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흉가 이야기 [0] |
2025-04-02 18: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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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의가아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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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겪겄던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요즘의 20대 초반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으나 제가 자주 어울리던 집단은 대부분 술을 마시거나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바짝 다가온 군복무에 대한 불평을 나누며 단어 그대로 잉여인갇으로서 시간을 죽이는 일상을 보내곤 했습니다.
물론 20세가 되던 해 만큼은 열정적이게 놀았습니다. 평소 까탈스럽게 신분증 검사를 하던 식당에 찾아가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술을 마시거나 밤새 PC방에서 식비를 걸고 내기 스타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 시점으로부터 1년뒤에 롤의 한국서버가 열렸기 때문에 저희의 내기는 주로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면 당구였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부산이었기에 해수욕장에서 이성의 연락처를 노려 보기도 하고（실패） 산중에 위치한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닭도리탕 등을 조리해서 먹기도 했지만 이런 것도 결국 매일같이 반복하다보니 질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산에서 취식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행위였지만 당시 저희들의 정신연령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 같습니다.
사건은 외지로 나간 친구들이 부산으로 회귀하는 방학 시즌에 일어났습니다. 저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폐가 썰이 20대 초 남성들의 호기심에 불을 질러 버리고 만 것입니다.
여기서 사소한 문제가 하나 발생하게 되는데 탐험지를 섭외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제 몫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유가 상당히 어이가 없습니다만 제가 우리나라의 남단에 위치한 부산 중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기장 중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어촌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촌 동네니깐 사연 있는 폐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겠냐는 괴상한 논리와 함께 아무래도 토박이가 오랜만에 출생지로 회귀하면 대접이 나쁘지 않다는 점등이 반영되었습니다. 당시에도 폐가를 찾아갔다가 마을 주민에 의해 컷을 당했다던가 마을 주민과 다투느라 폐가에 들어서기도 전에 지쳤다는 썰 정도는 돌아다녔기 때문에 토박이인 네가 알아 오면 주민들과 마찰을 빚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단 하나의 문장만 유일하게 납득이 가는 사유였습니다.
뭐... 사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낚시가 취미였던지라 1년에 세 네번은 고향을 방문하던 시절이었고 그 어촌에는 누구의 소유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폐가가 세 개, 어르신들이 꼬마들, 특히 남자 꼬맹이들에게 절대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주택이 두 개나 존재했기에 저는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흉가인 붉은 벽돌로 된 주택을 탐험지로 선정했습니다. 일단 2층 구성으로 타 주택에 비해 탐색할 공간이 넓고 마을과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지라 고기와 국을 끓여 술 한잔 걸치기에도 제격인 곳이라는 것 외엔 이유가 없어요.
（지역에 기피 시설을 설치한 대가로 금전적 그이득을 본 마을인데 시설의 열을 해수로 식히기 때문에 고기가 뚱뚱하고 제법 입질이 자주 오는 동네이기도 하고 친숙한 곳이라 가곤 했습니다.）
혹여나 해서 말씀 드리는건데 폐가나 흉가는 오래도록 방치된 곳이 많아 맨정신일때도 조심해가며 탐험해도 부상의 우려가 있기에 음주 상태로 탐험하는 건 물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정확히는 내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폐가에 어떤 하자가 존재할지 알 수 없가 때문에 가능한 방문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튼 그런 제 계획에 적색등이 들어왔는데 일행 중 한 명이었던 누나가 저를 따로 불러내어 짜증날 젇도로 뻔뻔하게 추가 요구사항을 닷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누나는 평소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던데다가 자칭 영안의 소유자였고 실제로 이 누나의 어머니가 나름대로는 유명한 무속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일행 중 유일하게 겁이 많으면서, 유일하게 객관적으로 잘 생긴 놈이 준비한 일종의 부적같은 개념의 참가자였습니다. 평소 무속학을 재미 삼아 접하곤 하지만 귀신이란 존재에 부정적이었던 저와는 별로 관계가 좋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이 누나의 요구사항이란 것이
적당히 사연 있어 보이는 폐가를 섭외하되 사연이 없고 무속적으로 안전한 폐가로 섭외하라는, 일행들의 요구와 딱 정반대인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자신이 불안한 감이 들어 어머니를 통해 저희 일행의 운수를 점쳐보았는데 일부 인원의 명줄에 이상이 있다며 특히 제 명줄은 피칠갑이 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무속학을 이진지하게 믿었다면 고마움을 느꼈겠지만 저는 당시 귀신의 존재에 부정적이었기 째문에 그저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별로 침하지도 않은 사람의 명줄을 논할때 피칠갑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는 않은 단어 선택에 가깝습니다. 대충 흉사가 꼈다는 식으로만 말해도 알아듣는데 자극적인 단어를 골라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요.
이 이벤트에서 제가 맡아야 하는 포지션이 너무 대놓고 종놈 포지션이었기도 했어요. 어촌에 가는것이니만큼 낚시도 경험해본다는 계획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인원이 낚시 자체를 처음 해보는 것이므로 매운탕을 끓이거나 회를 떠야 하는 인물은 저라는 소리가 되고 고기를 못 잡는다면 시간만 날리는 셈인데다가 내 면을 팔아가며 음식을 싸게 먹을 계획도 어느샌가 세워져 있고 폐가나 흉가를 섭외하는 거까지 제가 헤야 하는데
요구사항을 종합해보면 외관은 무시무시하면서 내부는 안전이 보장된 폐가를 준비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해봐야 수고했다, 네 글자가 전부인데 이 짓거릴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 짓거릴 해주었냐하면...
저는 여우눈과 튼튼한 하체를 가진, 핫팬츠가 잘 어울리는 여성에겐 사족을 못 쓰는데, 일행 중 이와 유사한 여성이 있었어요. 현실판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며 호감도 스텍도 상당히 쌓았는데 겁쟁이로 오인 받기가 싫었습니다. 결국 저는 불편한 교통편을 감수하고 현장 답사까지 다녀왔습니다.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전화로 해결할 수 없었어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바 옥이 손자, 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이것 저것 현장 섭외를 빠르게 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인생을 제대로 살아주신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만인의 손주 취급이라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대부분 부탁을 들어주셨거든요.
총 8개의 낚시대를 대여하는 비용건에 문의하자 무료로 빌려주시겠다고 했고 아예 이참에 제대로 놀다 가라며 어선을 동원해서 포인트까지 잡아주신다했고 총 5개의 폐/흉가의 그나마 남아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빨간 벽돌집을 선택하려 한 건 실수였습니다. 알고보니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나온 뒤로 사람의 손이 안 닿게 된 집이었습니다. 이렇다할 사건이 일어난 이력은 없지만 귀신을 믿지 않아도 그런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건 꺼림칙하니까요.
최종적으로는 길쭉하게 ㄱ의 형태를 한 집을 탐험지로 선정했습니다. 일단 마을과 거리가 어중간하게나마 있어 새벽 시간대에 좀 떠든다고 해도 민폐가 되지 않을 집이었고 마당이 넓어 감자나 고기를 구워먹기에도 제격인데다 무엇보다 소유주가 누구인지 명확한 유일한 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노인 분들이 돌아가신 뒤 아들에게 상속되었지만 값도 싸고 너무 촌에 위치해 건드리지 않은 것 뿐으로
그 주인이란 중년의 남성이 큰아버지의 후배라서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이만큼 이상적인 사연 없는 폐가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전기나 수도 등은 들어오지 않지만 그런 거 들어오는 폐가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사실 이 정도까지 정보가 명확해지면 폐가라고 부르기 애매하긴 한 게 사실이지만 그... 살인도 들키지만 않아면 합법이랬다고, 결과적으로 들키지 않으면 장땡이죠.
이 소식을 들은 일행들은 촌놈이 도움이 될때가 있다며 매우 기뻐했고 따로 설명을 들은 무속인의 자녀인 누나도 흡족해했습니다. 실질적인 소유자의 허락까지 받은데다 집의 이력이 명확하니깐.
무엇보다 여우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추켜세워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평소 잘 웃어주지 않던 아이가 활짝 웃어 주니 참 좋았죠. 이렇듯 예쁜애가 기뻐하면 장땡ㅇ... 아무튼,
잠시 친척집 순회공연을 하러 떠났던 손이 귀한 집 아들놈이 합류한 무더운 여름의 중반, 저희 일행은 드디어 폐가（를 위장한 사용하지 않을 뿐인 그냥 낡은 집）을 향한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집의 이력을 알고 있었던 저와 누나마저 분위기에 휩쓸려 열에 들뜨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마을 아재를 도와 다이묘오로시를 쳐가며 생선 살을 발라내기 직전까지는요.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멀미를 견디지 못하여 구토를 하고 있는 친구를 하남자 츼급하며 맡는 촌바다의 그리운 향은 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생소한 놀이를 접하기라도 한듯이 신이 난 친구들도 보기에 참 좋았고... 이때까지는 그래도 저는 외향적인 성격이었기에 꽤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생선을 만지길 꺼려하는 여우녀를 케어해주며 호감도 스텍이 자연스럽게 쌓여서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이리 집착하냐 싶겠지만 여우눈 자체가 워낙 귀한대다 제가 이 여자아이에게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간 중간 고백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미 여우녀 외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여우녀에게 잘 보이려고 가식 떤 것에 속아서 고백을 해온 여자아이들을 만족시킬 자신도 없었고 그론 마인드로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니까 여우녀에게 전심전력을 다 하기로 한 거죠.
낚시를 갈무리한 뒤 대충 폐가인 척하고 있는 집에서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다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하여 어릴 적 자주 방문하던 절 인근에 있는 계곡에서 물장구 좀 치다가 올라가는 길에 먹장어나 좀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위험과 변수는 답사를 통해 어느 정도 차단해둔 만큼 마음도 편했습니다. 여긴 초등학교 하나 뿐이고 저희 또래를 찾아보기 힘든 동네에다 패거리수가 총 10인, 여성을 제외하면 8인이니 시비를 걸고 싶어도 걸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니깐.
그렇게 폐가인 척하고 있는 집에 발을 들였을 때는 이미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습니다. 요청한 적도 없는 절반으로 갈라진 드럼통이 저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돼지고기와 저가 소세지들과 함께.
4대째 촌에 거주했던 토박이로서의 이상한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며 고기를 먹기 전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무시했습니다. 답사를 통해 변수를 차단했다는 자신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누가 생각해도 폐가답사->고기 및 국물류 조리->남은 회와 고기 먹방이 순서에 맞았기 때문에 별 다른 이야기도 나누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이 바로 제 뒷목에 꽂히는 기분이었죠. 눈빛 만으로 사연 없는 집인 거 확실해? 라고 묻는듯한 누나의 눈빛을 외면한 채 서둘러 탐험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애당초 폐가도 아니고 귀신을 보러 온 입장도 아닌지라 어서 고기나 구워서 술에서 깨어나려는 육체에 소주를 들이붓고 싶었습니다. 여우녀가 무속녀에게 위험한 곳이 아닌지 묻고 있는 걸 애써 무시하며 빠르게 방들을 클리어 해나갔습니다. 집안 내부가 제 계산보다 을씨년스럽기는 하지만 쓰잘데기 없는 부분에선 최선을 다 하는 친구가 챙겨온 출력이 좋은 손전등에 의지하며 탐험을 속행하는데
"여기엔 귀신이 읎는갑다아앙~"
거리는 여우녀의 속단에 의문을 느껴 설마 들켰나?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여기서 들키는 바람에 겁쟁이 스텍이 쌓이면 무속녀를 정신적으로 죽여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저보단 한 살이 많은 누나였지만 제 형보다는 한살이 적은 동생인데다 저희 형이 당시 부산 동구에서는 미친 놈으로 악명이 자자한 인간이라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었습니다.
성인이 됐는데 아는 동생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다며 거절할 게 분명하지만 발작 버튼만 살짝 눌러주면 알아서 미쳐 날뛰어 주는 인간이라 더욱 그랬는데 여우녀에게서 돌아온 답변이 문제였습니다.
요약하자면 복숭아에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는데 방 구석에 복숭아가 있었으니 귀신이 없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조금 전 느낀 위화감이 한번에 퍼즐처엄 맞춰지며 현재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집은 제가 7살때부터 빈 집이었으므로 당시 최소 15년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이라는 소리가 됩니다. 방 구석에 복숭아가 있었다하더라도 15년이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야 옳고 폐가 동호회가 다녀갈 법한 집이 아니긴 하지만 다녀갔다고 해도 제가 답사를 갔던 며칠전까지 특이점을 찾지 못했으니 복숭아는 그 이후에 그 곳에 남겨졌다는 소리가 됩니다.
당시가 한창 더울 시기였던만큼 하루 반나절이면 복숭아는 손전등에 의지하는 중이라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을수는 없고 집에 들어오기 전 제가 느낀 위화감이란 숯이 이미 달궈져 어느 정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상태였다는 겁니다. 단순히 숯만 지핀다고해서 밤 시간대에 스쳐지나갈 때 알아볼 정도의 연기는 발생하지는 않아요. 누군가 그 숯을 이용해 무언가를 구우려했다는 것이고 몇 입인가을 베어먹은 복숭아가 집 내부에 있다면 우리 일행외에 다른 사람이 이 집에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여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고（제가 저희형처럼 복싱 아마리그 준우승자인 게 아니라서요.） 이 집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가 날붙이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빈 집에 숨어들었다면 부랑자일 확률이 높은데 대부분의 부랑자가 무기나 무기 대용품을 소지하고 있기에 수만 믿고 까불 상황은 되지 못 합니다.
.우선 여자들의 앞 쪽으로 이동 후 경찰에 전화부터 걸었습니다.
사실 이런 촌의 경찰은 굉장히 게으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사건 처리를 하지도 않고 가능하면 출동하는 걸 피하고 싶어해요. 이게 서로 서로 잘 알고 있는 시골의 특성상 출동할 일이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을러지기 마련인데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엔 과할 정도로 게으른 측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촌 토박이가 경찰을 부를때는 몇 가지 자신의 정보를 오픈하는 게 정석입니다. 안 그러면 출동을 안 하기 때문이죠.
경찰이 전화를 받자마자 옥이 할매 아들 누구의 차남 아무개인데, 나 논두렁 넘어 있는 폐가에 있는데 빨리 와보서야 겠다, 라고 신고해야 출동합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출동을 안 했다간 주민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서 출동합니다. （씁쓸）
이 상황이 최악인 건 일행에게 내가 파악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절보를 공유하는 순간 상대가 자포자기해서 공격해 오면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에 표정만으로 눈치를 줘야 하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서 무리가 좀 있어요. 확실한 건 누군가 ㅈ된다면 높은 확률로 저라는 사실이 문젭니다. 제가 제일 선두로 포지션을 당겨버렸으니까요.
용감하거나 정의로운 게 아니라 촌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 저 뿐인데다 가장 공격하기 애매한 인물 역시 저이기 때문이에요. 침입자가 공격을 선택한다고 가정할 때 공격하기 부담스러운 인물의 순서는 촌에 거주중인 사람, 촌에 오래 거주했던 사람, 섬에 오래 거주했던 사람의 혈연관계자, 여성, 남성 순이에요. 촌에서 위험하다고 판단이 될 때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앞쪽 라인 인물이 아니라면 나서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당시 촌에서 토박이나 마을 내 발언권이 강한 인물을 공격했다간 언제 집단 린치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촌의 특성상 그렇게 되어 버립니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15분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그 곳까지 경찰이 출동하는데에는 적어도 30여분이 걸렸습니다. 딱히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역시 어디에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내 몸을 무방비 상태로 내세우는 건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일이었는데 심지어 경찰은 문 밖에서 여러차례 신고자를 찾으며 일행들과 마주중인 존재를 자극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멘탈이 좀 갈려나가긴 했지만 외적인 부상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도 수가 꽤 되었어요. 동네 바보형으로 통하던 3인방과 그 3형제를 종처럼 부리던 인생 낙오자 2인으로 다섯이나 되더라구요. 다섯명이나 될 줄 알았으면 나서지 않았을건데.... 칠칠맞게 먹던 걸 흘린 걸 보면 한 두명으로 구성된 초보자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별탈 없이 마무리되었기에 그나마 다행인 것이지 양아치들은 과도이긴 하지만 날붙이까지 소지한 강태였어요. 촌에 남아있던 몇 안되는 또래를 통해 들은거지만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지만 일상적으로 들고 다닌다네요. 하하...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폐가에 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귀신이 아니라 이러한 부랑자들 따문입니다. 사건처리도 유야무야 넘어갔고（촌이란 곳이 이런 식이 일반적이에요.）
이 경험은 당시 일행들의 뇌리에 비교적 선명하게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우녀를 포함하여 6인은 더 이상 폐가나 흉가 같은 곳에 호기심을 품지 않게 되었고 2인은 바이크 사고로 먼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슴니다.
무속녀는 어머니의 주도하에 내림굿을 받고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소식 뒤엔 따로 들은바가 없긴 합니다만 흉가나 폐가에 종종 가곤 한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어머니이자 친어머니인 무속인과 함께 일종의 실기 연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네요. 마지막 소식을 접할 당시에도 어지간한 잡귀는 자신만으로도 제압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는데 별로 그렇게 쌔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바이크 사고만 없었다면 당시 일행들과 웃으며 나눌법핰 추억으로 남았을텐데 일행 중 2인이 동시에 사망해버려서 가능하면 꺼내지 않는 이야기가 됐거든요. 이 집의 저주가 친구들을 죽였다고 믿는 애들도 있는데 아무리 안전한 빈 주택에 불과했다고 이야기해줘도 믿질 않는데 무속녀만 증언 해주면 오해를 풀 수 있는데 이 무속녀는 이 당시의 경험을 자신의 커리어로 삼고 싶은지 자신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으며 침입자 5인 역사 귀신에 빙의를 당하는 바람에 그리된건데 자신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버리는 바람에,...
저는 이후에도 몇 차예 강제로 폐/흉가에 끌려가가는 신세를 전전하다가 무속적인 놀이에 열광하는 인간들과 모조리 손절한 뒤에서야 평안히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상한 곳 좀 가지 마시고 가시더라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건 최근에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입니다. 이런 곳에서 상활하시는 분들은 야생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깔봤다가 인생이 끝나 버릴수도 있어요.
아, 여우녀와는 썸까지는 발전했었습니다. 당시엔 썸이란 단어는 특정 비디오에서만 썼지만（쓰리썸이라던가） 요새 말로 썸에 해당될 정도로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어갈 즈음에 하필이면 나라가 부르는 바람에 제 모든 계획과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폐가에 가실때는 부적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둔기로 활용가능한 생존품을 준비하는 쪽이 좀 더 현명한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폐가나 흉가에 방문하실 때에는 해당 장소의 이력을 필히 알아보시고 다음으로는 술은 짐에서 빼시고 사람의 흔적을 살펴보라는 당부를 꼭 전해 드리고 싶네요. 툭히 폐 모텔이나 병원은 생활하기 좋은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기에 방문하시지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