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홀 리 다.

친구 A의 집에서 잤던 날이다.

그 날도 난 여느 대학생들처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떡이 되어 자취하는  A의 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A의 집은 원룸에 화장실이 1개였는데 방안에서 밖으로 문을 열면 좁은 보고가 있고 옆에 화장실이 있으며 앞에는 집 문인 도어락이 홀로 문을 지키고 있었다.

검던 하늘도 밝아 보일 만큼 그 날 밤은 더 어두웠다. 하늘에 희미하게 보였던 초승달의 달빛은 구름이 감아싸서 더 뿌얘졌다. 또 그날 밤안개가 껴서 세상이 온통 검은 먹에 젖어있는 것 같았다.

A의 집에는 오래된 뻐꾸기 시계가 있었는데 정오나 자정에 한번씩 울린다고 했다.

우리가 술을 먹고 헤어진 시간은 새벽2시였고, 같이 마시던 A의 집에 찾아간 때는 2시반 정도 됐었다. 우린 씻지도 않고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어서 보일러만 틀고 대충 이불을 깔았다.

그 뒤로는 자세하게 기어기 나질 않는다. 물론 내가 깨기 전까지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정신이 깨기 전까지’.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들은 나는 그냥 무시한 채 다시 깊은 수면 속으로 몸과 정신을 던지려던 찰나였다.

‘뻐꾹-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분명 A의 말로는 밤12시에 울려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 설마 낮 12시라는 말인가?

‘스르르-‘ 눈에 살짝 힘을 풀어 천장과 대면하니 기다란 형광등과 검은 배경뿐이었다. 분명 잘못 들은 게 맞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에.

‘똑-똑-똑-‘

이번에는 전과는 다르게 노크소리가 조금 더 길었다. 밖에 누군가가 온 모양이다. 옆에는 A가 자고 있다.  귀찮은 방문객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점점 저 똑똑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 나는 몸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몸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내 몸은 마치 돌부처라도 된 것 마냥 움직이질 않았다.

메두사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단지 내가 본 것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저 형광등뿐이었다.

‘똑, 똑, 똑.’

저 귀찮으면서도 무례하지만 부지런한 방문객은 계속 현관문을 두드린다.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않는 건지, 왜 A를 부르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런 생각이 하나의 날갯짓이 되어 심해 속 깊은 수면에 공포라는 파도를 일으켰다.

순간 저 밖의 문 앞에 있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일지, 아니면 사람이 맞기는 한 건지, 내 뇌는 자꾸 이상하면서도 공포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냈고, 몸도 덩달아 움직이지 않았기에 속만 타 들어갔다.

‘똑. 똑. 똑. 똑. 똑. 똑. 똑.’

이번에는 세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문을 두드렸다. 단지 방문과 두 걸음 정도 앞으로 가 도어락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일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마침내 온몸에 힘을 주어 굳은 몸을 한 번에 풀었다.

나는 일어났고, A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밖에는 노크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마침내 나는 현관으로 가기 위해 방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쾅쾅쾅-!’

내가 잡고 있었던 방문을 누군가가 세게 내리쳤다. 어떻게 문 밖에 있는 도어락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다시 재빠르게 풀려가던 이성의 끈을 잡고는 방문을 잡궜다.

그러고는 A에게 가서 뺨을 때려가며 깨우려 했다.

“야!! 야!!! 일어나봐!!”

“으…으으…으…”

친구 A는 끙끙 앓으며 잠에서 깨지 않았고 내가 아무리 흔들고 A를 불러보아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순간 그 곳은 고요해졌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도, A의 숨소리도, 뻐꾸기 시계가 째깍거리는 솔도 들리지 않았다.

패닉에 휩싸인 나는 어느새 쓰나미에 덮쳐져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공포감이 극에 달해 덜덜 떨리던 손으로 이불을 들어 벽에 등을 기댄 채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리고 그 순간,

‘탁 탁 탁!’

내 귀 옆에서 누군가가 벽을 두드렸다.

여기까지가 나의 기억이다. 아마 기절을 했던 건지, 꿈을 꾼 건지는 잘 몰랐었지만 눈을 뜬 아침이었고 A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려 쳐다봤더니 시간은 어느새 낮 12시였다. 나는 A를 깨우려고 그의 어깨를 툭툭쳤다.

그러자 A는 ‘허억-!’하는 소리와 함께 헐레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너 괜찮아!!?”

“무슨 소리야? 술은 다 깼는데? 그보다 어제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아니, 어제 새벽에 자고 있는데 네가 갑자기 일어나서 시계를 돌리더니 뻐꾸기 소리를 듣고는 집밖으로 나가서 자꾸 문을 두드렸잖아! 기억 안 나는 거야!? 내가 어제 얼마나 무서웠는데!! 네가 자꾸 히죽거리길래 난 네가 미친 줄 알았다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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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휴가나온 군인의 상상이었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