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금테안경을 쓴 시니컬한 표정의 한 남자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테이블을 두고 맞은편에 앉은 다른 남자는 여유가 있는 표정에 맑은 눈을 가지고 상대 남자를 빤히 바라본다.
1분 정도의 침묵이 지나고, 안경을 쓴 남자가 질문을 시작했다.
- 당신은 결혼을 하셨습니까?
"네 이쁜 아내가 있고 결혼한지 3년 됬습니다."
- 아내는 어디서 만나셨나요?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만났어요. 다른 부서에 있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이직해서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 지금 두분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3년이나 됬지만 아직도 풋풋한 신혼분위기 입니다. 다만 최근들어 아내가 조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긴 했어요."
질문을 하던 남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대답을 하던 남자는 이를 못본건지 계속 밝은 표정으로 성실하게 답변을 임하려는 자세다.
- 다른 질문을 해볼께요. 당신의 직업은 어떻게 되나요?
"제과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 거기서 어떤 일을 하시죠?
"주로 사탕이나 젤리같은 것들을 디자인하거나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당신 앞에 놓여있는 저 젤리도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이죠."
남자가 오른손 검지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탕바구니를 가리켰다.
"얼마 전에는 마라맛 매운 곤약 젤리를 개발해서 내놓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시장 반응이 별로 좋지가 않네요 하핫."
대답을 들은 안경 쓴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차트의 페이지를 하나 뒤로 넘겼다.
- 자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충격 받으시면 안됩니다. 진웅씨, 성함이 김진웅 맞죠?
대답하는 남자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 김진웅씨, 사실 당신은 결혼을 하지도, 사탕 회사에 근무하지도 않습니다.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네? 이게 무슨..."
- 일단 들어보세요. 당신이 아내라고 생각하는 그 여자는 아직 결혼도 안한 대학생이고, 당신은 그녀를 스토킹 한 죄로 여기 계신거에요. 아시겠어요?
"선생님 도통 무슨소리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무슨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겁니까?"
- 당신은 한 여자를 3년째 쫒아다니고 있는 스토커구요, 직장이 없는 백수인데다가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 기숙사를 기웃거리다가 체포되셨다구요.
남자는 잠시 흥분한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금방 진정하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에이 장난은 그만하시죠. 설령 제가 진짜 그랬다면 진작에 법의 심판을 받았겠죠. 안그래요?"
그러자 오히려 안경 쓴 남자가 더 답답한듯 목소리를 높였다.
- 당신은 지금 이 모든게 다 장난 같아? 당신은 지금 조현병 증세가 너무 심한 나머지 현실과 상상을 전혀 구별하고 있지 않다고! 그러니까 빨리 치료받아야 된다는 얘기야!"
"장난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더 이상은 너무 불쾌해서 진행 못하겠네요. 왜 애먼사람 범죄자 만들고 멀쩡한 아내를 상상속의 생물 취급하는 겁니까?"
- 장난이 아니니까 그러죠 진웅씨.
안경 쓴 남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 사실 지금 우리가 이 대화를 하는게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처음 우리가 얘기할 때 당신은 우리나라 3대 로펌 중 하나에 다니는 변호사라고 했어요. 두번째에는 대학교 물리학 교수라고 했고. 세번짼가 네번짼가에는 무슨 야구선수였다가 가수라고도 했는데 오늘은 사탕 회사 직원이네요.
"나 당신 오늘 처음봐요.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 진웅씨, 진정하고 떠올려봐. 아내의 이름이 뭐고 다니는 회사는 어디에 있으며,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이 언제인지.
남자는 아랫 입술을 꽉 깨문채 시선은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다시 고개를 내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정면에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흥미롭다는 듯 빤히 쳐다보는 안경 쓴 남자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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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결혼한 아내의 이름은 이민지. 회사는 집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거리에 본사가 있고 공장은 옆동네에 있어. 일주일에 3번은 본사로 두번은 공장으로 출근하는데 어제 금요일에 본사로 출근했다가 퇴근했고, 오늘 내일 주말이라 쉬고 이틀뒤에 다시 본사로 출근해. 이래도 내가 거짓말 한다고?"
- 망상이 꽤나 구체적이네요 당신. 사실상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어요. 당신이 쫒아다니던 그 여자는 이민지가 아니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탕 회사는 본사랑 공장 모두 다 해외에 있는 수입과자구요. 당신 집이 이 경찰서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거리에요. 이제 현실을 좀 깨달으셨어요?
남자는 혼란스러운 듯 양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아니야 말이 안돼. 난 이 모든 기억들이 생생하다고. 오늘 아침에 아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같이 온거고. 그런데 무슨 경찰서고 대학교 기숙사며 다 무슨얘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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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진웅씨. 사실 여긴 병원이 맞아요. 당신 아내가 어떤 병을 겪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중입니다.
"...네?"
- 방금 어떤 기분이셨죠? 마치 당신이 알던 모든 세상이 다 부정당하는 것 같지 않으셨나요?
"네 그런데 무..무슨..."
- 이게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에게 당신이 환자라는걸 알려주었을 때의 반응입니다.
"그렇다는 건..."
-네. 당신의 아내 이민지 씨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더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으셔야 해요. 충격받을까봐 아직 당사자에게 얘기하진 못했는데 보호자분에게 먼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지금 주사실 침대에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 겁니다. 주사 다 맞을때 까지 곁에 계셔주시다가 다시 부르면 여기로 함께 와주시겠어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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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반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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