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동기거나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를 다녔다면 기억들을 하고 있을 썰이다.
아직 쌀쌀함이 조금 남아서 따뜻함과 줄다리기 하고 있던 4월중순경.
교생시즌이었고 우리학교는 지정학교? 그런걸로 교생쌤들이 아주 많이 왔었다.
그 중 보건교생쌤이 두 분이 오셨는데
한 분은 그냥 수수하고 단정하신 느낌（절대 못생긴게 아님 하지만 크게 특징은 없는....） 뭐랄까 풍기는 분위기도 되게 차분한 느낌의 교생쌤이었고
나머지 한분이 연예인 싸다구 후려갈기는 포스의 미모를 가진 교생쌤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몸매도 ㅗㅜㅑ 했던것 같다.
왜 굳이 교사를 하지?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강당에서 교생소개를 하던 당시 남고의 많은 학생들이 그 선생님이 인사를 할때 환호성을 질렀다.
그 시즌에 우리 학교는 신체검사를 했었는데
음... 기억을 짜내서 글을 쓰고 있긴한데 원래 체력검사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받는거였던가? 기억이 잘 안난다....
그 중 시력검사는 체육관에서 진행되었고
원래있던 보건쌤, 교생쌤 두 분, 이렇게 총 3대의 시력검사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그 3대 중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줄을 서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아무튼 나도 이것저것 검사를 받고 시력검사를 받으러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체육관 입구까지 뱀처럼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시력검사에 사람이 왜 이리 많지? 싶은채로 입장을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 하면 대충 느낌이 오려나?
줄은 매우매우매우 편향적이었다.
그나마 원래 있던 보건쌤은 애들이랑 좀 친한편이어서 그런지 그냥저냥 어느정도 애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편이었지만
수수하신 교생쌤은.... 몰라........... 내가 간 타이밍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단 한명도 줄을 서 있지 않았다.
그리고 미모의 교생쌤이 맡은 시력검사대는 줄이 너무 길어 체육관 바깥까지 줄이 있을정도였다.
수수하신 교생쌤은 바닥을 보고 의자에 앉아계셨고 미모의 교생쌤은 바쁘게 시력검사를 하고 계셨다.
당시의 나는 남고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진심으로 미모의 교생쌤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고（애초에 보건교생이라 볼일이 별로 없었음）
그 너무나도 대비되는 빈부격차의 줄을 보고
수수한 교생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수수한 교생쌤 시력검사대에가서 그 눈가리는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내가 시력검사를 받으러 오자 엄청 활짝 웃으면서
그 1분도 안걸리는 시력검사를 되게 기분좋은 하이톤으로 열심히 해주셨던 교생 선생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력검사를 마치고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시던 모습까지.
그게 내가 그 선생님과 직접? 간접? 뭐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화답지 않던 대화를 했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애초에 보건실을 갈일도 잘 없고 보건쌤이 수업을 들어오질 않았으므로.
그리고 수년 뒤, 이번에는 내가 그 때의 교생선생님과 똑같은 상황으로 고등학교에 교생으로 나갔다.
아 물론 나는 보건교생은 아니고 과학이다.
교생을 나가서 수업을 해보고 애들을 대해보니 그때의 보건교생쌤 생각이 많이 나드라.
그때는 교생쌤들이 다 어른인줄 알았는데
내가 교생이 되어보니 사실 애들한테 가기 전 선물돌릴때도 가성비 따지면서 허덕허덕 해야하는 어린 대학생이었다.
애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반응 하나에 되게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내가 뭐 잘못했나? 혹시 내용이 틀렸나? 싶은.....
나는 남녀공학에 교생으로 갔었고 맡은반 애들이 착했고 그래서 다행히도 연구수업까지 내가 맡아서 할정도로
애들이랑 잘 지내다가 돌아왔지만
그때의 그 수수한 보건교생쌤은 남고에와서 그런식으로 대놓고 보이는 어떤... 차별? 속에서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 물론. 그 당시에 교생선생님들 돌아가고나서 애들 소문을 들어보니
미모의 교생쌤은 애들한테 성희롱을 그렇게나 당했단다...... 나뿐 놈들...
누구나 다 자신의 위치에서 힘든일이 있긴하지.
아무튼 뭐...... 그 수수한 보건교생쌤은
지금 보건교사가 되어있을수도 있고, 뭐 다른 일을 하고 행복하게 잘 사실수도 있겠지.
아직도 임용 공부를 하고 있는 나는 문득문득 그 때의 그 교생선생님을 생각하면
뭔지 모를 어린날의 추억에 가슴한켠이 서글퍼진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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