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눈팅만 12년차인데 처음 글써봄.

사실 예전에 가입했던 아이디가 있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오늘 다시 가입했음.

웃자보다보니 고소 후기가 있길래 작년에 고소진행한 일이 있어서 혹시나 모욕죄 관련해서 도움될까 싶어서 적게 됨. 

（사실 퇴근까지 3시간남았는데너무 심심함.）

내용이 좀 길기때문에 선요약

1. 유튜브에서 실명 아이디로 댓글 작성 후 이유없는 대댓글 욕설테러를 당함

2. 총 달린 댓글수는 30~40개 정도였고, 그중 실명을 거론하며 직접적으로 욕한 사람은 8명

3. 가계정이 대다수라 아무리 찾아도 신상파악 불가

4. 딱 1명이 본명에 신상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음을 확인

5. 증거모아서 고소장 작성

6. 고소

7. 해피엔딩

작년 11월쯤, 출근하고 오전 업무가 빨리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남았음.

시간이나 떼울겸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데, 도파 방송 풀영상이 올라와 있는걸 발견. （평소에 카카오티비에서 도파방송 챙겨봄）

도파는 중국에서 방송 중이고 카카오로 동시 송출중이기때문에 무단게재는 자제해달라고 종종 말하곤 했음.

다른 댓글에도 아무래도 영상을 내리는게 좋을 것 같다고 적은 사람이 많았고, 나도 도파 방송팬으로써 댓글을 달았음.

댓글달아놓고 다른 영상 보고 있는데 대댓글 알람이 계속 울림

누가 대댓달았나 싶어서 들어갔더니 진짜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들이 나한테 쏟아지고 있었음.

평소에 롤하면서 앵간한 패드립이나 욕은 수없이 들어서 나름 멘탈이 단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명으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욕이 박히는걸 보니까

정신이 혼미해짐. 사람이 꼭지돈다는게 이럴때 쓰는 말인것 같음. 머리 띵하면서 어지러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수사협조가 안되서 고소가 불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더 열받았던것 같음.

그래도 대댓에 같이 욕하진않고 하나하나 반박하는 글을 달았음. 근데 그렇게 글쓰다보니까 욕 수위가 더 높아짐.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나한테 욕한놈들 하나하나 PDF 따놓기 시작.

한명씩 유튜브 채널 들어가서 개인채널 주소 뒷부분 복사해서 저장해놓음.

（유튜브 채널 맨 뒷부분에 무작위영문이 아니라 본인 계정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음. 그걸 다 복사함）

구글링하면서 겹치는게 있는지 찾아봤으나 아무리 봐도 없었음.

그러던중 실명으로 나한테 욕을 박은 사람 유튜브 채널에 롤 영상이 올라가 있는것을 발견함.

본인이 플레이하면서 녹화한걸 유튜브에 업로드 했던데 영상이 40개정도 됨.

일단 영상 하나씩 보면서 아이디가 나온 부분을 캡쳐해서 PDF로 따놓음.

총 3개의 계정이 있더라.

전적검색 사이트에서 3개 계정 PDF로 만들어서 파일링함.

고소장 양식 구글링해서 경찰서에 들고갈 자료 만들어놓음. 고소장,증거물（PDF）,사실확인서 이렇게 3개를 준비함.

그날은 집에 가서 잠도 못잤음. 사실확인서 작성해준 친구한테만 말하고, 여자친구한텐 말도 못함.

괜한짓 한다고 하지말라고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함. （사실 인터넷에서 댓글적었다가 욕먹었다고. 고소한다고 말하기가 좀..）

*사실확인서는 모욕죄 성립요건인 특정성 성립을 위한 것임*

다음날 출근해도 일이 손에 안잡힘. 인터넷에 보니까 유튜브는 신상파악이 어렵고 수사협조가 안되서 고소가 안된다는 글이 엄청 많았음.

불안한 마음에 현직 경찰 친구한테 도움요청. 친구가 근무하는 서에 사이버 수사대에 물어봤더니 증거는 충분해서 고소는 가능한데,

내가 사는 지역 경찰서가 업무가 바쁘면 작은 고소건은 반려할 수도 있다고 얘기를 들음.（대구에 거주중）

일단 다음날 연차 써놓고 경찰서로 직행함.

경찰서 처음 들어가보는데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두근두근하더라.

사이버수사대로 가니까  형사분들은 5명정도 계셨음.

고소장 접수한다고 하니 한분이 달라고 하심.

한참 보시더니 좀 긴가민가했는지 다른 동료형사분들이랑 얘기를 나누심 （여기서 반려될까봐 조마조마했음）

다행히도 특정성, 공연성 모두 충족한 상황이여서 간단한 질의응답 몇개 더 하고 연락주신다길래 그날은 집으로 돌아감.

일주일정도 지나고 담당형사분한테서 연락이와서 반차쓰고 경찰서로 뛰어감.

고소장에 손볼 부분은 없어서 조서 작성하면서 대화를 나눴음

우선, 이 영상에 댓글을 단 이유를 물어보셨고, （합의금 목적으로 고소하는건지 확인하는듯 했음）

나한테 욕을 한 사람이랑 롤계정 주인이랑 동일 인물인지. （실명이였고, 라이엇게임즈에 수사요청해서 해당 계정 실명확인하시면 될거라고 말씀드림）

이사람한테 욕설을 들었을때 무슨 기분이였는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이부분은 정신적인 피해를 얘기함. 실제로 화나서 잠못잠）

고소 후 합의할 생각은 있는지 등등 물어보심. （합의 절대 할 생각없고 처벌만 원한다고 했음）

그 후에 한달정도 지나니까 서울중부경찰서에서 연락왔음. 

피고소인 신상확인되서 소환조사했고, 모두 시인했다고.

당사자가 사과원한다고하길래 연락처 알려줬음

솔직히 한달쯤 되니까 고소할때 감정도 슬슬 무뎌졌었는데 그놈 잡았다고 하니까 다시 기억이 되살아나서 머리가 띵했음.

사과는 꼭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꿇고 빌던 간에 합의는 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음.

*여기서부터 뒷목잡음

보통 피고소인들이 사과차 전화오면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지않음? 근데 이새끼는 그런게 없음

형사님이랑 전화끊고나서 30분정도 지나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옴.

그새끼인거 알고 전화 받았음.

* : 여보세요

그새끼 : 여보세요

* : 네 말씀하세요

그새끼 : 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여기서 좀 벙찜. 이름묻길래）

* : ? 누구신데요 （일부러 모른척함）

그새끼 : 그 인터넷에 댓글 쓴 사람인데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 제 이름 알고 계시지 않나요? 실명으로 댓글 달았는데 욕하셨잖아요. （여기서 1차 빡침）

그새끼 : 아이디였는데요. （갑자기 아이디였다고 개소리 시전）

* : 유튜브 아이디 실명인데요. 제 이름 보시고 욕하셨잖아요?

그새끼 : 아뇨 제가 댓글달때는 아이디였는데요. （계속 아이디였다고 말함）

* : 그래서요? 사과하려고 전화하신거 아니에요? （2차 빡침）

그새끼 : 아니~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과를 해요? 이름이 뭐냐구요. 

* : 제 이름은 담당 형사님한테 물어보시던가, 사과하고 싶다면서 막상 전화니까 태도가 싹 바뀌네요?

그새끼 : 아니 그게 목소리 들어보니까 내가 사과한다고 해도 고소 취하해줄것 같지도 않고. 합의안해줄거잖아요? （실제로 이렇게 말함）

* : 아, 그래서 사과 못하겠다고? 내가 합의안해줄거 같아서?

그새끼 : 반말하지마세요. 

* : 니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욕박아놓고 반말하지말라고? 미친새끼네 이거 （이건 부처가 와도 욕할 상황이였음）

그새끼 : 그쪽이 욕처먹을 짓을 하니까 욕을 먹죠. 나말고도 욕한사람 몇명 더 있었는데 그쪽이 이상한거 아니에요?

더이상 통화하다간 진짜 입에서 쌍욕나올것 같아서 그냥 전화 끊었음.

근데 전화 끊고나서 도저히 분이 안풀리는거.

다시 전화하니까 안받길래 장문 문자 보냄. 내가 왠만하면 형사고소로 끝내려고 했는데 너 하는거보니까 민사까지 가겠다고.

합의할생각 없으니까 법원에서 보자고.

답장왔는데 계속 비꼬길래 그냥 바로 차단박음.

너무 화나서 점심은 먹는둥 마는둥하고 담당 형사한테 전화함.

피고소인이랑 통화했는데 사과는 하지도않고 합의안해주니마니 하면서 비꼬기만한다. 사과할 의향있다고 한거 맞냐고 물음.

담당형사는 분명히 사과한다고 했는데 이상하네 라며 일단 사건을 진행시켜주신다고 함.

하루만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 배정됐다고 문자가 옴.

합의관련사안은 경찰쪽에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담당 검사가 다시 한번 연락이 오더라?

형사조정일때문에 전화했다면서 나보고 직접 서울까지 올라오라고함.

아니, 고소한사람은 난데 왜 내가 찾아가야하냐. 사건 대구로 이관해달라. 회사다니는데 거기까지 올라갈 시간이 어디있냐니까

원래 형사조정일은 피고소인 거주지에서 진행된다고 어쩔수 없다고함.

그리고 그사람 나랑 통화했을때 사과할 생각 없다고 했다. 난 합의할 생각 없다 라고하니

피고소인이 잘 몰라서 그렇다. 와서 얘기한번 나눠보시라며 살살 꼬드김 （단순 모욕죄 건이고, 사소한 사건이라 합의로 종결하고 싶어서 그런듯）

근데 고소진행하는 사람들 여기서 알아야할게, 형사조정일에 꼭 가야할 필요는 없음. 합의할 생각 없으면 안가도됨.

그래서 나는 담당 검사님한테 그새끼랑 통화한 내용 다 읊어주고, 합의할 생각 없으니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끊음.

솔직히 모욕죄는 초범일 경우에 기소유예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길래 좀 조마조마 했음.

（고소 진행 중이던 사건이력）

결과적으로 기소유예 안뜨고 벌금 40만원으로 판결남.

12월에 판결나고 바로 민사 진행하려다가 회사일도 바쁘고해서 계속 법원을 못갔음.

그리고 원래 고소라는게, 까먹을쯤 한방 먹여줘야 꿀잼 아님? （형사 소송 후 민사는 2년안에 걸면 됨.）

다음주에 연차쓰고 법원가서 서류떼고 민사 넣을거임. 서울촌놈 대구 구경 한번 시켜줘야지.

세줄요약

1. 유튜브고 나발이고 인터넷이라고 함부로 손가락 놀리면

2. 나같은 새끼한테

3. 고소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