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nA [6]

맨밑
neptunuse
아바타/쪽지/글검색

2024-01-05 19:18:08
85 0 6 37,774

ⓞ 추천  ⓤ 단축URL
↑ 복사 후 붙여넣으세요.
 기기를 감지하여 최적 URL 로 보내줍니다.
neptunuse
https://humoruniv.com/fear83183 URL 복사

Q. 가장 처음 본 죽음은 어떤 것인가요?
A. 10살 때쯤인가요? 눈앞에서 개가 차에 치인 걸 봤어요. 처음엔 엄청 놀랐는데 나이도 어리고 하니까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가까이 가서 봤죠. 흉측하게 깔려 죽은 개를 보고 징그럽고 토할 것 같긴 했는데, 묘하게 계속 보게 되고 좀 중독? 이라긴 뭐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그걸 계기로 살인자의 길을 선택하셨나요?
A.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니에요. 그때 이후로 고어라든가 호러에 눈을 떠서 온갖 거를 찾아보긴 했죠. 근데 그거랑 사람 죽이는 걸 연관시키지 못했고요. 우연히. 진짜 우연히 사람을 죽이게 되고, 결국 맛이 들인 거죠.


Q. 그러면 첫 살인에 대해 말해 주시겠어요?
A. 살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일부러 죽였다기보단 사고였어요. 중학교 여름방학 때인가? 친구랑 개구리 잡으러 가다가 강둑 지날 때, 장난으로 그 친구 툭 쳤는데 애가 중심 못 잡고 기우뚱하더니만 물에 빠지더라고요. 장마라 물이 거세서 구하고 뭐도 없이 순식간이었어요. 무서워서 바로 도망갔죠. 시체는 다다음 날인가에 발견됐는데 아무도 제가 한 지 모르더라고요.

Q. 친구를 죽였다는 사실이 희열을 가져다주었나요?
A. 이게 좀 달라요. 정확히 말하면 죽였다는 거 자체는 저도 좀 무섭고 슬프고 그랬거든요? 근데 중요한 게. 아무도 내 짓인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재미있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은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구나. 진짜 진실은 나밖에 모르는구나. 이 아줌마는 내가 아들 죽인 범인이란 것도 모르고 인사를 받아주네? 우리 아빠는 내가 사람 죽인지도 모르고 착한 우리 아들~ 이러고 계시네? 웃기잖아요. 전 그게 좋았었죠.

Q.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사람을 죽였나요?
A. 제가 직접 죽이는 경우는 진짜 드물었고, 마음을 살짝 가지고 놀았죠. 상황을 조종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학교건 어디건 좀 소심하고 못 어울리는 찐따랑 그런 애들 괴롭히는 양아치들.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요. 그래서 나인 거 티 안 나게 슬슬 이간질 하는 거죠. 그 양아치 놈들이 어떻게 괴롭히나 잘 보고 있다가 내가 그 괴롭힘 당한 찐따인 것처럼 쪽지 써서 선생한테 보내요. 여기서 중요한 게. 똑똑하고 젊은 선생 말고. 마음만 앞서는 개 꼰대 병신 선생들 있잖아요. 그런 선생한테 주면 진짜 대참사 나거든요? 선생이 들어와서! ‘너랑 너랑 너! 일어나! 너희가 김찐따 괴롭혔지? 선생님은 다 알아!’ 이 지랄 하면서 빠따 겁나 쳐요. 그럼 그게 해결되나? 진짜 자살하고 싶어질 때까지 복수하지.

Q.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나요?
A. 가능하지만 조금 부족하죠. 그러니까 또 반대쪽에서 밑밥을 까는 거예요. 상담해 주는 척 그 찐따한테 가서 슬슬 겁을 줘요. 너 이러다가 그놈들이 너희 엄마, 아빠까지 건들고 졸업해도 쫓아온다. 나중에 가서도 막 돈 내놓으라 하고 안주면 패고 그럴 거다. 이렇게 겁주면서 은근히. 이 '은근히'가 중요해요. 확실한 도피처는 죽음이다. 오로지 죽음밖에 해결법이 없다는 식으로 은근하게 얘기하면. 뭐 1년을 못 버티고 뛰어내리게 되어있어요. 그렇게 제가 고딩때 한 명. 군대에서 한 명 보냈잖아요.

Q. 그렇게 의도한 대로 사람이 죽으면 카타르시스를 느꼈겠군요.
A. 그쵸. 내 생각과 계획에 한치에 오차도 없이 딱 맞아떨어진 거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아요. 여전히 내 존재는 몰라요. 내가 이딴 개 쓰레기 짓을 하는데도 전혀 눈치를 못 챈다니까요. 그 쾌감 하나 때문에 시간 들이고 공들여 이 짓을 하는 거예요.

Q. 그런 류의 쾌감은 꼭 살인이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나요?
A. 그렇죠. 그래서 뭐 일방적으로는 죽는 것까진 아니고 대충 이용해 먹는거 있잖아요. 돈 빌리고 얻어먹고 선물 받고 대접받고. 돈 사기도 치고 뭐 연애사기도 치고 하는 게 보통인데, 이제 이런 거로는 만족이 안 되어서 사람 한둘 정도는 죽어야 기분이 좋아요.

Q. 굳이 힘든 사정의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사기를 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까요?
A. 그렇죠. 뭐 돈 없어서 간절한 놈들이 사기도 더 잘 당하는 것도 맞는데, 100만 원 있는 놈이 100만 원 사기 당한 거랑 아무것도 없는 놈이 100만 원 사기 먹은 거랑은 다른 얘기거든요. 당장 돈이 없다? 그럼 어째 한강 가야지. 물론, 그렇게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난 잡히지 않는다. 순식간에 피해서 아무도 나란 존재조차 모르게 된다. 이런 거죠.

Q. 그럼 지금까지 몇 명을 죽이셨을까요?
A. 글쎄요. 아예 내가 ‘죽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대충 대여섯 명은 될 거고. 간접적으로 피해 봐서 죽었다. 그니까 사기를 쳤다거나 주식이나 코인 정보로 뽑아먹어서 죽은 놈들은 대략 두 자릿수는 될 거고요. 그냥 물리적으로. 내가 찔러 죽였든 치어 죽였든 하는 놈들이 세 명이네요.

Q. 그럼 직접 죽인 이야기 한번 해주세요.
A. 이게 그런 게 있어요. 궁금하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이며 뭐며 다 바보 같은 거예요. 왜 이걸 모르지? 내가 이렇게 대놓고 작업 치는데 왜 날 못 잡을까? 왜 날 모를까?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만약에 내가 철저히 준비해서 대놓고 사람을 죽인 다음에 증거 숨기고 알리바이 만들면 그래도 날 못 잡을까? 완전범죄를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각을 봤죠.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아직 시체도 못 찾았어요. 세 놈 전부. 아직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근두근하면서 뉴스 찾아보고 한다니까요?

Q.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무작위로 죽인 건가요?
A. 정확히는 무작위처럼 보이도록 선정해서 죽였죠. 셋 공통점이 딱 하나 있는데 인생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저라는 사람과 인연이 있었다는 거죠. 옛날 편의점 알바할 때 나랑 교대 근무하던 여자애. 그리고 제가 하던 봉사 모임 부회장 아저씨. 마지막은 아마 단골 미용실 원장 이었을 거예요. 다 저랑 친근하게 대화하고 적어도 이름 석 자 정도는 알만한 사이였거든요.

Q.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이 엄청난 팁들을 함부로 말씀드릴 수는 없죠. 대신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계획을 진짜 철저하게 해야 해요. 뭣보다 좋은 건 살인사건이라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 하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철저히 준비해서 꼬리를 밟히지 않도록. 그러니까 나뿐만 아니라 죽일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동선 파악 어렵게끔 여러 상황을 만들어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끌어낸 다음 그냥 쌱! 죽이고 빠르게 뒤처리 하는 거죠.

Q. 끌어낸다는 거에 대해 딱 하나만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A. 그러니까. 그 봉사 모임 부회장이요. 취미가 캠핑이란 말이에요? 그럼 이렇게 슬슬 바람을 넣을 수 있잖아요. ‘사람 없는 곳에서 전자기기도 다 빼고 완전한 자연인 상태로 캠핑하면 진짜 정서적으로 큰 배움을 얻는다’. 그 인간 성향이 이런 정신수양에 환장하니까 어떻게 해요? 당장 계획 짜면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닌단 말이에요. 자기 이렇게 해서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예정이라고. 당연히 내가 귀띔해 준 건 말 안 하고 애초에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럼 들려오는 얘기 잘 캐치했다가 언제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서 타이밍 맞게 찾아가면? 샥! 당연히 알리바이 준비도 철저히 해서 동선 짜는 게 중요하죠.

Q. 앞으로도 들키지 않을까요?
A. 안 들키겠죠. 그게 좀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조금이라도 들키거나 해서 제가 용의자가 되면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뭔가 오점이 생기는 것 같아서 싫겠네요. 그래서 방심 안 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려고요.

Q. 그럼 이후로도 사람을 죽이실 계획이시란 거군요?
A. 그런 셈이죠. 이제 와서 굳이 사람 죽일 이유가 없는 건 맞지만, 뭐 취미생활이란 게 뭐 이유 있어서 하겠어요? 재미로 하는 거지. 뭐 눈치는 잘 봐야겠지만, 다시는 안 해야지 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Q. 그럼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여쭤봐도 될까요?
A. 모두가 다 아는 그런 유명한 살인범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모르는. 그러니까 오로지 나만 진실을 알고 나만 범인을 아는. 그런 음지의 사람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뭐 지금까지는 아주아주 성공적이고요.

Q. 그렇다면 이 인터뷰를 준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뭐 솔직히 그렇잖아요. 아무도 모르는 게 좋지만, 가끔 막 내가 너무 쩐다. 내가 생각해도 감탄스럽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어디건 누구건 자랑하고 싶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거울이라도 보면서 자문자답 인터뷰를 하는 거죠.

Q. 남들은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요?
A. 미쳤다고 하겠죠. 세수하다 말고 뜬금없이 거울 앞에서 1인 2역 연기 놀이 하고 자빠진 거 보면 내가 봐도 미친놈 같으니까. 근데 뭐 어때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데. 내가 사람 죽이고 다니는 것처럼 오로지 나만 보고 나만 아는데요 뭘. 안 그래요?

Q. 과연 그렇군요. 오늘도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A. 감사는요 무슨. 다음에 또 자랑할 게 생기면 인터뷰 요청 주세요.



By. neptunuse

* 컨텐츠 출처 : 작성자 본인

ⓞ 게 시 물    추 천 하 기
  로그인 없이 추천가능합니다.
추천되었습니다.
ⓞ 추천   ⓡ 답글   ▤ 목록
← 뒤로   ↑ 맨위   ↓ 맨밑   ㉦ 신고   ♡ 스크랩
← 뒤로   ↑ 맨위   ↓ 맨밑   ㉦ 신고   ♡ 스크랩
답글 작성하기 (로그인 필요)
로그인   메인   사이트맵   PC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