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사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시피 하지만, B777/A350 등을 운용하여 초장거리 비행을 하는 해외의 몇몇 노선에서는 기장의 판단 하에 두 명의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이 칵핏에서 수면을 취합니다 [controlled rest라고 부릅니다]. 주로 대형 FSC들 중 보조 부조종사[second officer]를 활용하지 않는 항공사들이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데, 대표적으로 에미리트항공과 루프트한자 등이 있습니다.

여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그런 거 없이 다른 조종사와 교대 후 승무원 전용 휴식처[designated crew rest area] 혹은 그냥 승객석으로 가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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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안전수칙 협약에 따라 승객을 동반하는 운항편에서의 고용이 필수적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법적인 의미에서의 항공 종사자는 아닙니다. 항공안전법은 조종사/항법사/항공기관사/항공교통관제사/항공정비사/운항관리사 이 여섯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직업만을 항공 종사자로 명시하고 있으며, 관련 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자의 활동을 엄격히 금하며 또한 주기적으로 까다로운 자격 재심사 등을 통해 이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승무원들은 항공청에서 시행하는 별다른 자격검증 통과절차 없이 항공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6주 트레이닝 워크샵 이수 후 바로 필드 투입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각종 직업 체험방송 출연 등 항공인들 중 가장 미디어 노출이 잦고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들 또한 남들이 보기에 비교적 업무가 가벼워 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수행해내는 강인한 이들입니다.

비행기 좀 몰아봤다 하는 젊은 싱글 조종사분들 치고 주변에서 '승무원이랑 썸 없냐' 혹은 '아는 분 소개좀 시켜달라' 는 말을 한 번도 안 들어보신 분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사실 평판때문에 있어도 잘 안 시켜주죠 ㅎㅎ.. 아니 그 전에 나부터 어떻게 좀..]

운항 중에는 직무도 다른데다 서로 본인들 업무 보느라 바쁘고, 비행 끝나고 호텔에 들어가서도 조종사들은 주로 골프 치러 나가고 승무원들은 쇼핑이나 미식탐방 등을 다니는 등 각자의 동선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또 작은 LCC 항공사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항공사에서는 커리어 전체에서 두번 이상 마주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파일럿–승무원은 일반적인 직장 동료 혹은 상사/후임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몇몇 생태계 특수종들이 있기는 하더군요. 얼마전에 키 187cm 가량에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 것 같은 친한 모델출신 대학 후배가 미국에서 활동하다 제가 근무하는 항공사로 넘어왔는데, 국적 인종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소개팅 주선문의 참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간간히 같이 술 마실때마다 넌지시 물어보면 다 까더군요. 복에 겨운 부러운�옴�...

통계적으로 전 세계에서 약 12만 비행시간마다 한명의 파일럿이 사고사로 죽고, 암 발병률은 전문직 중 사실상 탑을 달리며, 또한 형사 뺨치게 쩔어주는 이혼율을 자랑합니다. 조종사 제 1의 사망요인은 심장관련 질환이며,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없지만 불규칙적인 생활패턴, 신체에 가해지는 잦은 기압의 변화와 그에 따른 높은 스트레스 레벨 적응 및 우주 방사선[은 최근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등을 주 요인으로 꼽습니다.

그러나 직무 만족도는 조종사라는 직업 등장 이래 단 한번도 순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찬란한 우리네 인생이 다 그렇듯 이 직업 또한 명과 암이 명확하며, 또 그렇기에 밝을 때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