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서른셋까지 열몇번의 연애를 해 본 것 같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5년의 연애를 했고, 28살에 대차게 데이곤 연애를 안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올 초 흘러가듯 연애를 시작했고 끝나는 것도 흘러가듯 끝이 났다.

어릴 때 처럼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연애는 아니었지만 존중과 배려가 있는 어른의 연애를 했었다.

직전의 연애는 결혼을 생각할 만큼 괜찮은 사람이었다.

만난지 3개월이 조금 넘었을 때 자신은 신x지 부산지부에서 7년을 있었다고 고백을 했다.

나는 종교에 관심이 없었고 사x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성전도니 JMS니 온갖 충격적인 일들로 가득했다.

그때부터 이 사람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나는 나도모르게 방어적으로 변해갔다.

그 사람 자체가 무서웠다. 혹시 지금도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 마음을 가지고 노는건 아닐까? 뭐 그런..

너를 더 이해하고 우리의 관계를 개선해볼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화날 땐 입을 닫고 상대방이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도 생각해봤고, 담배도 끊었고, 모자란 부분은 모자란데로 내가 나머지 부분을 채워갔다.

그러다 결국 200일 전후로 그 사람이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내가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생각이 다른걸 넘어 자신의 남편상과 달라 미래를 꿈 꿀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졌고,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그 사람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마음의 그릇이 작아서 한번에 많은 사람을 담지 못한다.

친구도 연인도 잘못된관계도 한번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오면 다시 내보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열렬히 사랑했고, 다름을 인정하고 끝난 관계라면 이별을 애도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상대방을 위함이라 배웠다.

나는 내 방식대로 이별을 아파하고 시간을 추억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연락처를 삭제하듯 내 존재 자체를 지워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나의 소중한 추억이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할 시간이 되어 버렸다.

문득, 그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남자친구라는 칭호 였을 뿐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8살의 그 사람은 형수님의 소개로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했지만, 나와 연애하는 와중에도 그렇게 욕하던 전남자친구와 관계를 맺었었다고 들었다.

헤어진지 일주일만에 임신해서 형수님에게 미안하다고 찾아갔었다고 하더라.

그 전 연애에서는 헤어짐을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알아버렸었다. 내 폰에는 여전히 하트 이모티콘이었는데, 그 사람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다른 남자와 D+4 라고 적혀있었다.

매번 연애를 거쳐올 때 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사람보는 눈이 없다고 했다.

끊임없이 재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신이 들 때 내 울타리 안에 넣어주라 했다.

근데 그렇게 했어도 나의 모든 연애는 비참했을 것 같다.

오늘 글을 적으며 한번 더 결론이 났다.

내가 못났고, 내가 매력이 없었고, 내가 어렸다.

주변에서 이제 거리낄 것 없으니 밥먹자 커피마시자 해도 이제는 연애를 하기가 좀 무섭다.

이 사람들은 나에게 진심일까? 나는 그냥 흘러가는 사람이니 가볍게 연애 한번 해보자고 말하는건 아닐까?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지나고나면 나만 또 병신 되는거 아닐까?

날 찾아줄 때 마다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지나온 연애가 이래서 당분간은 연애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가볍게 연애할 생각이 없다.

대부분은 다 비슷하게 말하더라. 연애는 원래 가벼운거다, 가볍게 만나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진중해지는 것 아닐까?

내가 이상한건지, 서로 30년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 둘이서 오늘부터 1일!! 이라는 이유로 죽고 못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연극 아닌가?

이 사람이라면 설렘이 편안함으로 바뀌어도 괜찮겠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새로울 수 있겠다. 라는 확신이 들어야 연애를 시작하는게 아닌가??

이번에도 역시나 다를 바 없이 연애가 끝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사람은 변하지 않으면 지나온데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그냥 생각을 안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연애를 못할 것 같다.

평소에도 외로움을 잘 느끼는 편인데, 이번에는 외로움을 넘어 공허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생각이 내 삶을 의미없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