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버지도 장애인이십니다.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5살때 자동차에 치여서 발가락이 뭉개져

다리를 조금 절으십니다.

등록이 안되어있는 장애인이라 뭐 국가에서 나온다는 보조금도 없지요.

아니 그것을 받는 것을 오히려 수치로 아세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서울대 법대에 가는것이 꿈이라셨어요. 훌륭한 법관이 되는 것이 꿈이라셨죠.

고1때 할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렸다가 혼이 나셨대요..

형제가 많으니 강원대에 가라 - 저희집이 춘천이거든요 -

그뒤로 많이 빗나가 폭력써클에 가담하고 -웃음 ; -

몰매를 맞은적이 있는데 그 새끼들 죽인다고 가방에 도끼들고 다니다가

할아버지께 걸려 죽도록 혼이나셨대요 ㅋ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이 다 뭘 공부하더래요.

뭐냐 물으니 환경고시라고 이거 붙으면 참 좋다고.

- 그때 환경청이 처음 생기면서.. 5급 공무원 대우를 해줬다네요

행시 붙은 수준이죠.-

그래서 공부를 하고 합격했대요. 강원도에서 3명 붙었는데

그중에 한명이 아버지였대요. 3개월간 저의 어머니도 만나지 않으시고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셨대요. 나중에 아버지가 공부를 하며 기대었던 벽에

까맣게 떼가 껴있더래요. 결국은 그 두꺼운 책 3권을 몽땅 다외우고

당당히 합격하신거죠.

그래서 서울에 올라갔는데.. 아버지가 다리 절으시는것을 보고

당담관이 한다는 말이..

"당신은 안돼겠소. 내려가시오." -공무원 결격사유인지 뭔지에 걸린다고...

...그래서 이 쓰레기 같은 나라에 안산다고..

택하신곳이 사우디 아라비아였습니다.


（원래의 꿈은 시인이시라고 하셨어요. 실재로 잡지를 통해 등단도 하셨죠.）


대학을 졸업할때가 됐는데.. 교수가 학교에 남으라고 그러더래요

교수시켜준다고. 그 말을 한마디로 거절하셨답니다.

"펜을 꺾었습니다. 부자가 되고싶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 만큼 돈을 펑펑 벌고 싶습니다."


그뒤 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니와 결혼하셨습니다.

20대의 전부를 사우디 아라비아에 나가서 공장에서 일하시며

30살이되어 돈을 모아와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아버지를 맞이 한 것은 5개월이 된 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뭘할까 하다가 춘천에 내려와 철물점을 차리고

지금은 꽤 성공한 자산가이며 사장님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얘기를 들으며 저는 아버지께 약속했습니다.

제가 아버지 대신 성공할께요.

돈을 많이 벌어.. 아버지 호강시켜드릴께요.



저희 아버지는 참 미남이시라 젊었을때의 사진을 보여주면

반 친구들이 막 좋아하고 그랬죠. 웃음

저는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못하고 2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는 어느날

아버지의 앨범을 뒤지던중 .. 고등학교 시절의 아버지가 저의 눈길을 잡았죠.

저와 비슷한 나이였을 아버지.

아마 바닷가로 수학여행을 갔는지..

모래 사장위에서.. 친구들은 모두 족구를 하는데

아버지는 모래사장위에 그냥 앉아 계셨습니다.

.....

얼마나 많이 참으셨을까.

하고 싶은 것들 못하고 얼마나 참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더라구요 ...




-저는 사실 사춘기때 아버지와 많이 부딫혔거든요. 고집쟁이에

독재자와 같은 성격이 비슷해.. 자기 의견이 옳다고만 서로 고집했었죠.

그러니 많이 싸울 수 밖에요 ㅋ -


뭐랄까..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고난과 슬픔이

저절로 느껴지던 .. 아버지가 18세였을 때의 사진.

아버지께 달려가 어리광이라도 피우고 싶게 하는 그 사진.

아버지를 정말 사랑합니다. 또 존경합니다.




힘들게 살아오신 50여년이지만

그러나.. 아버지는 당당하십니다.

아버지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그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땅의 많은 장애인분들.. 힘내세요. 라는 말을 덧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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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웃자에 간다면 저의 아버지 사진을 올리도록 할게요 ㅋ

지금은 컴퓨터에 사진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