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큰 꽃잎은 소나기가 한 차례 시원스럽게 지난 뒤의 하늘빛을 살며시 떠와서 물들인 듯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다. 나머지 꽃잎 한 장은 아래로 내려와 있으며 게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옅은 흰색으로 수줍게 숨어 있다. 마치 우리의 본연의 '연약한 자아' 같기도 하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지만 달개비는 보다 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이제 시골에서 조차 닭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늘이 살짝 드리워지며 습한 기운이 조금 도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라도 닭의장풀은 피어난다. 오솔길로 향하는 사찰의 그늘진 벽을 따라 달개비 한 무더기가 여름 내내 피어있었다. 산책하는 길에 그 앞에 무릎을 접고 쭈그려 앉아 곱고 참한 꽃들을 잠깐동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꽃의 빛깔을 따라 푸르름을 머금은 하늘이 되고 있다. 하늘이 흘린 눈물로 태어난 이들의 강인함처럼 어쩜 우리도 더욱 더 강해지기 위해 우리내 인생의 봄날을 위해  열정의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