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원한 깊은 귀신）은 빈 집터에 머문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십년!
그것들은 제주（제사 지내주는 사람）의 밥을 먹으며 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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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이모네가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다섯 식구인 이모네는 형편이 넉넉치 못해서 그동안 월세와 전세를 전전했었다.
그러다 마침내 근사한 앞마당까지 있는 2층 양옥집을 샀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는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계약했다고 했는데 집주인이 급히 이민을 가게 되어서 서둘러 팔았기 때문이란다.
집주인은 60대 후반 할머니...
아무튼 이모네는 드디어 자기 집을 가지게 되었다며 들떠 있었다.
하루는 이모가 엄마와 나누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장?? 아니 무슨 이장이 이삿날을 알려줘? 난 또 처음 듣네."
"집주인이 꼭 그 이장댁에 가서 이삿날을 받으라고 그래서. 자기도 그 집 짓기 전에 이장한테서 날 받아서 지었다고...! 용하데 그 이장이란 사람이..."
"뭐야... 그래서 날 받아왔어?"
"응. 근데 좀 이상한 말을 하더라..."
"무슨 말?"
"저기 그게 말이야..."

이모의 이야기는 내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집주인이 추천한 이장이 말하기를, 이사 전 날 반드시 어딘가에 들러서 자기가 써준 부적을 태우고 식구가 전부 술 한 잔씩을 치며 절을 하라는 것이었다.
안 그랬다가는 나쁜 기운을 안고 들어간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모네는 결국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면...
그는 바로 이모의 둘째딸이자 나와는 동갑인 이종사촌 장수진이었다.
나중에 수진이는 이장의 말을 듣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 아줌마가 그러더라. 그 양반한테 절하지 마라. 큰일난다 라고...."
"그 양반이라니...? 누구? 그리고 아줌마는 또 누군데?"

내가 묻자 수진이는 고개를 저었다.

"동네 무당이래. 근데 누굴보고 절하지 말라는지는 나도 몰라."

이장이 알려준 장소는 뒷산 중턱의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였다.
수진은 기분이 찜찜해서 끝내 절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그 후 이모네는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한동안은 꽤 행복했다고 한다.
얼마 후 그 괴변들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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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무슨 꿈이 그리 흉하오"

이모네의 괴변은 괴상한 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모의 시부모님 제삿날에 이상한 꿈을 꿨다는 것이다.
꿈 내용은 이러했다.
문 밖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돌아가신 시부모님 두 분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배가 고프다며 울고 있었다는 것.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그 앞에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등을 진 채 딱 지키고 서 있었다고 한다.
더욱 소름 돋는 일은 수진이도 이 꿈을 똑같이 꿨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괴변은 늦은 밤 거실에서 괴인을 목격하게 되는 일이었다.
하루는 이모가 잠을 설치다 문득 1층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내려갔더니 중절모를 쓴 어떤 사람이 냉장고 문을 열고 뭔가를 찾고 있더란다.
뭔가 중얼중얼거리면서...

"막걸리.. 막걸리..."

너무 몰라서 비명소리를 질렀을때 그 사람이 휙 뒤돌아서서 눈이 마주쳤는데 이모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그 사람은 눈이 움푹 파여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하였지만 타인이 집안으로 침입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사람들은 이모가 헛것을 봤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소름돋는 사실은 막걸리를 찾는 괴인을 목격한 이가 이모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수진이 역시 괴인이 냉장고를 뒤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세번째 괴변은 가족들의 알 수 없는 각종 사고들이었다.
그 첫 스타트는 첫째 아들 철진.
철진은 부산 소재의 회사에 합격하여 부산으로 독립을 준비했는데 집 떠나기 전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집에 눌러앉게 되었다.
막내 규진도 알 수 없는 극심한 빈혈에 시달리게 되는데, 평소 건강했던 아이라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규진의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녀석이 입대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 사나흘 전부터였다.
그 다음으로는 이모부의 갑작스런 사고다.
이모네는 이사 후 각종 괴변에 시달리면서 불화를 겪게 되었는데, 집을 팔고 나가자는 이모부와 이를 반대하는 이모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모부는 짐을 싸서 혼자라도 나가겠다고 했고, 이사 전날 이모부는 갑자기 사지가 마비되는 괴증상에 시달렸다.
병원의 진단은 중풍 비슷하다는 애매모호함이었다.
결국 이모부도 그 집을 떠나지 못했다.
돌아보면 식구들 중 누구라도 집을 떠나려고 하면 해를 입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