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1 02: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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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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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어설픈 홍보와 네덕 정서로 저평가 된 작품.
교토 애니메이션의 최근 극장판은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신지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중 가장 고집스러운 작화품질과 언제나 새로운 연출로 뽕빨물과 흔한 감성팔이 애니메이션 영화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죠.
믿고 보는 교토 애니메이션 답게 최고의 작화를 보여줍니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고 PV 하나로 스스로를 증명한 바이올렛 에버가든도 충분히 최고의 작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리즈와 파랑새는 그 이상의 작화를 보여줍니다. 이전까지는 제한적으로 사용했던 3D 모델링과 CG를 전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해 2D 셀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일부에서는 금관 악기의 3D 모델링이 본편보다 톤 다운된 채색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만, 3D 모델링을 쓰면서 이보다 자연스러운 작품은 아직 없었습니다.
사족으로 교토 애니메이션은 편집증적으로 작화에 집착하는데, 이 집착 정도만 보면 전성기 지브리보다 더 합니다. 지브리는 작화 하청을 DR무비에만 준 것으로 유명한데, 교토 애니메이션 역시 자회사인 애니메이션 Do.를 제외하면 한국의 영세한 기업（Studio BLUE）에만 맡깁니다. 한편 전성기 지브리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했지만 교토 애니메이션은 매년 TVA를 한 두편씩 제작하는 회사로 스케줄 사정을 고려했을 때 그야말로 장인정신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온! 이후 능력이 일취월장한 야마다 나오코 감독답게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업계 최고의 작화품질과 파격적인 연출로 개인적으로는 예전 "너의 이름은."보다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작화가 좋다고 소문난 작품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등을 봐도 평면 위에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리즈와 파랑새는 마치 진짜로 어딘가에 2D세카이...가 존재하고 그걸 촬영한 느낌이 들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케이온!! 때부터 사용한 피사계심도（초점이 맞는 거리에 있는 피사체는 선명하게, 그렇지 않은 피사체는 흐리게 표현되는 정도）가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뛰어난 작화에 밀려 쉬 주목받지 못하는 특징이지만, 음향에 있어서도 일가견을 보입니다. 음악 애니메이션답게 배경음악이나 OST의 사용 역시 드라마틱하게 배치돼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감탄한 부분은 공간감 표현입니다. 운동장에서 코사카 레이나와 오마에 쿠미코가 트럼펫과 유포니엄을 부는 소리와 음악실에서 연주할 때 들리는 합주의 잔향이 다르게 표현되며, 돌바닥과 교실에서, 학생구두와 실내화의 발자국 소리가 공간의 크기에 맞게 처리가 됐습니다. 심지어 유리창에 부딫혀 왜곡되는 소리, 바닥에 흡음재를 깔았을 때의 변화도 재현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TVA에 등장한 등장인물의 다리 컷 모음.
야마다 감독은 평소 인물의 감정은 손이나 다리를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본인이 연출이나 감독을 맡은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의 감정이 손과 발을 통해 표현이 됩니다. 리즈와 파랑새에서는 전작인 목소리의 형태나 타마코 러브스토리에서보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는데, 아예 도입부부터 요로이즈카 미조레와 카사키 노조미의 걸음걸이로 시작합니다.
이번 작품은 울려라! 유포니엄의 외전으로 요로이즈카 미조레와 카사키 노조미의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작품입니다. 9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미조레와 노조미의 관계만을 표현하며 본편에서 주인공 격인 키타우지 콰르텟은 아예 조연이며 그나마 레이나가 노조미를 대하는 미조레의 태도에 대한 일침 하나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뿐입니다. 쿠미코가 레이나와 함께 꽁냥거리는 장면과 사파이어와 하즈키의 만담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재로 사용될 뿐이죠.
일부에서는 이 작품이 백합물 아니냐고 합니다. 네, 백합물 맞습니다. 그러나 이게 와보두!할 수 있는 작품이거나 아예 Citrus처럼 퀴어물인 것은 아닙니다. 감독의 전 작품인 타마코 마켓과 타마코 러브스토리처럼 실제로 일본과 같은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춘기 여학생들의 우정과 애정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타마코 마켓과 타마코 러브스토리에서 토키와 미도리가 타마코에게 느끼는 감정과 미조레가 노조미에게 느끼는 감정은 매우 흡사합니다. 물론 태생이 일상물인 타마코 마켓과 아예 일반소설이 원작인 리즈와 파랑새의 묘사 수준은 천지차이지만 인물구도와 주변의 시각은 비슷합니다.
PV에도 등장하고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PV에서의 의미와 본편에서의 의미가 상반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인 것은 변함 없습니다.
본 작품은 리즈와 파랑새라는 가공의 동화를 미조레와 노조미에 은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90분 동안 두 사람의 관계와 극중극의 '리즈'와 '파랑새'의 관계가 어떻게 비유되는지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랑새에 집착하는 리즈와 노조미에 집착하는 미조레는 분명 닮아보입니다. 이 점은 TVA에서도 알 수 있으니 그냥 서술하겠습니다.
영화는 90분 중 6~70분 간 잔잔하게 진행됩니다. 갈등요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그 해결 역시 부딪히는 것으로 끝을 보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살얼음판이 된 강을 건너는데, 반대편으로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는 것으로 결말이 납니다. 애초에 살얼음판을 건널 필요가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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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가서 놀란 점은 바로 여성 관객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중적으로 백합물로 알려지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 수요층이 남성인 것을 감안하면 의외인 부분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이들을 데려온 분이 계시던데, 이거 타겟층이 10대 후반부터 20대 매니아 층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 아이들에게 기나 긴 90분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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