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웃자 간 IQ 관련 글을 보고, 나도 그간 살면서 느낀 점들을 한번 얘기해보고 싶어지더라. 지루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었던 썰을 풀어보고 싶어서 써본다. 이하 음슴으로 말함.

먼저 나는 중2때 엄빠 손에 이끌려 유명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았음. 먼저 로르샤흐 검사부터 받고 （대칭 그림으로 검사하는 그거） 이후로는 계속 숫자, 도형, 그림 등등으로 이루어진 퀴즈 같은 걸 풀었음. 처음엔 긴장 좀 하다가 중반부터는 너무 재밌어서 완전 몰입하게 됐는데, 검사해 주는 쌤이 '빨리 풀었네', '좋아요' 등등 추임새를 샥샥 넣어줘서 더욱 신나게 했던 기억이 있음. 검사 끝나고는 뇌파 검사도 받았는데, 뇌 활성도를 보는거라고 했음.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할 필요는 없는데 끼워팔기 한 게 아닌가 싶음 ㅋㅋ

그리고 며칠 뒤였나 원장쌤한테 결과 상담을 받았음. 정확한 점수는 기억이 안 나는데 백삼십몇 이렇게 얘기했던 것, 그리고 원장쌤이 설레발로 엄빠한테 명문대 블라블라 하면서 뽕 넣었던 게 기억남. 그리고 기분이 매우 좋아진 엄빠는 저녁으로 소고기를 사줌... ㅋㅋㅋ

사실 머리가 좀 트인 사람들은 자기가 남들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걸 알아챌 수밖에 없음. 특히 일반고를 다닌다는 가정 하에 고등학교 때까지는 지적 발달과 학업 성취 면에서 주변 친구들과 눈에 띄는 차이가 남. 특히 인풋 대비 아웃풋 차이가 많이 나는데, 소위 놀면서 성적 잘 나오는 케이스가 대표적인 것 같음.

이때 내가 많이 느낀 건, 나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들이 친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거임. 예를 들어 난 수능 언어 영역 보던 세대인데, 비문학 지문 같은 경우 '당연히' 정답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보여서 찍으면 그게 답이었음. 또 주변의 인정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일례로 학교/ 학원 수학쌤들이 나를 엄청 예뻐하고, 본인들 없을 때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라고 함.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 내가 머리가 좋긴 하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자각하게 되고, 학업에 자신감이 붙게 됨.

이렇게 남들과 다르다는 걸 자각한다고 해서 웃자 간 글처럼 외롭지는 않았음. 그 사람은 140을 넘는 찐 고지능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오히려 나는 공부는 못해도 나랑 성격이 잘 맞는 애들이랑 놀러 다니기 바쁨. 학교 성적을 내는데 인풋 시간이 별로 안 필요하니까 오히려 더 놀았던 것 같음.

하지만 이것도 딱 고등학교 때까지였음. 대학교 입학 후부터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고, 학업에도 절대적 인풋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됨. 일단 교수님들이 넘사벽이라 "웩슬러 130, 본인 등장" 이딴 건 아무 의미가 없음. 특히 대학원생인 지금, 몇몇 교수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만인지상의 존재처럼 느껴짐. 그들 앞에선 한낯 미물일 뿐...

주저리주저리 써봤는데, 웃대에 130 이상인 사람도 엄청 많은 것 같고, 찐 고지능자들을 보면서 내 한계를 실감한 적도 수두룩하며, 지능보다는 노력의 아웃풋이 더 좋은 경우를 많이 봤기에 젠체하려는 의도는 없음. 그냥 배설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줘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