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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때 한 여자 아이돌 그룹 빠돌이짓을 좀 했습니다.

약 2년?

군대에서 팬이 되어서 전역하고 한 번 실제로 본 다음에 뻑 가서 한동안 엄청 따라다녔는데

그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중소기업 아이돌은 뭔가요?

말그대로 회사가 중소기업인 아이돌입니다.

사실 대부분이 중소기업 아이돌이죠

3대 기획사 - 제왑피, 약국, 스엠- 말고는 걍 다 중소기업이라 생각해도 됩니다.

특징으로는 우리가 보기에는 진짜 개좋은 노래 안무인데 뭘 해도 잘 안뜬다는 점이 있습니다.

괜히 여자친구, 방탄소년단이 중소의 기적이라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팬 입장으로는 멘탈 터지는 일이죠.


2. 아이돌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나요?

오프라인 행사에는 크게 -공개방송, 팬싸인회, 행사- 등이 있습니다.

공개방송의 경우는 음악 프로그램 녹화나 각종 방송 출연시 방청객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각 그룹 팬카페에 가면 신청 양식이나 이런게 다 있을겁니다.

제가 빨았던 그룹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공방 신청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빨리 올린 번호 순대로 공방 입장 순서를 정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유료 팬클럽이 있는 그룹이면 팬클럽증,

또는 앨범 실물과 음원구매 내역서, 거기다가 팬이 아니면 모를만한 질문（ex: 이 그룹 리더 ㅇㅇ의 별명은?）

등을 이용해서 팬 확인을 합니다.

음악방송 녹화에는 사전녹화, 사후녹화, 본방송녹화가 있는데

사전녹화나 사후녹화의 경우에는 대부분 신청자가 다 방청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본방송은 팬클럽별로 좌석 수가 할당이 되어 있는데 제가 다니던 그룹은 보통 5~10 좌석정도가 있었고

그렇기에 손이 느린 저는 항상 포기했습니다.

솔직히 사전녹화나 사후녹화는 상당한 꿀 오프인데

돈도 들지 않고 슬로건이나 출석장 등 기념품도 받을 수 있으며 무대와의 거리도 상당히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끔씩 시간대가 좆같이 잡히는 경우가 있는게 문제죠.

SBS 동촌동 스튜디오에서 새벽 1시 사전녹화라던가

MBC 상암 스튜디오에서 밤 9시 사후녹화라던가

그럼 일단 1박 생각을 해놔야 합니다.


팬싸인회의 경우

그냥 앨범을 그 회차의 팬싸인회 공지에서 지정한 음반 매장에서 존나 사거나 운이 존나 좋거나 해야 합니다.

물론 앨범을 존나 사도 운이 없으면 떨어집니다.

앨범을 존나 사는 이유가 앨범 한 장이 팬싸 응모권 한 장이기 때문인데

이 응모권이라는게 찰리와 초콜릿공장처럼 앨범에 들어있는것이 아니라

걍 앨범을 지정된 곳（ 중요합니다. 광화문 핫트랙스 매장에서 사야한다고 지정되어 있으면 다른 곳에서 앨범을 박스�� 사도 의미 없습니다.）

에서 사면 그 수만큼 직원이 주는겁니다.

거기에 이름이랑 연락처 등을 적습니다.

팬싸인회 추첨에는 손추첨과 기계추첨이 있는데

기계추첨은 엑셀인가 뭔가 아무튼 프로그램로 돌려서 당첨자를 뽑는거고

손추첨은 사람이 직접 뽑는겁니다.

물론 아무도 이 과정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자세한건 상상의 영역입니다.

보통은 다 기계추첨인데 핫트랙스 씨발놈들만 손추첨입니다.

얘네는 몇 장 사면 컷인지 감이 안와요


얼마 정도 사나요?

제가 다니던 그룹은 제 입덕 초기에는 5장 정도였는데

제가 탈덕 직전에는 20장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룹이 존나 떠서 그렇다기 보다는

맨날 가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사재끼니 지들끼리 컷수를 올린겁니다.

보통 앨범 한장에 싸면 15000원 비싸면 2만원까지도 했으니 ㅗㅜㅑ...


팬싸인회 가면 뭘 해요?

한 멤버당 1분정도 마주보고 '대화'를 합니다.

이게 진짜 좋은게

가까이서 보면 더 예쁩니다.

미치도록 예쁩니다.

와 씨발.....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예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셔야 할 사실이

티비로 볼 때 좀 못생겨 보이는 아이돌도

실제로 보면 보통 일반인중에 예쁜축에 있는 여자들 뺨을 왕복으로 갈길 정도로 예쁩니다.

그렇게 먼저 외모 보고 스턴을 받고

이런 사람과 말을 한다는것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지막에 손깍지 끼거나 악수하거나 하이파이브 하면 이미 당신은 사랑의 노예

다음 팬싸인회도 응모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몇 번 가기 시작하면 멤버들이 기억해줍니다.

이게 뽕이 존나 오져요....

앉자마자

어? ㅇㅇ친구 또 왔네요~? ㅇㅇ（이전 사인회에서 말했던 주제）는 잘 끝났아요?

이런 식으로....

다만 팬싸인회는 복불복이 굉장히 큰 오프라

대관 시간이 빡빡하면 진짜 인사만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초기 번호라서 금방 넘어갔는데 후반 번호는 시간이 남아도는 경우도 생깁니다.

ㄹㅇ 이런 날이면 현타와서 당장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근데 빠돌이는 어쩔 수 없는게 집에 와서 스스로 뇌내 보정 다 끝내고 행복해함.


행사는 말그대로 지역 행사입니다.

아이돌 행사 따라다니다 보면 진짜 우리나라에 별 행사가 많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2년동안 한 서른 곳 돌아다닌 것 같네요.

이정도도 사실은 적은 편이죠...

행사는 보통 좌석에 단차가 없기 때문에 앞자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보통은 전날에 가서 자리를 맡곤 하는데

전날충들도 과열되어서 나중에는 전날 점심부터 와서 자리 맡고 거기서 밥쳐먹습니다.

미쳤어요 다들

다만 노래를 보통 2~3곡, 많으면 4~5곡정도 부르니 그냥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게 제일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팬덤 문화

솔직히 팬덤 문화는 그룹마다 다른데

걸그룹 빠돌이 생활을 하면 알겠지만

그냥 거기 가는 사람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합니다.

잡덕이라 불리는 사람들인데

사진기 들고 다니는 사람중에 많습니다.

하긴 사진기 그게 얼마나 비싼데 집에서 놀려두고 있기는 어색하겠죠.

이렇게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통 '찍덕'

직캠을 찍는 사람은 '캠덕'이라고 부릅니다.

캠덕은 보통 행사나 싸인회때 맨 뒤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찍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

찍덕은 좀 문제가 많이 생기곤 합니다.

아무래도 거의 맨날 보는 사이니까 좆목질도 좀 심하고

찍덕 부심이 심한 사람들도 있고요.

심지어는 눈덕（눈으로만 보는 덕후）들은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다 나쁜건 아니에요.

일부가 좀 심하게 나쁜거지.



팬 커뮤니티 활동은 보통 어디서 하나요?

보통은 팬카페, 디씨 갤러리, 인스티즈, 덕후, 뭐 이런데서 많이 하는데

주로 팬카페나 디씨 갤러리 정도만 활성화 되어있을 겁니다.

팬카페는 초딩이나 아저씨가 많고

디씨는 청년층이 많은데

그래서 팬카페는 노잼이고 디씨는 너무 어그로가 많이 끼어요

그냥 취향 따라서 다니면 됩니다.

전 디씨했음.



오프 분위기는 어떤가요?

팬싸인회를 가면 사진기가 엄청 많다는거에 놀랄겁니다.

팬싸인회 하는 시간 내내 카메라 셔터 소리밖에 안들려요 ㄹㅇ임

진짜 많음

좀 근데 너무한게 멤버들이 호응해달라고 해도 보통은 셔터소리밖에 안들립니다.

생각해보면 근데 역시 호응하는건 좀 쪽팔리긴 해요.

저도 가만히 있었으니....


행사는..... 아비규환입니다.

씹덕들 끼리 암묵적으로 정한 규칙같은건 씹덕 아닌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질서와 카오스의 도가니죠.

폰카를 높이 들어서 뒤에 사람들이 아무도 무대를 못보게 한다던지

의자 위에 올라선다던지

목마를 태운다든지

출퇴근 하는 아이돌에 붙고 몰래 만지고 한다던지.

거의 다 씹덕 아닌 사람들이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같은 헤비 씹덕은 그런거 하다 걸리면 바로 트위터 조리돌림당하고 그 판 못다니거든요,

하지만 항상 문제가 생기면 우리탓으로 돌리는게 좀 억울하긴 했습니다.


공방은 다른 두개와 같지만 기다림의 연속인데 더 힘든게 이건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행사나 팬싸는 적어도 앉아있는데

이건 두시간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 해요

게시물 번호대로 줄 서서 기다리는게 1시간 이상.

거기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줄서는게 또 1시간 정도（간혹 땅바닥에 앉는 경우도 있음）

관절 다 나갑니다ㅠㅠ

그리고 SBS 인기가요는 남자는 보통 다 뒤로 보냅니다. 키때문에 카메라 가린다고.

씹새끼들...

저는 깔창 빼면 여자랑 키 비슷해서 중간에서 봤습니다.

억울하면 키 작아지든가....흑


4. 혼모노

아이돌 혼모노는

진짜 정예 혼모놉니다.

안씻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씨발 혼잣말을 세시간동안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팬싸인회 1시간 내내 소리지르는 사람도 있고

이게 만화나 게임 오타쿠는 집에 박혀있는데

아이돌 혼모노는 밖에 돌아다니면서 이지랄을 합니다.

그리고 이 혼모노들은 일반 혼모노 + 애정결핍 이 섞인 부류라

진짜 좆됩니다.

멤버들이 자기 쪽 안본다고 쌍욕박는 애들도 있음.

ㄹㅇ 정신병자.



얼마 정도 썼나요?

첫 일년에 100만원 정도 박았고

두번째 일년에는 200정도 박았습니다.

내 잔고 씨발....

그래도 그 시간엔 행복했으니까요.



5. 마치며

사실 뭐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설명했지 막상 판에 들어와보면 별 일이 다 생기거든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한 취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독을 빨고 10분정도 아이돌 모는데

모든게 힐링되는 이것이

빠심의 무서움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