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8 12: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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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많겠다 대충 적어봄
아직도 미국은 （동부 기준） 일본차가 압도적 대세임.
픽업트럭은 토요타조차 고전을 면치 못 하는, 미국차 절대 우세 시장이지만 그건 워낙 미국차가 트럭에 진심이라 그렇고. 실질적으로 세단, SUV, 미니밴 등 거의 모든 승용차는 일본차가 압도적임.
현기차는 사실 여전히 비주류가 맞음. 수가 많지 않고 특히 제네시스는 정말 보기 드묾.
그렇다고 현기가 후지냐? 그건 아님. 파워트레인 성능도, 연비도, 내구성도 상당한 수준인데다 실내 공간, 내장재, 옵션 등은 최고 수준임.
그러면 대체 왜 일본차만 잘 팔리냐? 미국 애들이 일빠라서? 사실 토요타 혼다가 미국차라고 아는 애들도 많음.
맞아... 미국 애들은 여러분 생각보다 무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일본차가 진짜 잘 팔리는 이유는 대충 이 정도라고 생각함.
1. 여전히 높은 브랜드 밸류, 그리고 낮은 감가상각
1970년대,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들은 저연비 대배기량 대형 자동차 일색이던 미국차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음.
60년대 이전에도 일본차가 미국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품질이 조악해 인기가 없었거든.
그런데 70년대 오일쇼크가 2번이나 터지고 저효율의 미국차들이 큰 타격을 입자, 크기가 작고 실용적이면서도 연비가 뛰어난 일본차들이 치고 올라오게 됨.
특히 소형차 시장에서 포드 핀토가 후방충돌 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단 결함을 알았음에도, 이 결함을 리콜하는 비용보다 사망자한테 대충 합의로 때우는게 더 싸다（!!!）며 결함을 은폐했던 사건이 드러나며 미국 소형차의 이미지는 더더욱 나락으로, 일본차는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또한 미국차는 지금도 조립품질이 좋지 않음. 테슬라의 단차가 유독 심하긴 하지만 포드, GM 등도 썩 품질이 좋은 편은 아님.
반면 일본차는 조립품질이 뛰어나고 연비가 （비교적） 좋으며 내구성이 뛰어남.
특히 토요타의 내구성은 매우 뛰어나서 30만, 40만 km는 물론이고 큰 정비 없이 100만 km를 탄 차들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
고속도로 위주인데다 자동차가 도시계획의 핵심일 정도로 차가 중요한 미국에서 이런 내구성과 연비는 분명 큰 장점임.
그러니 이렇게 쌓아온 토요타 등 일본차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높은 수준임. 신뢰할 수 있는 차, 효율적이고 오래 가는 차라는게 일본차에 대한 인식임.
이는 중고가에 그대로 반영됨. 일본차는 감가상각이 적음. 한국의 중고 현기차처럼 '수리 쉽고 내구성 좋고 내놓으면 잘 팔리는' 차량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음.
반면 미국에서 현기차는 그렇지 못 함. 여전히 '싼 차'라는 이미지 탓에 브랜드 가치가 낮으며, 내구성과 기본기가 크게 향상된 오늘날에도 현기차는 감가상각이 큰 편임.
이는 현재 미국 자동차 판매가를 봐도 알 수 있음. 미국은 자동차 딜러가 한국의 중고차 딜러와 비슷하게, 자동차 회사에 소속된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판매를 함. 그래서 가격책정이 제멋대로임.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출고 적체가 심해지며 가격이 오르는데, 토요타 RAV4（투싼 급의 준중형 SUV）는 1만 달러의 프리미엄（Markup）이 붙음. 한국으로 치면 3천짜리 투싼에 딜러가 1천만 원의 웃돈을 얹는 격.
반면 미국차, 현기차는 그런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가 않음. 제네시스는 아예 없고（안습） 현대차도 프리미엄이 붙는 차량이 많지 않음.
즉 첫 번째 이유는, 브랜드 가치라 할 수 있음.
2. 선호하는 점이 다름, 일본차의 명확한 타겟 설정
한국차를 생각해보자.
가죽 시트, 빵빵한 각종 옵션, 네비, 썬루프, 화려한 실내, 그런 것들은 필수적임.
현기차가 욕도 많이 먹지만 그만큼 잘 팔리는 것은, 그런 한국 소비자들의 눈에 맞춰서인거야.
가령 현기는 현대 액센트, 기아 스토닉, 프라이드 등 저가 소형차를 국내에서 단종시키고 해외에서만 팔고 있는데 이 역시 소비자들의 선호도 탓이지.
반면 미국은 달라. 생각보다 옵션이나 실내의 화려함에 신경쓰지 않아.
프리미엄 자동차가 아닌 이상 반드시 직물 시트. 네비도 없거나 카플레이만 쓰고, 내장재의 품질이나 디자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
대표적으로 현대 팰리세이드와 쉐보레 트래버스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지.
트래버스가 같은 V6 가솔린 기준 1천만 원 이상 비싸지만 실내 디자인은 팰리가 훨씬 화려해보임.
물론 팰리가 가격 대비 내장재가 뛰어난게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가격차가 상당한 트래버스의 실내는 어딘가 빈약하다고 느껴짐.
트래버스를 타본 사람들은 호평해. 팰리보다 30cm나 긴 덕에 실내공간도 꽤 넓은데다 주행질감 등 차량으로서의 완성도가 훌륭하다고.
하지만 한국 내 판매량은 비교가 안 되는 수준. 반면 미국에서는 팰리의 인기가 상당히 낮아.
반대로 미국 취향에 맞춘 디자인의 텔루라이드는 극찬을 받으며 프리미엄까지 붙어 팔리고 있지. 고급차 하나 없는 미국 기아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대단한 수준.
이렇듯, 우선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편인 현기차는 실내 디자인, 내장재, 옵션 등에 더 힘을 쏟는데 이런 점은 미국에서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 해.
그러니 판매량이 밀릴 수밖에 없지.
（사진은 토요타 캠리 2018）
참고로 마찬가지로 일본차 역시 실내 디자인 등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야.
오히려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을 공용하는 부분이 대놓고 드러나는 등 한국인 입장에선 경악할 만한 요소들도 보이지. 실제로 일본 대중차（토요타, 혼다, 닛산 등）가 한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 하고 닛산과 미쓰비시가 철수한건 반일감정같은 것보다도 한국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받지 못 해서에 가까움.
이는 일본차가 수출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설계도 생산도 미국에서 하면서 타겟 자체를 미국인에 맞추었기 때문임.
실제로 미국의 베스트셀러 캠리는 일본 내에선 20위에나 겨우 드는 저조한 판매량을 보임. 반면 토요타의 경차들과 고급 세단 크라운, 센추리는 둘 다 일본 내수 전용.
일본차라고 하지만 법인만 일본이지 타겟을 완전히 미국에 두었기 때문에 실제 '일본 내 자동차'와는 굉장히 이질적임. 한국식 중화요리 짜장면처럼, 미국식 일본차라고 해야겠지.
3. 실제로 뛰어난 내구성과 완성도
단순히 브랜드 가치만 높다면 이렇게 잘 팔리지 않겠지.
하지만 실제로도 일본차, 특히 토요타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야.
물론 현기차 역시 크게 성장해서 30만 km 정도는 끄떡없는 차들이 많고 택시는 60만 km 이상을 주행할 정도야.
60만이면 미국에서도 진작 폐차했을 주행거리인데 말이지.
하지만 현대가 이렇게 좋아진건 생각보다 오래지 않은 일이야. 고작 10여 년전 그랜저 TG, 제네시스 BH 때만 해도 전반적인 설계능력 자체에 아쉬움이 있었어. 물론 내수차별도 있었고.
BH 제네시스가 제네실수라 불릴 정도의 명차라지만 사실 실제로 타보면 고속안정성이 아쉽고, 그랜저 TG의 서스펜션은 에이스침대가 덜 흔들린다 싶을 정도로 출렁거렸듯이 현대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지 않은 일이야.
그런데 토요타와 혼다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완성도와 내구성이 뛰어났어.
수십만 km를 주행해도 잔고장 한 번 없는 경이로운 내구성은 도대체 얘네가 그 복잡한 내연기관에 무슨 짓을 한건가 의심스러울 정도.
토요타는 동배기량 경쟁차 대비 출력이 처지거나 터보차저 등의 기술에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뛰어난 내구성과 함께 하이브리드의 높은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움.
완성도도 뛰어나. 토요타 시에나와 기아 카니발을 타보면 가격차를 감안하더라도 이 둘이 같은 미니밴이 맞나 하는 싶을거야. 그랜드 카니발과 동시기 시에나, 오딧세이 시절에는 정말 타자마자 절망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 격차가 매우 컸어. 지금은 많이 올라왔지만.
베스트셀러는 마냥 이유없이 많이 팔리진 않아. 2000년대 대한민국 강남을 점령했던 렉서스 ES330, 2010년대의 BMW 520d처럼 잘 팔리는 차들은 항상 이유가 있어.
대충 이런 이유로 일본차는 여전히 미국의 도로를 점령하고 있어.
사실 이젠 일본차라고 하기도 그렇지. 타겟층 설정, 설계, 생산 모두 미국이니까.
그래서 전통적인 미국차들은（특히 포드） 다운사이징을 열심히 하는데 정작 토요타만 미국차의 상징이던 저연비 대배기량 자연흡기를 유지하는 등 재미있는 역전 현상도 보이고 있음.
최근에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평균적인 내구성이 크게 올라가 내구성의 중요성이 낮아졌고, 그에 반해 일본은 여전히 전기차에 대응을 잘 못 하고 있어.
이미 근 5년만에 10종 가까이 되는 전기차를 내놓는 현대와 달리 일본차들이 제대로 된 차량 하나 내놓지 못 하자 토요타는 10여 대의 전기차 컨셉카를 공개하는 쇼를 벌였지만 그마저도 기존에 있던 컨셉, 혹은 심지어는 디자인 센터에서 만든 찰흙 모형（...）을 억지로 끌고 온 것이란게 밝혀졌지. （찰흙 모형 자체는 실제로 디자인에서 자주 쓰지만, 신차 발표회에서 테이프도 삐뚜름한 찰흙을 갖고 온건...）
그동안은 최대 시장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기에 일본차 역시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최근 주요 주정부들이 내연기관 퇴출을 추진하는데다 캘리포니아의 기름값이 리터당 3천 원에 육박하는 등（!） 유가 폭등으로 내연기관의 디메리트가 커져가는 등 일본차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어.
지금껏 높은 내구성과 완성도, 뛰어난 원가절감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해온 일본차가 앞으로도 그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20년 전 한국땅에 그 많던 렉서스가 전부 사라졌듯이 일본차 역시 몰락의 길을 가게 될까?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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