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책상위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메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그 돈, 니 목숨값 보다 조금 많이 쳐줬거든, 곧 있음 너랑 비슷한녀석 한명 만나게 될거야. 그녀석 좀 데리고 다녀"

 

 순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불쌍한 녀석이거든, 예상대로면 그녀석 한달 후에 자살할거야, 뭐 죽기전에 좋은 일 한번 한다고 생각해"


 그가 말을 마치자 창 밖으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펄럭였다. 그리곤 알아챌 틈도 없이 그는 사라졌다.


 돈을 세어보니 5만원권이 200장, 천만원이다.
그래, 어차피 한달이다. 죽을 땐 죽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건 닥치는데로 해보고 한 없이 죽자.


 나는 돈 100만원을 빼서 지갑에 넣고, 나머지는 서랍 속에 넣어놨다. 그리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방 문을 열었다. 7월이라 조금은 덥지만서도 따스한 햇살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개운하다.

 

 애석하게도 나는 죽음이 가까워진 이 시점에서야 아주 조금 행복감이 느껴졌다.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 하니 이젠 사람들의 시선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길거리를 거닐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험담하는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사람의 시선도 신경쓰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사람들은 내게 무관심 하다. 여태 그래왔겠지만 말이다.

 집을 나선 나는 제일 먼저 담배를 사기로 했다. 난 태어나서 한번도 담배를 펴본적이 없지만, 죽기전에 한번쯤은 펴보고 싶었다.


 "말보로... 레드 하나하고 라이터 주세요..."


 나는 대충 주변 사람들이 피우던 담배를 아무거나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 알바의 영혼없는 인사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인사였다.


 근처 공원에 도착한 나는 벤치에 앉아 담배 한까치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어라?"


 이상하게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나는 계속 불붙이길 시도했다.


 "아저씨 담배 처음피죠?"


 그 때였다. 어려보이는 귀엽게 생긴 여자애 한명이 내 손에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낚아채 직접 불을 붙이고는 나에게 건냈다.


 "담뱃불을 붙일 땐 빨아들이면서 붙여야 되는거에요! 알겠죠?"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한모금 빨아들였다.


 "켁켁! 콜록콜록"


 연기를 목구멍에 집어넣자마자 기침이 나왔다.


 "하하하하하하! 아저씨 진짜 처음피나보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애는 뭐가 그리 웃긴지 무릅까지 때려대며 깔깔거렸다.
순간 그 여자애의 손목에 눈이 갔다. 꽤나 깊었던 듯 흉터가 진하게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남자가 말한 불쌍한 녀석이라는게 이녀석인가?


 "넌 왜 죽고싶은거야?"


 갑작스런 질문에 여자애는 웃음을 그치고 재빨리 손목을 가렸다.
생각해보니 죽음을 앞두고 나는 꽤 대담해진 것 같다. 평소같으면 여자는 커녕 남자하고 말할 때도 긴장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러는 아저씨는요..."


 여자애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안걸까? 내가 자살하려 한 것을.


 "아저씨 목에 자국남았거든요"


 여자애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말했다.
아, 역시 내가 목을 메단건 꿈이 아니였구나.
 

 "너 어차피 죽으려고 작정 한거지?"


 "네?"

 
 "어차피 죽을거 나랑 여행이나 가자, 따라와"


 난 그녀석이 어떻게 행동하든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그녀석도 내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쫄래쫄래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데요?"


 "그건 이제 정해야지"

 

 말을 마치자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같은 놈을 믿고 따라올만한 여자애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도 왠지 그녀석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석은 마치 날 오래 알고지낸 사이처럼 대했다.

 "아저씨! 아저씨 성격 원래 그렇게 대담해요?"

 대담하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다. 역시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서는 겁이 없어지는 걸까?

 "그렇게 대담한 사람이 자살은 왜한데?"

 맞는 말이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성격이 바뀌어 봤자 어차피 난 한달 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는 넌, 그렇게 활발하면서 왜 죽으려는 건데?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하는데, 나 아직 24살 밖에 안먹었거든"

 "에이~ 아저씨 맞네!"

 그녀석 또한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내게 아저씨 아저씨 놀려대며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무엇이 그녀석을 힘들게 했을까? 도데체 무엇이 그녀석을 더이상 살고싶지 않게 만들었을까?

 "아저씨! 근데 저 지금 돈 한푼도 없고 가진건 지금 입고있는 옷 한벌 뿐인데요"


 난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걸었다.
걷다보니 티셔츠에 땀이 흥건해졌다.

 "아 진짜! 아무 말이라도 좀 하든가!"

녀석도 더웠는지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불평을 내뱉고 있었다.
 
  난 집에 들려 서랍속에 넣어 논 지폐를 모조리 챙긴 뒤 시내의 한 브랜드 옷가게로 향했다.

 "한달 동안 입을거 골라, 계산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내 말에 녀석은 조금 놀란듯 했다.

 "에이 아저씨, 어떻게 그래요! 처음보는 사람한테 돈쓰는거 아깝지도 않아요?"

 
"어차피 곧 죽을건데 그게 뭔상관이야"

 내 말에 녀석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납득한듯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 아저씨가 정 그러시다면 히힛!"


 나와 그녀석은 옷 츄리닝과 사복 몇벌, 그리고 배낭을 구입해 무작정 기차역으로 가서  강릉역까지 가는 표를 구입했다.
그리고 기차에 탑승해 짐을 풀었다.

 "아저씨 근데 왜 하필 강릉역이에요?"


 "그냥, 별보고 싶어서"


 "그리고 아저씨라고 그만 부르고! 앞으로 문태오빠라고 불러"


 "어머~ 문태오빠는 왜 갑자기 별이 보고싶을까?"


 녀석은 내가 말한 오빠라는 호칭을 들먹이며 놀려대다가 이내 질렸는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는 김소리구요, 19살! 가족은 없음!"

 

 "으음, 소리"

 

 자신을 소리라고 소개한 당찬 소녀는 다른 사람이였으면 말하기 힘들었을 가정사를 아무 거리낌 없이 명랑하게 내뱉었다. 하긴, 가족이 없었으니깐 나를 따라온거겠지
 애초에 소리와 만나서 이렇게 기차를 타고있다는게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불쌍한 녀석이거든, 죽기전에 좋은 일 한번 한다고 생각해'


 그 남자가 한말이 떠올랐다. 왠지 이런 당연한 느낌도 그 남자로 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와의 만남도 우연은 아닌거겠지 아마.


 "오빠도 자기소개좀 하지?"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무안한지 소리는 내게 자기소개를 시킨다.


 "내 이름은 정문태, 24살이고 가족 없음"


 "왜 가족이 없는거야 오빠는?"


 소리는 이제 아예 대놓고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 한명 있었는데, 돌아가셨어"


 "음..."


 소리는 조금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짓더니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방금 내가 사준 저지와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다. 역시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귀엽게 생긴 여자애와 단 둘이 여행을 간다는것에 그다지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혼자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소리는 내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고 나는 순간 흠칫 했다.


 "근데 너는 날 뭘믿고 따라온거냐?"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괜히 무안해져서 소리에게 질문했다. 소리는 방긋 웃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 3분정도를 그렇게 쳐다봤을까. 소리가 입을 열었다.
 
 "오빠, 엄마 이야기좀 해줘"

 너무나 뜬금없는 얘기였다.


 "들어서 뭐하게"


 엄마 이야기가 나와 나는 조금 차갑게 대답했다.


 "난 엄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


 그 말을 듣자 왠지 모를 측은함이 느껴졌다. 썩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기에 조금은 주저하게 됐다. 고민 끝에 난 4년간 묵혀뒀던 기억을 처음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엄마한테 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난 쓰레기였어"

 

 나는 학창시절부터 미술을 전공했다.
처음엔 애들이 '그림 잘그리는 아이' 혹은 '조용한 아이' 정도로 날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도 몇명 있었지만 점차 달라져 갔다.


 
 2학년이 돼서도 그림을 그렸고 아이들은 날 '이상한 아이' 혹은 '오타쿠 새끼' 라고 생각하게 됐다. 친구들도 서서히 떨어져 나갔다.
 아이들은 날 만만하게 여기게 됐고 결국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나는 아무 대항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나를 심하게 괴롭히던 아이들은 괴롭히는걸 포기했다. 학원에선 묵묵히 그림만 그리게 됐다. 밥도 안먹고 그림만 그렸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우리집은 방이 2개밖에 없는 시외의 허름한 아파트였다.

 

 "우리 아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집에선 가족이라고는 한명뿐인 엄마가 날 환한 얼굴로 반겼다. 엄마는 길거리에서 반지나 목걸이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하신다. 지금의 생활은 아빠한테 받은 위자료로 그나마 이어나가고 있다. 웃고있는 엄마 얼굴을 보자니 괜시리 화가 났다. 나는 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아들, 배 안고파?"


 "아 내방에 좀 들어오지 마라고!"


 엄마는 늘 이런식으로 내게 무시를 당해도 언제나 말을 걸어준다. 난 그런 엄마가 짜증났다. 그냥 혼자살고 싶었다. 엄마가 어딘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난 수업시간 외 언제나 팔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런 내게 자꾸 말을 걸어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체육시간 때 파트너 없이 혼자 있으면 성큼성큼 걸어와 내 파트너를 잡아주곤 했고, 내가 혼자 노트에 낙서를 하고 있으면 철썩 달라붙어 "우와! 이게뭐야?" 하고 칭찬해 주기도 했다.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녀는 언제나 밝게 빛났고 아름다웠다.

그러던 어느날, 강당에서 행사가 있었다. 나는 적당히 가는 척 하며 몰래 빠져나와 교실로 향했다.


 "너 내가 문태 꼬시면 진짜 5만원 주는거다!"

 그녀의 목소리였다.
교실 밖에 있던 나는 조용히 문 뒤에 바짝 서있었다. 삐딱해 보이는 남자애 한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그러다가 문태가 진짜 사귀자고 그러면 어떡할건데?"

 "음... 돈좀 뜯어내다 차버리면 되지 뭐? 솔직히 그렇게 못생긴 편도 아니잖아?"


 "하하하하하하, 너 진짜 문태 좋아하는거 아니야?"

 "병신아, 내가 그런 호구를 왜좋아해"

 그리고선 그 두사람은 뭐가 그리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깔깔거렸다. 그래, 난 결국 그녀에게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은 거다.


집에 돌아와 배게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었다. 사람이 무섭다.


 "아들, 괜찮아?"


 엄마가 내 방 문을 열고 슬며시 들어왔다. 엄마 눈엔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


 "내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좀 꺼지라고 씨발!"

 
 내가 고함치자 엄마는 말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그리고 늦은 밤, 조용히 흐느끼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에게 들리지 않으려고 아주 조용히, 엄마는 울고있었다.

 

 가볍게 대학 실기 시험을 통과했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렸고 엄만 뛸 듯이 기뻐했다. 등록금 때문에 엄마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대학 합격날 엄마는 내게 돈가스를 사주셨고, 엄마의 눈엔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아들"


 그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열심히 돈가스를 썰었다.

 그 후 나는 달라지기로 마음 먹었다. 엄마에게 더이상 고함치지 않았고, 짜증조차 내지 않았다.

 항상 엄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었고, 가끔은 노점상 일을 도와줬다. 엄마는 그런 날 보면 항상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날, 자취를 해야 되기 때문에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엄만 또 울고 있었다.

 "엄마! 그것도 주책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엄마는 나를 말없이 껴안아 줬다. 그리곤 따뜻하게 댑힌 손난로를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대학에 입학했다. 아직은 사람 대하는게 서툴렀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 엄마에게 꼭 성공해서 보답하기 위해 난 달라져야 했다.


 자취를 시작했고 난 엄마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밥을 먹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그렇게 엄마의 소중함을 통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2개월이 지난 어느날 이였다.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황급히 기차를 타고 내려가 병실로 향했다.


 교통사고였다. 의사는 힘들거라 말했다. 만에하나 살더라도 척추를 심하게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을거랜다.


 그렇게 3시간을 병실에서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 심전도기의 기계음만이 병실을 옅게 채우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2개월만의 재회가 결국 이런식이다.


 그 때, 엄마의 눈꺼풀이 아주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눈꺼풀이 올라가고 지그시 나를 바라보았다.

 

 "어... 어으... 엄...마?"


 엄마의 손등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리 아들, 밥은 먹었어?"


 힘없이 내뱉은 엄마의 말엔 쇳소리가 섞여 알아 듣기 힘들었다.

 

 "아니, 아직 안먹었어, 엄마랑 같이 먹으러 가야지!"


 난 울먹임을 참고 간신히 웃음을 지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엄마는 아주 옅게 미소지었다. 줄곧 내가 집에 돌아올 때 마다 짓던 웃음이었다.


 "엄마, 여기 근처에 돈가스 진짜 맛있는 곳 있잖아, 같이 거기서 밥먹자, 응?"


 끝까지 참으려 했지만 난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엄마의 옆구리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는 힘겹게 손을 들어 내 뺨을 쓰다듬었다.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엄만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심전도기는 더이상 엄마가 살아있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난 행여라도 엄마의 손이 내 뺨에서 떨어질까, 얼굴을 움직일 수 없었다. 믿기 싫었다. 엄마의 죽음을


 "엄마...흐윽 제발...으으...아들 왔는데 밥먹으러 가야될거 아니야!"

손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엄마 미안해! 제발 가지마... 엄마!"

차갑게 식은 손은 이내 내 뺨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흑...으흑 엄마 내가 잘못했어... 흡 진짜 미안해... 흐윽 엄마..."

 

 

 

 

 


 "미안해..."

 

 

 

 엄마의 장례가 치뤄졌다.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자퇴했다.


 결국, 난 변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끝마치니 내 눈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있었다. 행여라도 소리가 내 눈물을 봤을까 재빨리 닦고 돌아보니, 소리는 말없이 작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