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사진처럼 저렇게 광나는 지성피부면 애초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나는 울긋불긋 + 여드름 + 큰 모공 + 가려움 + 기름떡진 각질까지 동반한 진짜 피부 병신 중의 병신이었다.

통하는 방법들은 아니었지만 갖가지 방법들 다 해봤다.

1. 로아큐탄（아이소트레티노인） 복용 => 이거는 먹는 동안에는 피지가 안 나오긴 했는데 피부 가려움증은 여전했고（건조해서 그런 듯） 부작용（여름에도 코 안이 건조해서 피딱지가 나오고 입술까지 트는） 때문에 약을 끊으니 오히려 줄어들었던 피지에 적응했던 모공이 다시 많아진 피지에 적응을 못하면서 여드름이 터져나와서 실패.

2. 각종 여드름 화장품들 티트리니, 피부 재생이니 뭐니 다 발라봤는데 아무 소용 없었음.

3. 스테로이드 연고（ex. 리도맥스） => 이거는 피곤해서 가정의학과 가서 검사 받다가 선생님이 지루성 피부염 같은데요? 하시면서 처방해주신 거임. 가려움증, 울긋불긋 증상은 좀 없어지는데 피지 분비는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쓰면 쓸수록 점점 효과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안 쓰면 피부가 다시 예전으로 확 돌아갔다.

4. 수분이 부족해서 피지가 많이 나오는 거야! 보습을 더 철저히 해줘야 해! => 이거 개쌉소리 진짜 이 소리 한 새끼 얼굴 한번 보고 싶다. 지성 피부는 이미 천연 보습제（=피지）가 충만하다. 안 그래도 과도한 피지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피부에 보습제를 더 퍼부으면 진짜 주옥된다.

이런 여러가지 방법들을 써봤는데도 안 통했다. 그러다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선생의 지성 피부 관리법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4086?no=24086 여기 들어가 보면 있다.

기본적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지성 피부는 보습제 안 쓰는 게 원칙이다.

2. 지성 피부에게 생기는 기름진 각질은 건조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속건조 드립 코로쓰..） 지루성 피부염 때문에 생기는 거다.

그럼 기사에 따르면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1. 비누로（클렌징 폼 아님, 알칼리성 비누） 2중 세안을 해야 한다. => 경험 상 1차 세안은 각질을 녹여서 모공을 개통해주고 2차 세안으로 모공 내에 피지를 제거해주는 느낌.

2. 세안 후에는 아스트린젠트（알콜이 든 싸한 토너）를 사용한다. => 그러고도 남아 있는 피지를 알콜로 녹여서 없애주는 느낌.

3. 겨울에는 오일프리, 천연보습인자가 함유된 보습제를 사용하고 여름에는 눈가 입가에만 보습제를 발라준다. => 나는 세라마이드가 듬뿍 든 오일프리 수분크림을 사용했음.

4.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피지,각질 제거팩과 수분공급팩을 해주면 좋다.

이건데 전제가 하나 있다. 이 모든 것을 하기 전에 지루성 피부염이 있다면 그걸 치료하고 관리를 하라는 거다.

그래서 예전에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이 생각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좀 발라봤는데 여전히 이 증상만 누르고 안 바르는 순간 바로 피부 가려움증 + 기름진 각질이 생겼다. 기분이 너무 ㅈ같아서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결과로는 말라세지아 효모균이라는 놈이 주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더 찾아보면 인생 운빨좆망겜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게 뭐냐면 저 말라세지아 효모균이라는 놈은 그냥 우리 피부에 항상 살고 있는 상재균이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그냥 내 피부가, 내 면역체계가 과민하고 성격이 ㅈ같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살 놈은 살고 갈 놈은 가야지.

그래서 더 찾아보니 이 진균류를 조지려면 항진균제를 써야 하고 항진균제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니조랄로 대표되는 케토코나졸, 요고 비듬 샴푸로 많이들 알고 있을 텐데 설명서 읽어 보면 전신에 사용해도 된다고 적혀 있다. 그 다음에 시클로피록스가 있는데 이거는 내성 걱정이 없다고 한다. 근데 케토코나졸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거 아니면 내성 걱정 없으니까 아무거나 써도 될 것 같다.

여튼 나는 니조랄 카피약을 사서 설명서에 적힌 대로 일주일에 2번 약 3주간 머리와 얼굴에 사용했다.

이렇게 항진균제를 사용했더니 처음에는 얼굴의 붉은기나 가려움증이 확 사라지더니 또 스멀스멀 각질과 함께 증상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이때가 여름이었는데 함익병 선생 말대로 여름이라서 보습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싶어서 지난 겨울에 쓰던 세라마이드가 듬뿍 든 오일프리 보습제를 조금만 펴발라봤는데 이 가려움증이 확 사라졌다.

생각을 해보니 다시 올라온 가려움증은 조금 다른 형태였고, 또 각질도 기름진 각질이 아니라 건조하고 버석버석한 각질이었다. 그러니까 지루성 피부염이 없어지면서 피지량이 좀 줄어든 탓인지 이제 여름에도 보습제를 넣어달라고 떼를 쓰는 코노야로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하고도 아주 조금 남은 증상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실천으로 개선했다.

1. 비누 세안할 때 세게 문지르지 않되 비누 거품이 좀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충분히 문질러 준다.（1차 2차 세안 모두）

2.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꼭!!!! 잊지 말고 노폐물 제거 팩을 해준다.（나는 클레이팩을 애용）

3. 밖에 나가든 안 나가든 꼭 자외선 차단제를 보습제를 바른 다음에 발라준다. => 자외선도 자극이라고 자외선 차단제 계속 발라주니 피부 상태가 호전됨을 느낌. 자외선 차단제에도 보습 성분 있는데 왜 보습제를 또 바르냐고? 이 세라마이드가 중요하다 세라마이드가. 이런 씹창피부에서 나오는 피지에는 정작 필요한 보습인자인 세라마이드가 부족하다는 말이 있음.

여튼 이렇게 해서 중학생 때부터 개ㅈ창나기 시작한 내 피부가 서른 넘어서야 드디어 피부 상태가 역대 최고급을 찍었다고 할 수가 있다... 절대 내가 꿀피부가 됐다는 것은 아니다. 걸레를 아무리 빨아서 햇볕 냄새와 비누향이 가득해도 빛바랜 깨끗한 걸레일 뿐...

다만 얼굴이 너무 쉽게 붉어지고, 또 그렇게 되면 보기에도 더럽고 피부가 뭐만 하면 자꾸 가렵고 또 기름직 각질 때문에 누가 얼굴 만지기라도 하면 이 오돌토돌한 더러운 촉감을 느끼게 될까봐 피하게 되기도 하고, 이게 젊을 때 연애할 때는 되게 컴플렉스였기도 했고（정작 여자친구들은 신경 안 씀） 이게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매우 불편했는데 이제 좀 그냥 피부가 약간 안 좋은 일반인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아마 유전 폭발 + 예민 피부인 사람들은 이런 고민 다 겪고 있을 텐데 비싼 화장품에 돈 퍼부어도 소용 없고 이런 저런 방법들 다 소용이 없었다면 한번 내가 시도해봤던 방법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우리 지성인들 진짜 힘내자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