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리 똑바로 안 할거야?!"

익숙한 데시벨의 호통은 죄송한 척 눈만 끔뻑이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그래 너는 떠들어라, 할 줄 아는 건 그거 밖에 없고, 그렇게 10분이 좀 안됐을 땐 제 풀에 지쳐 그저 '나가' 라는 말 밖에 없을테니.

"나가!"

옳타구나 하고 방에서 나가선 한 숨을 걸쭉하게 한 번 푹 내쉬며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사고는 맞지. 불가항적인. 근데 뭐 이제 크게 의미 없지 않나.'

이렇게 닦이는 건 하루이틀까진 아니였다. 하지만 걍 억울하다 생각할 짬도 지났고, 걍 오늘할 일처리도 꽤 있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감정에 하나하나 신경은 쓰여도 쓸 겨를이 없다.

뭐 '사고처리팀' 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처럼 알아서 잘 처리해줬는데. 그거에 대해선 나름대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왜 화는 지가 내는건지.' 라는 생각은 너무 어린건가.

뭐가 됐건 이번 일은 명확히 우리 팀의 잘못은 아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충 유전공학이라 치면 되려나.

생물 간 교잡, 사물의 형질을 가진 생물 창조, 아니면 그 반대거나.

세간에 알려지면 꽤나 문제가 될만한 일이긴 하나, 어쩌겠나. 위에서 시키는 건 해야지.

하는 일은 직접 만드는 것보다도,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격리하고, 실험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이렇게 기밀스럽게 해야되는 일이다보니. 장소 자체도, 일반적일 수가 없다.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술을 천천히 푼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었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양자컴퓨터가 슬슬 완성되어간다라는 정보를 조금씩 사회에 풀고 있을 것이고.

물론 이미 완성은 되어있다. 덕분에 내 머리로도 이해를 못하는 기술을 미리 사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건. 보안이였다.

새로 개발되었던 기술 중 하나는 넓게 지정된 좌표 내에서, 지정되어있는 행동을 하면 그 행동에 따라 지정되어있는 공간을 출입이 가능하게 한, '지정행동형 좌표이동' 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의 연구가 진행되기 위해 지정되어 있는 공간 자체도 외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 하지 않을 뿐더러, 행동 자체도 도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 복잡한 행동을 지정해놓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태 크게 문제가 없었다. 기술의 진보는 세상을 이롭게하지만, 인간이 그 기술을 사용한다면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였다.

상시 좌표 내에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하거나 혹시라도 통제할 수 없는 운송수단이 지나가게 될 때면 좌표지정을 수정하여 별 탈이 없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였다.

그리고 그 공간 내에 들어오더라도 지정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좌표이동이 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하필 이번 사건은, 지정행동형 좌표이동이 가능한 공간 내에 외부인들이 들어왔다는 걸 인지 못한 '보안팀.'

복잡한 지정행동은 지연되는 작업시간과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에 번거롭다며 쉬운 지정행동을 추가한 '현장팀.'

실험을 위한 생명체를 시험장에서 제 시간에 원래 격리 장소로 옮겨놓지 못한 '실험팀.'

세 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합작이 되시겠다.

사실 다른 두 팀의 일만 없었어도 우리 '실험팀' 의 일은 일어나지도 않은 것이였을텐데.

다행히 이번 사건은 사고를 당한 일반인을 구출해서 사고처리팀에서 기억조작으로 하였다.

이번에 겪은 일들을 상상으로 느끼게 하고 영상의 재능을 주입해 그 일반인이 세상에 표출해도 마치 현실과 가까운 허구의 것으로 느꼈을 것이다.

세간에선 이번 건이 '백룸' 이라는 공포 소재로 잡혀 유행으로 넘어간 듯 했다.

다행히 시험장에 있던 생명체도 호전적인 개체는 아니였던터라 일반인 구출에도 큰 지장 없었다.

아예 기억을 삭제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처리를 하는 이유는, 피해에 대한 나름의 보상이라 해야되나.

나름대로 그것도 유출된 기술이니 당연히 세간에선 꽤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보일테고, 성공이 당연해진다. 물론 그 아이디어를 계속 살려가는 건 그 사람 몫이겠지만.

하여간 이렇게 일을 치른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무리 신의 기술이더라도, 사람이 쓰면 그것은 변질되고 문제가 된다.

한 번은 지금은 해체된 팀에서 유전자공학으로 만든 인간형 시험체들이 현대의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지 있는지 사람이 드문 호텔에서 실험을 했었다가 사고가 났었다.

실험을 시작하는 동시에, 현장팀과 시험팀 전부 시험체들에게 제압을 당하고 시험체들을 놓치고 말았다.

약 일주일 정도 걸리긴 했지만 시험체들을 재확보를 하긴 했다. 당연히 실험은 실패.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이 여파로 인해 팀이 해체가 되었다.

이것도 나름대로의 '사고처리팀'이 처리는 잘 했다지만, 그 짧지 않은 기간 그 시험체들이 누구에게 무슨 일을 할 지 몰랐다.

급했던 나머지 대처방법을 직원들과 투숙객에게 일러주었으며 그로인한 여파로 그 기간은 호텔 내에서 암묵적인 규칙이 생겨버렸다.

다행히 호텔에서 피해가 일어나진 않을 것은 확실했으나 그 이후, 기억소거보다 방치하는 방향으로 홍보효과를 누리게 하였다. 뭐 역시나 보상을 위한 것이였지만.

그렇게 전말은 밝혀질 수 없으며 시험체들로 인해 와닿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기술되어 있는 규칙들은 당연히 이질적임을 느끼게 했고.

이로 인해 '나폴리탄 괴담'이라는 장르가 생겨나게 되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괴담만 만들어내지만 사회에 불안을 조장 안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다행인거라 생각은 한다.

다들 가상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점은 다행이니까.

이 정도 사건이면 정말 약과중에서도 약과다.

늘 큰 사건 사고를 치르는 건 역시 시험체였다.

지금보다도 기술이 조금 더 드물었을 땐, 기억소거는 꿈도 못 꿨고 재확보도 어려워 시험체의 자연사를 기다리는 경우도 잦았으니까.

'사고처리팀' 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만한 부분이다.

역사가 있던 만큼 오래된 일 중 가장 위험했던 건 '추운 지역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유인원' 과 '민물에서 서식할 수 있는 수장룡' 이였다.

다행히 다 한 개체씩이여서 야생에서 절멸하고 시체 수습을 빨리해서 금방 넘어갔지만 아직도 세간에선 관심을 갖고 있고.

근래 있었던 일 중 가장 컸던 건 연구소 내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건지 산업스파이인지 모를 어떤 놈이 시험체들을 찍어서 유출을 시켰었고.

그걸 수습하려 했을 땐 이미 널리 퍼졌기에. 있지도 않은 가상의 재단을 만들고 어떻게든 창의력을 발휘해 가짜 정보들과 유출된 정보들을 나름대로 희석시켰다.

다행히 최초의 유출 자료들은 천천히 소거시켜가며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여 사람들 기억에서 최대한 밀어냈으며.

지금은 'SCP 재단' 이라고 알려진 '창작물'의 최초의 SCP는 다행히 우리의 시험체가 아닌 가짜 정보다. 더 말하기엔 이 쪽은기밀이 많아서 여기까지 하자.

이런 사건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남에도 이러한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면서 무의미하다. 솔직히 이젠 굳이라는 생각도 들고.

'근래 다가올 사람의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

미래를 예측을 했다. 물론 아주 자세하고 상세한 걸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략적으로 여태 있었던 역사 기반으로 기상현상들과 전세계적으로 있었던 일들의 빅데이터로 통계를 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런 예측기가 한 대도 아니고 모든 예측기들이 특정 날짜를 넘어서 예측을 못하고 있다.

반을 훨씬 넘은 대다수의 인원들은 기계가 예측하지 못하는 날짜에 맞춰 죽을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차피 그 날짜만 되면 다 끝날 거 대부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에 아까 닦인 것도 그냥 감정쓰레기통으로 쓰여진 것 같아 짜증날 뿐이다.

뭘 위해 '사고처리팀'들은 그렇게 열심히 수습했을까. 과거를 짊어지고 현재를 열심히 살면 미래가 온다했는데, 그 미래가 없는데 말이다.

어떤 연구를 해도 부족할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건 해봐야 된다는 정신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단하신 '소장님'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굴러야한다.

세간에 루머인 양 퍼지는 퍼지는 우리 연구소의 사건사고보다도

나는 오히려 지금이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