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Bilver9 님의 작품 '기계식 주차장'을 2차 창작한 스핀오프입니다.
* 글을 읽기 전 반드시 Bilver9 님의 '기계식 주차장'을 먼저 읽으시길 권합니다.
* 2차 창작을 허락해주신 Bilver9 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기계식 주차장에서 일한다.
좁은 공간에 기어 들어가는 것도 꺼림직하고
툭하면 고장이 나는 것도 짜증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이런 케이스다.
"아오 좆같네 씨발! 야! 관리인! 이 좆같은 새끼야 좆도 씨발 너 이거 어떡할거야?"
"예 무슨?"
대체 뭐하는 놈들일까? 입에 좆을 달고 사는 이런 놈들은....
"무슨은? 닝기미 좆이다 이 좆만한 새꺄! 야! 너 차에 이거 기스 보여 안 보여?"
"그.... 그럴리가요? 저희가 철저히..."
"철저? 좆까! 그럼 지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좆같은 소리 말고 책임자 나오라고 해!"
뻔한 수작이다.
주차장 차의 대부분은 직원들이 직접 발레파킹 한다.
그외 특정사유로 손님들이 직접 주차를 할 경우엔 예외없이 따라붙어 확인한다.
따라서 내가 모르는 흠집이 생길 가능성은 제로.
놈은 흠집을 핑계 삼아 돈을 뜯으려는 진상임에 틀림 없었다.
고깝긴 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CCTV를 확인하자
책임자를 불러라.
경찰에 신고 하겠다.
리볼버 한 방이면 머리통에 예절 주입이 가능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아쉬운 건 우리쪽이니까.
"이거 받으시고 화 푸십시오 손님"
"좆같은 조선 놈들! 이 병`신들은 꼭 욕을 처 먹어야 말을 듣는다니까. 안그래?"
"키킥, 그러게 말야. 근데 오빠 저거 저번에 오빠가 긁은 거 아냐?"
"뭐? 아니야! 쉿! 쟤 듣겠다!"
"피, 아니긴 뭐가 아냐. 와 근데 이게 얼마야? 꽁돈 생겼네?"
그래, 사소한 일로 중요한 거사를 그르칠 순 없으니까.
그날 오후, 난 업무차（?） 건물 밖 주차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치칙... 야외 주차장 준비 됐나?]
"이상무"
내 임무는 표적이 제 발로 기계식 주차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러려면 외부에 남는 주차 공간이 없어야 한다.
이제 막 마지막 칸을 채우고 있는데 낯익은 차량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입구를 통과했다.
눈에 익다.
차량 뒤편의 흠집.
틀림 없이, 오늘 오전의 그 진상이다.
넋 놓고 구경항 여유같은 건 없었다.
그 멍청이는 오늘의 표적이 아니고
다른 차가 들어왔다는 건 오늘 일에 중대한 혼선이 생길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토끼굴에 여우가 들어왔다."
무전기을 통해 보고하자 본부도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
[여우? 토끼굴에 왜 여우가 들어와! 무슨 소리야? 사람이 바뀌었단 거야?]
"......"
왜일까?
'아오 좆같네 씨발! 야! 관리인! 이 좆같은 새끼야 좆도 씨발 너 이거 어떡할거야?'
'무슨은? 닝기미 좆이다 이 좆만한 새꺄! 야! 너 차에 이거 기스 보여 안 보여?'
'철저? 좆까! 그럼 지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좆같은 소리 말고 책임자 나오라고 해!'
답은 너무나 명확한데
알 수 없는 기대감（?）이 한순간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런 나를 꾸짖듯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본부다. 정신 똑바로 차려! 길목에 포진한 에이스, 브라보, 찰리에게 교차 확인 했는데 전부 이상없다는데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아닙니다. 지금 들어간 차는 오전에..."
[시끄럽고! 명령이야! 작전 속행해!]
헛웃음이 나왔다.
책상에서 펜대만 굴리는 본부측 관리자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선 교훈처럼 통하는 말이 있다.
[여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거스르지 마라]
운명의 여신이 작정하고 장난을 치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동시에 섵불리 운명을 거스르려 했다간 더 큰 화를 입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얼마나 공교로운 운명의 장난인가?
아침의 밥 맛 없는 진상과 뒤바뀐 목표물
게다가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가.....
하필 나라니.
나만 입을 다물면 운명의 수레바퀴는 저 눈 먼 바보를 나락 저 깊은 곳으로 팽개칠 것이다.
그리곤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처참히 짓이길테지.
'멍청아, 뭘 기대하는건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마음같아선 속은 척, 여신의 장난에 동조하고 싶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다.
프로로써, 일을 망치는 것도 싫지만
그게 겨우 저 따위 하찮은 인간 때문이란 건 납득할 수 없었다.
"다시 요청드립니다.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놈이라구요!"
[시끄러워! 면밀히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다. 임무는 속행이야!]
세상에 이렇게 답답한 인간이 또 있을까?
절차대로라면 관리자를 설득해야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안돼! 기다려!"
주차장의 멍청이를 막기 위해 황급히 차량 엘리베이터 입구로 내달렸지만 아뿔싸.
'끼릭, 끼릭'
기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낡은 구형 터빈이 처형대를 수십미터 위로 끌어 올린다.
'사람 살려! 이 좆같은 새끼들아! 좆도 뭐하고 있냐!'
아우성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아침의 그 놈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붉은색 정지 버튼을 누르려는데 무전기가 울렸다.
[야 이 좆같은 새끼야! 너 지금 항명하는거야? 그거 누르면 너부터 뒤질 줄 알아!]
"이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 그래 좋아. 눌러! 대신 지금 그 판단.... 만에 하나라도 틀리면 아주 큰 후회를 하게 될 거야.]
"좋으실대로."
이해는 한다.
현장을 모르는 관리자와 현장에서 구르는 최고 경력자.
흔히 있는 기 싸움이다.
하지만 그게 임무에 영향을 주어선 안된다.
'끼릭, 끼릭'
붉은 버튼을 누르자, 추락사 위장용 처형장치가 반대로 움직이며 아쉬운 소리를 낸다.
소름끼치는 놈.
저 소리가 끝날 무렵엔 언제그랬냐는 듯 평범한 기계식 주차장치로 변해 있을테지?
그와 함께 살려 달라는 놈의 아우성소리도 점점 가까워져 왔다.
"살려줘! 씨발 좆같네!"
'끼이이이익-쿵'
1층에 도달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자 놈이 유리창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내밀었다.
이마에 땀이 흥건한 걸 보니 딴엔 겁을 좀 먹은 모양이다.
놈이 얼굴을 내밀자 빠르게 고장에서 회복된（?） CCTV가 신이 나서 도리질을 친다.
목표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이거지.
하지만 어쩔까?
"본부. 확인했나?"
[본부다. 확인됐다.]
"이 사람 맞아?"
[이 사람이... 아니다.]
'덜컹'
'open' 이라 쓰인 초록 버튼을 누르자 비로소 문이 열린다.
표정에 묻었을지 모를 일말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아이고,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착각을 해버렸어요."
겨우 살아났다는 생각에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까?
녀석이 땀에 젖은 이마를 쓸어내리며 어제 막 입대한 신병처럼 다소곳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저는 괘... 괜찮구요. 네. 까딱없습니다. 네! 그럼요. 히이익! 저 가... 가봐도 될까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
때마침 진짜 표적이 주차장에 당도했으니까.
흙먼지를 날리며 떠나는 녀석을 보고 있는데, 기다렸던 진짜 표적이 다가와 말했다.
"와 이거 좆나게 오래돼 보이네, 어이! 이거 괜찮은거지?"
유행인가?
요즘 애들은 왜 입에 좆을 달고 살지?
그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앙큼한 계집이 아닌가?
운명의 여신 말이다.
"본부, 방금 나간 차량, 위치추적 바랍니다."
[나대지마! 이 새끼야! 방금 그 놈은 정황상 아무 문제 없었어.]
"아니요. 눈치 챈 게 확실합니다."
[하아, 씨발 이 좆같은 새끼, 야! 너 근거도 없이 자꾸 이럴 거야? 요즘들어 너 지나치게 독단적이야! 아까도 그래! 멋대로! 보고도 없이! 상사인 내 명령도 없이 자의로 작전을 중단 시키려고 했잖아! 사람 바뀐 거 알아냈다고 너 지금 우쭐대나 본데? 웃기지마 이 좆같은 새끼야! 내가 어떻게든 니 새끼 모가지를 날려 버릴 테니까! 알겠어? 이 좆같은 새끼야?]
본부 측 관리자는 예의 그 흥분된 억양이었지만,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운명의 여신은 내 편이니까.
"이 바닥에 있다보면 가끔 입에 좆이 달린 채 태어나는 개새끼들이 있어요?"
[뭐? 너 지금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야?]
"예, 그게 일종의 불치병인데, 방금 그게 완치된 기적을 봤거든요. 일단 이 건부터 끝내고 너도 그렇게 해드릴게요."
끼릭-끼릭-턱.
'콰아앙!'
맹렬한 굉음이 주차장에 울려퍼졌다.
나는 조용히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소음기를 장착했다.
하아 씨발, 이 좆같은 새끼들....
끝.
-추가-
[끼이이익 끅]
"아오 씨부랄 브라보 이 병신 새끼야. 넌 주차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
"아... 그러게 내가 이거 안한다고 그랬잖아요. 찰리!"
"안 하면, 내가 혼자 다하라고? 이거 어쩔거야? 수입차 같은데 쫙 긁어 놨네."
"몰라요. 이따 관리인 형오면 대가리 박아야지 뭐."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쨰자."
"예? 뭐요?"
"그찮아. 차만 저 쪽에 옮겨대면 누가 했는지 어떻게 알어? 너 차 탈 때마다 매번 확인해?"
"차요?"
"그래? 차 탈 때, 차에 기스 났나 안 났나. 매번 확인하고 타냐고!"
"아, 안 하죠."
"그니까. 내가 보기엔 이 새끼도 이거 긁혔는지 아닌지 안 봐. 안 그래?"
"그.... 그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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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좆같네 씨발! 야! 관리인! 이 좆같은 새끼야 좆도 씨발 너 이거 어떡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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