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전신마비 후기 [41] |
작성 2019-05-24 00: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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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멍멍이들 대리구 집 뒷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저녁식사 이후로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해머.
자기표현을 잘 하지않는 성격의 해머는 그 다음날인 21일
만나이로 정확히 10.5살 （3830일） 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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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다니던 집 근처 동물병원은 시간이 늦어서 닫아버렸고,
안양시 중심에 있는 24시 동물의료센터에 내원했다.
사실 해머는 사람나이로 환갑을 지낸 나이,
게다가 해머의 아비견인 곰이는 5년을 신부전으로 투병하다
8살에 세상을 떠났기에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이번에 촬영한 방사선사진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작년에 검사한 방사선사진에서도
목뼈가 이탈해서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를 누르고 있는게
심지어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보인다. （두 번째 사진）
이 날,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도
5~6초간 비명을 질렀을 정도로 통증은 심했지만,
어디가 아픈지.. 댕댕이는 말이 없다.
전신을 다 검사했으나, 가장 의심이 되던 소화기계는
문제가 발견되지를 않았고, 진료는 계속되었다.
사실 해머는 3살 무렵부터 발작을 보였는데,
영화 패닉룸에 나오는 크리스틴스튜어트가 혈당이 떨어져서
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 영화에서도 거품을 물지는 않는다 ↔ 간질발작은 입에서 거품이 나온다고 한다
이번에 전신촬영을 통해서 10년만에 알게된 사실은
해머의 머리뼈 뒷 부분은 머리가 긴 종류의 견종에서
종종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형태였다.
수의사선생님은 그 것이 선천적인 장애라고 하셨다.
무시한 주인놈..
원인은 찾지 못했고, 귀가 후 저녁약을 먹으니
해머는 갑자기 멀쩡해졌다.
그렇게 지나가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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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에 산책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오전일을 마치고 걱정되서 들러보니 이 녀석..
침대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쓰러져 있다.
경추가 척수를 눌러서, 혹은 후두부의 머리뼈 이형성이
신경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전날 진료실에서 들었던 최악의 경우였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있는 녀석을 싣고
다시 24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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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추보호대를 착용했다.
평생을 착용해야 한다는 경추보호대..
다시 촬영한 방사선사진에서
경추는 오히려 정상범위로 돌아가 있었다.
마비증상은 급격히 진행되었고,
마비가 계속 진행되면 결국 자율신경계,
심장과 폐가 정지할 수 있다고 하셨다.
△ 다음날 오후, 전신이 마비되고 눈도 반쯤 감겨있던 해머의 모습
해머의 유일한 취미는 다른 강아지가 배뇨한 냄새를 맡고
그 위에 자신의 오줌으로 덧칠을 하는 것인데,
말로 설명하니 좀 이상하지만 멍멍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게시글 （먼저오줌） 에 댓글덧글 （본인오줌） 을 남기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오줌발싸도 몸줄로 부축을 해줬지만
이 날 결국 배뇨에 실패했다.
잠시 해머와의 추억을 살펴보자.
△ 2008년도 겨울, 어린 해머의 목이 꺾.. 꺾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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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이사에도 언제나 작성자와 함께해준 해머
별을 관찰하러 나갔던 평택의 텅 빈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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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출장간 논산에서도 언제나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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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해머와 함께 출근하던 애견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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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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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이 나타나기 전..
그렇게 하루만에 전신이 마비되었고,
오후에도 배뇨에 실패하면서
압박배뇨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한 번 더 동물병원에 내원한다.
먼저 보낸 곰이의 마지막 발자취 영상을 떠올리며
지금보는 모습이 해머와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 그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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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간 3회 내원..
부축을 하면 몸을 지탱할 수 있을만큼의
힘이 들어가더니
드디어 배뇨에 성공한다ㅎ
상태가 점점 좋아지자
'마지막 발자취' 촬영은 중단했고,
간병에 집중하며 사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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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일을 마치고 다녀오는 산책에서
걷기조차 어려워진 스스로의 상태 때문인지
부축을 해줘도 걷다가 멈춰서 멍타기를 반복했지만
30분간의 시도끝에 응가도 성공했다ㅎ
（큼직한 응가가 하트아래 가려있다）
응가를 보고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
전신마비가 진행되며 발목반사가 없어졌는데
사진에도 발목은 엉뚱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하루 조금씩 힘이 들어가면서
22일 저녁의 산책에서 부축은 해줬지만
3m 정도를 스스로 걷더니
오늘 두 번의 산책모두 스스로 걸어서 공원까지 다녀왔다ㅎ
지난 이틀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그동안 못해준 많은 것들이 생각났고..
사실 작년 종합검사에서 모든게 정상으로 나온게 기적같은 일이었다.
△ 모든 것이 정상범위다.
서른도 안된 주인도 전부 정상수치가 안나오는 혈액검사에서..
사실 글 작성하던 초반에
혼자서 화장실에 들어가 응가를 누던 해머는
그 위로 주저앉아
뜻 하지 않게 샤워도 하고왔지만..
하루하루 회복하는 모습에
더 이상 바랄게 있는가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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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중형견용 어부바가방 비싸지 않던데 장만을 해야겠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안주해버린 내 모습이
무섭더라.
더이상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내 모습..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변화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시작될 것이고
언젠가 그리워질 지금 이 순간은
한 순간이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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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작성자의 멍멍이는 며칠간 전신마비를 겪었으나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
2） 진료비 : 186,200원 + 91,300원 + 55,400원 = 선방했다;
3） 지금 이 순간이 이상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언젠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