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첫 회사가 무너졌어. 대학 동기와 하하호호 즐겁게 일하던 곳이었는데 비전은 없던 곳이라 시원섭섭했지.

그 후 1년 반을 디자인 학원도 다니면서 백수생활을 즐겼어. 나름 우수학생으로도 뽑혀봤고 자격증도 한번에 따서 엄청 자신만만하고 활달한 나였어. 다들 잘 한다고 해주니까 들떴었나봐. 그렇게 취업하고, 실무는 전혀 다르다는 걸 느낀 게 3일이야. 적응 못하고 도망치면서 빠르게 자존감이 깎이고 우울감이 늘기 시작했어.

지금은 교육업계 고객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는데 이것도 못할 짓이더라고. 학원에서 일해봤어서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터무니 없는 고객들이 있어서 정신적 데미지가 엄청나더라.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또 있어서 조금만 실수해도 나를 엄청나게 깎아내리는데, 정도가 심해져서 불면증과 공황, 불안이 같이 오기 시작했어.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여기도 올해까지만 다닐 계획이야.

생각을 정말 많이 해봤는데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옛날의 밝고 명랑하고 활기찼던 나 말야. 지금은 껍데기만 밝고 속은 뭉게진 것 같아. 그래서 일을 그만 두게 되면 공방 같은 곳에 가서 뭘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마음껏 읽고, 다시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내가 좋아했던 걸 해보려고 해. 평생 못가봤던 여행도 가볼거야. 혼자서 무언갈 직접 해보고 성취해보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거든. 이 망할놈의 우울감이랑 의존증, 불안증은 날려보내고 말야.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어. 그만 불안하고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 세상사 아무것도 아닌데 말야. 아직도 새벽에 혼자 울 때면 너무 무섭지만, 힘내봐야지. 나 잘 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