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21: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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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치킨No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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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앉아 권총을 턱에 대고 있었다.
불과 1주일.
1주일간 찾아온 불합리한 불행은
나의 삶의 의지를 꺽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막상 죽는다고 생각하니 역시나 무서워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친 채 차마 당기지 못 하고 있었다.
왜 내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왜 나는 이런 방식으로 도망치려 하는거지?
사건을 공론화 시키자.
사건사고 유튜버 여럿에게 메일을 보내
내게 일어난 사건들을 영상화해달라고 구걸하자.
턱에 총을 들이민 채로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설득들을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오로지 내 편이었고 수많은 방법으로
나를 살리고자 했다. 화를 내기도 하고
합리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라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목소리는 부단히도 나에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목소리는 나의 생각이고,
나는 이 젊은 나이에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살고 싶다. 형용할 수 없을만치 살고 싶다.
근데 너무 피곤해...너무 괴로워...
회사에서는 터무니 없는 사유를 들어 나를 질책했고
나의 가치를 깍아 내렸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작성한
시말서까지 성의가 없다느니 본질을 짚질 못 했다느니
하며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미친 부장 새끼.. 동생 같다느니 어쩌니 하더니
시말서를 퇴짜 놓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대체 어느 회사에서 시말서를 퇴짜 놓는단 말인가.
1주일 내내 회사에서 한 일이라곤 시말서를 쓰고
시말서를 퇴짜 맞은 것이 전부다.
언제부턴가 이 시말서도 퇴짜겠지 하며
시말서를 적고 있었다. 생각대로 퇴짜였고.
아내는 나와의 접촉을 꺼렸다.
말도 걸지 않고 회사에서 돌아와도 한번 쳐다보고는
전화로 하릴없이 수다를 떠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다.
밥도 차려주지 않고 밥도 같이 먹어 주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며 어르고 달래보아도,
화를 내고 소릴 질러도 그저 시큰둥한 반응이다.
어느 순간부터 작은 방에서 따로 자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바쁘댄다.
시말서만 적으면 되니 월급루팡이 따로 없다며 낄낄거린다.
이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 하겠지.
그야 나도 내 얘기가 아니었다면 우스갯소릴 했을테니깐...
자기들끼리 잘 떠들다가도 내가 오면 잠시 찾아오는 정적이,
친구들과의 거리감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새 나는 이 녀석들에게 불편한 무언가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딴 거 알고 싶지 않았는데....
부모님에게 기댈수도 없었다.
나도 서른 중반인데 부모님에게 떼를 쓸 수는 없으니깐...
대신에 정신과에서 고민을 토로하곤 했는데
처음엔 열정적으로 상담해주던 의사도
어느 순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말서만 작성하는 직장인.
시말서가 퇴짜 맞는 게 고민인 직장인이란 게
꽤나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매일 8시간을 빌어먹을 시말서를 적는데 사용하고
시간을 내 방문한 정신의에게는 제 발로 걸어온 원숭이 취급을 당하고
밥 대신 눈칫밥이나 먹고 친구들에겐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된 개 같은 현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왜 내게 이런 일이?
내가 무언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도 저질렀나?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은거야 뭐야 대체...
그보다 지금 나 뭐하냐... 바보처럼..
그 순간 시끄러운 발 소리가 들려왔다.
열에 들뜬 목소리와 웃음소리, 무언가 소란스런 소리가
내 방을 향했고, 곧장 문이 열렸다.
"서프라이즈-!!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부장을 비롯한 회사 동료들,
대학 시절 만나 결혼한 아내,
동네, 학교,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주치의...
서프라이즈.... 그래, 진짜로 놀랐다.
너무 놀라서 두 손을 움켜쥘 만큼....
두개골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 놀란 얼굴, 비명소리, 핏방울...
그 것들을 다 받아들이기도 전에, 암흑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