성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왔다. 병장기가 칼집에서 뽑히는 서늘한 소리와 함께 철갑을 입은 이들의 뜀박질에 잠잠했던 지축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반면 그에 맞서는 기사는 고작해야 십 여명. 그들의 뒷모습은 바람 앞에 등불마냥 위태로워 보였다.
그 중심에서 나는 한낱 방관자마냥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바라봤다. 쏟아낸 피에 의식이 흐려진 건 아니었다. 그저 실감이 들지 않았을 뿐. 이곳에 모인 거의 모두가 함께 전장에 섰던 이들이었다. 내게 검을 겨눈 이들조차 얼굴이 익은 자들이 태반이었다.
피가 섞이진 않았어도 형제라 여겼던 전우들이었다. 강대한 적을 두고 서로에게 검을 겨누는 지금을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랴.
허나 엇갈린 정의에 개탄스러워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곧 서로의 칼날이 부딪히면 뿌려질 선혈에 눈물 흘려줄 이도 없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객석이 빈 무대에서 춤을 추는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파국으로 치달을 이 무대에 막이 내리는 건, 내 목이 날아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