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2 06: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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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쳐올라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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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전, 어린 나는 참 까탈스러웠다.
잘 짜부치고（찡찡거린다는 사투리）,
낯을 많이 가렸으며, 숫기가 없었다.
참 그 옛날에 다들 그랬던 것들이
나는 너무 못 마땅했다.
나는 어른들이 나를 벗기거나,
나를 만지는 것이 싫었다.
발 뒷꿈치 조차도 보이지 않으려 했던 조선시대와 가까웠던 만큼
어른들은 한여름에도 함부로 옷을 벗지 않고,
늘 옷 매무새를 고치시곤 하였기에
나도 옷이 들리거나 벗겨지지 않게 애썼다.
그런데 어른들은 내가 어리고, 사내아이란 이유로
함부로 벗기려 하고 만지려 했다.
나는 어른들과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함부로 다뤄질까 뿔이 났다.
아빠도 입버릇처럼 빨개벗고 놀아라라고 했다.
그말이 참 싫었다.
어쩌다 한번 보는 어른들이나
처음보고 지나칠 어른들도
고추 보자, 고추만지자 하는게 참 싫었다.
부끄러움도 있고, 아프기도 했다.
엄마가 아닌 거의 모든 어른들의 손길은 거칠었다.
내 뜻과는 다른쪽으로 이끌며 내 팔을 옥죈 손길도,
증조외조모 장례 입관 가는 길에 9촌 아주머니가 다람쥐가 떼어간다며, 내 고추,불알을 아프게 만진 것도,
목욕탕에서 숨도 못 쉬게 물을 쏟아붓고, 아프게 때를 밀었던 아빠의 손길도,
유치원 다닐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은 유치원에서 가까운 바닷가로 헤엄을 가고
사진도 찍는 날이었다.
나는 남들 앞에서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다는 것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남 앞에서 속옷까지 벗고 갈아입지?
여자애들은 웃도리를 가리는 수영복인데, 왜 남자는 웃도리를 까야 하는거야?
왜 같은 남자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남인 여자 선생님 앞에서 갈아입어야 하지?
갈아입기 싫다고 짜부치며 흐느끼는 나를 설득하려던 유치원 선생님들,
그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속옷까지 훌렁 벗고 수영복을 갈아입던 다른 사내아이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끝내 버텨내어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면티셔츠와 바지를 그대로 입고, 바다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날 찍은 단체사진에도 나홀로 꿋꿋하게 옷을 입은채, 눈가는 울어서 살짝 부은채였다.
나이 터울 꽤 나던 사촌 아우는 신기할만큼 부끄럼이 없었다.
사촌 형,누나들이 둘러서서 꼬치（고추） 좀 도가（줘라,달라는 사투리）, 아이고 맵다 이러면
다들 웃고 있는 분위기라서 어색하게 소리없이 거짓웃음을 짓긴 했지만
훌렁 벗어서 따주는 시늉을 척척 해내는 아우를 보고 속으로 참 뜨악 했다.
내가 6학년 때인가..
이웃집에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아주머니? 누나? 그 분이 첫째아이 아들을 낳았다면서 구경 오라며
고추 보여드릴게요 라고 하셨다.
두 귀를 의심했다.
참 옛날에 그런게 흔하고 흔했다지만
그런 일들을 접할 때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뒤 방문해서
다과를 얻어먹고, 침대에 놓여진 아기를 봤는데
고추를 보라면서 기저귀를 벗겨 주셨다.
기저귀 갈아 입히는 걸 보거나,
어른들 대신 애기 돌볼 때, 소변 봐주면서
자연스럽게 갓난아기들 고추 봤던 경우랑은
결이 다르고 생각할 수록 이상하지 않은가?
그냥 귀여워서 그러지, 애기니까 그러지 하던 흔한 말들..
나보다 열댓살 많은 사촌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나 중학교 때, 고추 얼마나 컸나 하면서 막 만졌었다.
훗날 그 형 오촌 조카를 보게 되었는데
그 오촌 조카를 보고
옛날 어른들이 그랬듯 한번 보여달라 하고 만져보았는데
뭐하는건가 싶었다.
그리고 옛날 어른들은 이런 걸 왜 안 한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이었다.
아빠의 전화 명령 한 통화에 끌려가 포경수술을 받았다.
아빠는 포경수술한 내 것을 보여달라고 했다.
보여주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보여줬다.
정작 아빠는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셨다.
조부모께서 두분다 일찍 돌아가시고,
그 시절 여느 집처럼 중학교 진학조차 못 하셔서
군대 현역 가서 군대에서 （위험하지만） 무료였던 포경수술을 받을 기회도 없으셨다.
아빠 입장에선 자신이 받지 못한 일종의 유행을
넉넉치 못한 그 시절에 무려 큰돈을 들여서 아들에게 수술을 해준 것일테다.
하지만 난 날재비（생잡이）로 칼로 난도질 당한 것이었다.
난 이미 그때 완전 자연포경으로 포경이 불필요했었는데...
유대인과 미국인의 풍습일 뿐인데 왜 우리나라에서
다들 빠짐없이 하는걸까 이상했다.
내 또래들은 국민학교 고학년일 때, 다들 했다.
내 아래 아우들, 조카들은 태어나자 마자
갓난아기일 때, 칼로 도려졌다.
태어나고 나서 몇 해, 그 때가 평생 몸과 마음에 중요한 시기인데
갓난아기의 포경수술이 미치는 악영향이 없을까 걱정이었다.
요즘은 무조건 다 한다는 풍습이 사라져서 안 한 아해들이 더 많다.
내가 막 불거웃이 나기 시작할 때,
아빠가 친척들과의 술상에서
쪼끄만게 벌써 불거웃이 낫다고 막 말했다.
옆에 있던 난 아빠를 말리면서
말하지 마시라고 했다.
아빠는 더 짓궂게 말했다.
내가 그래서 말리며 입을 막고 그러면서 아빠 팔을 투닥였는데
수치는 내가 당하였는데..
어디 애비한테 버릇없이 구냐며 어르신들께 내가 혼났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민감한 중학교 시절이라고 해서
사내아이들에게 가해진 것들이 조심스럽게 다뤄지진 않았다.
학교에서 갖가지 체벌이 난무하던 시절,
고추와 불알을 비트는 체벌도 잦았고,
털을 뽑는 체벌도 있었다.
수업은 제대로 안 하면서, 체벌이 심한 선생이 있었는데
하루는 반아이 전체를 일렬로 줄 세우고
얼마나 컸나 보자며 한명 한명 그곳을 만졌었다.
수련회라 쓰고 유사 삼청교육대, 군대유격처럼
기합주러 간다는 그 수련회 때,
평소 얄궂은 말을 자주 하던 다른 한 선생은
산에서 한껏 굴려진 애들을 마지막 코스에서
다른 반이 굴려지는 동안 오리걸음하고 잠깐 쉬는 동안,
우리반 변강쇠가 누구냐고 묻고는
지목된 애를 앞으로 불러내서 결국 강제로 벗게 했다.
얼굴이 시뻘개진 그 친구..
날 기절놀이 시키고 막 힘쓰던 애였는데
그래도 저런 일을 당한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선생은 반반 마다 반 단체사진을 찍어주면서
강제로 다들 바지와 팬티를 벗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선생 그림자도 밟지 못 하고
일진도 선생이 때리면 때리는 데로 맞던 시절이니
우리는 쭈삣쭈삣하다가 결국 또 기합을 받지 않기 위해 벗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진을 개개별로 인화해서 주진 않았는데
그 선생은 개인 소장을 했던 것일까...
내 너댓살 터울 아래 친구들은 저런게 없어졌었겠지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덜 해지긴 했지만
성기가학, 알몸 단체 기합 등
남학생 청소년들에게는 여전히 뜨악한 일들이 벌어지고 자행되고있었다 한다.
우리 때는 형들과 달리 기술 과목만 배운게 아니라
남중학교도 가정 과목을 배웠다. （결국 과목 수가 늘어난 셈）
국민학교 때는 가정 시간에 실제로 요리 실습도 하고 했는데
중학교 때는 다른 과목이 그렇듯 교과서로만 했다.
가정 과목에는 성교육도 포함 되어 있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인가,
어느날, 여자애들만 1시간 정도였나 성교육을 받고,
남자애들은 교실에서 쫓겨나 그 시간동안 축구를 할 애들은 축구를 하고,
나처럼 공놀이 싫어하던 애들은 화단에서 꽃이나 풀들이나 보고
개미나 보면서 배회했던 기억이 있는데,
차별도 차별이거니와..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 절반을 방치한 셈이네..
어쨌든 그 중학교에서 가정 교과서로 이뤄지는 성교육에서
2차성징을 배우고,
사춘기 1318 시기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주변인'이라고 배웠다.
아, 우리는 어디에 속하지 못 한 겉도는 주변인이다?
21세기가 된 요즘은 교과서에 청소년더러 '주변인'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 모든 나이에 다 자기자신이 주인되고, 주체성이 있는데
'주변인'이라니.. 시험쳐야해서 그렇게 외우긴 했지만 이상하긴 했다.
그리고 또 이해가 안 된 점,
2차 성징을 여자는 부끄러워 하고, 남자는 과시하기를 좋아한다며
너희는 과시하고 으스대기를 좋아한다는 선생의 설명이었다.
아저씨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알친구끼리 뭣도 하고 뭣도 하고
서로 막 보여주면서 크기도 재고, 같이 용두질도 하고 했다는데
우리 또래 때는 그런게 잘 없었다.
그렇게 과시하고 겨루는 애들도 아예 하나도 없진 않았겠지만 난 본 적이 없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은 부끄러워 하고 쑥쓰러워 했다.
막 자기 것을 보여주고 하는 아이는 없었다.
내심 나는 다른 아이들이나 형들의 그곳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 어떤지 궁금해서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대놓고 서로 까보이는 것은 도저히 엄두를 못 낼 일이지 않은가.
사내아이에 대한 편견이 참 많은 시절이었다.
나처럼 2차 성징 전후로
수치스러워서 목욕탕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고...
옛날보다 숫기가 없는 우리 또래더러
사내새끼들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어따 쓰냐, 군생활은 하겠냐 잔소리가 돌아오곤 했다.
중학교 운동회에서
우리 반이 부진해서, 응원점수라도 따자며
실장이 응원을 하자고 독려했다.
그런데 심사하는 선생들 눈에 띄어야 한다며
웃통을 전부 까고 응원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부끄러워서 쭈삣거리는 애들 반이 넘고,
남자가 웃통 정도 가지고 뭐 어떠냐 하며 쉬이 벗는 애들도 있었다.
절반 정도는 머뭇거리며 웃통을 벗은 뒤
팔을 접어 꼭지를 가리고서 팔을 반만 올려 흔들었다.
그러자 실장이 사내 새끼들이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냐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대부분 애들은 꼭지도 부끄럽고,
팔을 들고 흔들며 응원하기에는 털이 갓난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것도 많이 부끄러워 했다.
실장처럼 남자 답지 못 하다고 반애들을 다그치는 애들은
고추를 떼라느니 어쩌니 하며 실장과 함께 투덜거렸다.
우리 또래는 우리 윗 세대와 그렇게 달랐다.
교과서 속에 과시하는 청소년보다 쑥쓰러움 많은 청소년이 더 많았다.
나는 그 정도가 심해서 포경수술 한 즈음이었던 10살 이후에는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싫어서
가지 않겟다 버티다 개처럼 방 여기저기 질질 끌려다니며 뚜들겨 맞은 적도 있다.
그뒤로 난 20대 초반까지도 아버지에게 내 몸을 보여주지 않았다.
위의 운동회 응원 이야기처럼
우리 또래 중에 그 실장과 몇몇 애들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다.
졸업 후 30대가 되었을 때 만난 한 친구와 얘기하다가
청소년시기 목욕탕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는 참 옛날 남자 같은 말을 하더라..
'아버지들이 변한 아들 몸 보고 싶어하는게 당연한 낙（樂）인데
당연히 보여드려야지 그걸 왜 안 보여드렸냐'며 나더러 '불효자'라고 하더라.. 흠..
나는 어릴 때부터 집 바깥은 위험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사다니며 살던 동네에 불이 나거나, 철도 사고가 나거나,
교통사고가 잦거나 몇몇 큰 사고를 목격했기에
집밖은 위험하고 큰일 날 수 있다고 딱, 인（도장）이 박혀 있었다.
밖에서 놀기 싫어하고, 집안에서만 놀려고 하고
뛰거나 힘쓰거나 하는 것을 싫어하고
책읽기,그림그리기,인형놀이 같은 걸 좋아하던 나.
그런 나에게 형들이나 아지아（아재비,삼촌오촌）들, 선생님들,
심지어 처음보는 어른들도 군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넌 운동도 싫어하고 이렇게 약해서 어쩌냐
남자는 알통도 나와야 하고, 공도 잘 다뤄야 하는데,
군대가서 우짤라고 그러냐
바보상자로 불리던 티비에 나오는 군인들을 보면
사람으로 취급을 받지 못 하고 막 굴려지고,
명령 한 마디에 수십명, 수백명이 빨개벗어야 하고,
그런 걸 보면서 참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전투경찰로 군복무하고 온 사촌 형이
눈매가 바뀌고, 전과 다르게 거칠어지고 욕을 많이 하거나,
해병대 다녀온 형들이 보여주는 모습 등
십 몇년 뒤 니가 군대갈 나이 즈음에는 통일 할 수도 있겠지 하던 어른들
하지만 어림도 없지, 통일은 쉽지 않았지.
나도 군대를 갔다.
세월이 흐른 만큼
듣고 보던 민무늬 군복 시절보다는 순한 맛이었다.
무지막지하고 치욕스러운 신검도
꽤 젠틀하게 바뀌어서 옛날 듣던 것과 달랐고,
기간도 2년 2개월로 대폭 줄었고,
매일 뚜드려 맞는게 일이었던 시절과 달리,
폭력도 많이 사라져서 하이바로 머리를 내려치거나, 쪼인트 까이거나 정도만 간혹 있을 뿐이었다.
지레 각오했던 것보다 덜 해서,
평생 겪은 가정폭력보다 덜 해서,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체벌보다 덜 해서 견딜만 했다.
신체폭력이 사라진 만큼 언어폭력은 대놓고 많아서 그게 좀 짜증나고 성가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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