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시절까지 나는 우리 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했다. 올해로 할아버지 연세는 98세 아직도 집에서 사이클을 타시고 화단을 가꾸는 등 매우 건강하시다.
할아버지는 소아과,내과 전문의셨다. 70세까지 개인병원을 운영하셨다.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천재로 소문이 자자했다고한다.
경복의대?경북의대?를 수석으로 입학과 졸업을 하셨고 아직도 일어 불어 영어 러시아어 독일어 6개국어를 술술 말하시어 설날 세배후 덕담을 6개국어로 해주시기도한다.
그리고 세계역사에 조예가 깊어 아직도 방한칸이 모두 역사서로 도배가되어있을 정도라 어릴적 조선왕조500년부터 페르시아 전쟁이야기등 세상 모든 역사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릴때 자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가서 어느정도 머리가 커졌을때 작은 할아버지라는 분이 가족들과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할아버지가 일제 시대에 동네 순사들한테 뒷돈과 뇌물을 가져다 줘서 우리집안이 일제치하에서도 아무일도 안당하고 잘살 수 있었던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친척 동생들과 형누나들이 모두 할머니가 틀리며 지금 친할머니로 알고있는 분이 3번째 할머니라이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죽은 친구의 부인이었고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결혼한다고 독립운동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 둘을 버리고 시집온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이후 우리집안이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내 대에서 그것을 씻고자 장교로 입대하여 입신양명을 꿈꿨다.
그리고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안부전화 한번 하지않고 명절때도 거의 가지 않았다.

그러고 이번 명절에 할아버지와 부랄형동생 하던 오랜 동네동생이라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거기서 엄청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할아버지는 일제때 동네에서 꽤 저명한 인사였고 재산이 많았는데 동네 순사들중 몇몇사람은 한국사람이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헤꼬지를 하지말고 잘
봐달라는 의미로 일본순사들에게 많은 뇌물을 갖다바쳤고 그결과 부산 서대신동일대 일본순사들은 동네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본 군의관으로 강제 징집될뻔하였으나 할아버지가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노역하고있는 노역소에서 무상으로 사람들을 진료하겠다고 하여 징집을 면했다고한다.
그당시 한국인 강제노역소는 일본인들조차 관리자로 가기싫어할 정도로 시설이 낙후되어있었다고...
그리고 친구들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자고 독려하였으나 할아버지는 겁이나서 그러지를 못했었고 독립운동을 하러간 친구들은 북녘땅에서 모두 죽었는데 그때 신의주에서 자식들과 도망친 친구의 부인이 지금 할머니였다는 것이다.
할머니도 독립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일제에서 잡으려했는데 할아버지가 신분세탁을 시켜서 혼인신고를 하고 자식들은 연고가 없는 전라도 첩첩산중 시골의 가족에게 맡겼다고했다.
그리고 그 자식들에게 평생을 생활비를 보내주시고 얼마전에는 유산일부도 주었다고한다. 그 자식분들도 어릴때는 할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새시집을 갔다고 생각하여 왕래도 일절 없었는데 얼마전 친척여동생 결혼식이 깜짝출현해서 할머니가 눈물을 펑펑 흘리신걸 보았다. 그땐 왜그랬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었음....
지금도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러가서 북녘땅에서 죽은 친구들에게 겁이나서 가지못한 자신이 한없이 면목이 없다고하신다고....
그리고 6.25때는 부산 개인병원을 후송진료소로 만드시고 국군부상자들을 치료하셨다고 그러시는데...
친일행위가 아쉽고 어쩌고 보다 그동안 내가 부끄러워하고 미워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생사를 보니 그냥 애잔하고 이해가되더라..
그런데 이번 추석 차례때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굳이 콩들어간 송편하고 굴전 대신 무조건 대구전으로 만들라는거 보고 친일파는 역시 노답이라는걸 느꼈다...


요약
1. 할아버지 존똑 금수저인데 친일행위했었음.
2. 독립운동하다 죽은 친구 와이프가 본자식 둘버리고 할아버지한테 시집온것이 지금 할머니.
3.알고보니 동네주민들 살릴려고 쉰들러리스트 빙의 할머니도 독립운동가담으로 잡혀죽을걸 부인으로 위장취업해서 살린거였음.
4. 콩송편과 대구전을 고집하는 모습에 친일파보다 더한 분노를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