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앞서 밝혀야 할 것이 있네요.

웃대내 타 게시판에 몇 차례 언급한 바가 있지만

저는 매일 2시간 20분~40분 정도를 걷습니다.

외가와 친가 모두 당뇨가 있기에 제가 당뇨병에

걸릴 것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당뇨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당뇨 합병증의 무서움을 눈으로 보고 자랐기 때문에

저는 그 좋아하던 술도 끊었습니다. 술과 당뇨질환자는 상극이니까요.

허나 30대 남성이 식단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일입니다.

특히,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그걸 줄이기가 힘들어서

내 몸에 들어온 당분을 모두 써버리면 그만 아냐?

라는 단순한 발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산책로로 선택한 길은 사실은 사람이 오가는 길이 아닙니다. 인도랄 것도 없고 근처에 논과 밭, 목축업 우리와 산이 있는 그런 국도에요. 그래도 경치도 좋고 완만한 경사로도 꽤 긴 편이라 걷기 운동을 하는데 제격이에요.

사흘 전에도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이 된다는 게 느껴질만큼 땀을 주륵 주륵 흘리면서 말입니다. 그런 제 옆으로 승용차 한대가 살며시 다가왔고, 길을 물으려는건가? 싶어서 저는 귀에서 이어폰을 뺏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게 한 말은 태워드려요? 였어요. 운동 중이었으므로 웃으면서 괜찮습니다, 라고 사양했고 운전자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한번 숙여 인사를 한 뒤 저를 지나쳐 갔습니다. 이 날의 저는 매너 좋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방금 전 자다 깨서 담배를 하나 태우다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어요.

제게 호의동승을 제안한 남자가 제게 행선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요. 뭐... 외길을 따라 쭉 가면 마을이 있긴 한데, 그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드문 드문 민가가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가기 얼마 전 다른 마을로 가는 길도 나 있고요. 제가 마을과 떨어진 민가에 살거나 다른 마을에 갈 거라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에요. 당시 위치상 걸어서 50분은 가야 마을이고 제가 드문 드문 나오는 민가를 향해 가는 중일수도 있는건데요...

보통 호의동승이라는 건 운전자가 목적지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태워주거나 장대비가 오는 등 보행자가 이동함에 있어 불편을 겪고 있는 와중에 운전자가 동승을 제안하는 것이기에 가장 먼저 물어 봐야 하는 것은 차에 탈 의사가 있는지가 아니라 행선지가 어디인가 입니다.

행선지가 운전자와 같거나 운전자가 지나치는 장소라면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길이 중간까지만 같으면 중간에 내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좌우간 행선지는 필요한 법이죠...

요즘은 사건사고도 많고 타인의 차에 타는것도 타인을 자신의 차에 태우는 것도 꺼려하는 분위기이기에 호의동승 자체가 많이 줄었지만 제가 20대때는 호의동승에 꽤 잘 응했던 걸로 기억이 나요. 버스보다 빠르고 편한데다 공짜고... 그냥 당시 운전자가 

"당연히 직진으로 10여분 정도 운전하면 나오는 마을이 목절지 일거다."

라 여겨 행선지를 묻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뭔가 께름칙한 건 별 수 없네요. 내게 보여준 그 미소가 내가 해석한 의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여성분들은 호의동승에 주의하도록 해요. 이건 차별적인 발언이 아니라... 매해 호의동승을 이용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우리 나라의 유명한 연쇄 살인마 중 일부도 호의동승을 살인의 수단으로 활용한 바가 있어서 그래요.

남성분들도 어지간하면 호의 동승에 응하지 않도록 해요. 하필 운전자의 성 취향이 남과 다를수도 있고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게 끝이에요. 뭐 다들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