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는 일본의 요괴 중 하나로
주로 서쪽 지방에 전승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서브 컬쳐에도 자주 등장해서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요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엽거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네, 당연한 이야기겠네요. 이 친구는 요괴니까요.
이누가미를 직역하면 이누_개, 가미_신으로 개 신입니다.
이건 조금 있다가 설명 드리도록 하고 전승부터 살펴 보도록 해요.
일단 기본적인 베이스는 아사한 개를 이용한 저주술입니다.
주로 음양사들이 만드는 게 보통입니다만, 음양사가 아니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전승이 존재합니다.
세이메이의 영향으로 음양사하면 선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특한 음양사들도 존재했어요. 저주술이 전문인 경우도 있었죠.
☆ 제조 방법
일단 기본적으로 개를 굶겨야 합니다.
이 개가 주인의 사랑을 많이 받은 개일 경우 힘이 더욱 강합니다.
저주술로 활용하기에 최적화된 개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개를 굶기고 목을 벤다.
우선 구덩이를 팝니다.
개가 들어갈 거에요. 근데 머리는 묻지 않습니다.
그러니깐 개가 머리만 삐죽 튀어나오는 형상으로
묻는 것이 제작 과정에서 꽤 중요합니다.
개를 묻을 때 땅을 잘 다져야 합니다.
제대로 굶기기 전에 개가 빠져나오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묻을 때 개 주변에 장대를 여럿 박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개 앞에 맛있는 음식을 둡니다.
단, 개의 주둥이가 닿지 않을 거리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의 주둥이가 음식에 닿을 듯 말듯한 거리가 가장 좋습니다.
이제 개를 본격적으로 굶깁니다.
그 와중에도 음식을 개 앞에다가 둡니다.
금방 만든 요리로 자주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의 후각을 자극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짓거리를 반복하다 보면 이제 개가 굶어죽기 바로 직전이
될 겁니다. 그때 아까 박아두라고 했던 장대를 뒤흔듭니다.
개가 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주변의 땅을 느슨하게 만드는 거죠.
개가 구멍에서 탈출해서 먹이를 먹으러 돌진할 겁니다.
이때 개의 목을 단 칼에 베어 버리는 겁니다.
이 모든 게 개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사람에 대한
원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죠.참으로 잔인한 방법입니다.
참고로 이건 "염매"라는 저주술을 개에 맞게 변형한 겁니다.
염매란 중국과 한국 등에서는 나라에서 금지 시킨
3대 저주술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말씀 드리죠.
이 목을 베어 개의 원혼을 저주 받을 상대에게 날려 보내는 겁니다.
주로 음양사들이 이누가미를 만드는 이유가 이겁니다.
정확한 대상에게 저주를 날려 보내기 위해서죠.
주로 정적을 제거하는데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 다이묘들은 이러한 저주들을 두려워 했기에
음양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능력이 강한 음양사는 날아오는 이누가미를
되받아쳐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독특한 발상이네요.
좋은 의미로 일본 답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전승을 하나 소개해 드리죠.
한 다이묘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에겐 앙숙인 정적이 존재했습니다.
정말 눈에 가시였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이 다이묘는 이누가미를 보내기로 결정했거든요.
앞서 서술한 방식대로 이누가미를 만들어 보냈습니다.
문제는 상대 다이묘에게도 음양사가 있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다이묘들의 음양사 둘은 힘이 거의 동일했습니다.
날아온 이누가미를 되받아치자 이누가미는 제작자에게로 날아갑니다.
제작자측 음양사가 다시 이걸 받아치고, 또 상대 음양사가
또 다시 받아첬습니다. 마치 베드민턴 같네요.
이 짓거릴 며칠을 계속 했다고 해요.
그걸 바라보던 어린 아이 하나가 다이묘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꽤 큰 돈을 준다면 이 일을 해결해 드리겠다고 말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까요.
자신이 제작한 이누가미에게 죽게 생긴 다이묘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꼬마는 곧장 상대편 진영으로 달려가 상대 음양사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정말 절박하게 혼신의 연기를 다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아빠-!! 살려줘-!!"
아이의 비명을 들은 상대측 음양사는 순간 자신의 아들이
무언가 변을 당했구나, 하고 시선이 분산됐습니다.
그리고 그 찰나에 날아온 이누가미에 의해서 다이묘는 살해당했고요.
일본만화 누라리횬의 손자에서
이렇게 목을 날려 공격하는 연출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모르고 보면 얜 왜 목을 날릴까 싶지만 작가가 고증을 잘 한거죠.
다른 전승들을 살펴보면 이 설화처럼 1회성이 아니라 수족을 부리듯이 할 수도 있었다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물려줄 수도 있다는 전승도 있죠. 어머니 쪽 피로만 물려 주는 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뭐 역시 전승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거죠.
일종의 스노우볼입니다. 전승이라는 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살이 붙거나 변형되는 경우는 몹시 흔한 일이죠.
자, 이제 염매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개를 아이로 대체하기만 하면 됩니다. 단 땅에 묻는 경우는 거의 없고
큰 통이나 동굴등에 가둬서 만듭니다. 옛날엔 자식이 많은 가정이 많았고 아이가 없어져도 며칠 찾아보다가 들짐승에게 먹혔겠거니 하는 경우가, 평민층에선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죠.
...의외로 현대에서도 염매를 만드려고 납치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나라에서요. 70년대에 일어났던 유아 납치사건의 범행동기가 염매 제작이었다는 모양입니다.
이 쪽은 목 대신 손을 자릅니다.
나중에 글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글의 초반에 언급했던 이누가미라는 이름에 대한건데요.
그건 그냥 후환이 두려워서 그렇게 된 겁니다.
일본은 정말 많은 것을 섬기고 숭배하죠.
너구리나 여우, 고양이나 뱀 그리고 개 까지도요.
이누가미의 경우 자신들이 죽인 개의 원혼이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싶어서 사당을 세우고 섬겼던지라 이누가미란 이름이
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본다운 발상입니다. 이번엔 나쁜 의미로요.
이상 이누가미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은 중국이나 유럽권 귀신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유럽권은 귀신이라기보단 악마라던가 도시괴담쪽이 많으니
아마 중국 귀신이나 요괴에 대해 적게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