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얽힌 실을 보는 예언사가 있었습니다.
예언사는 속세를 끊고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예언사는 아이를 키웠습니다.
예언사가 키운 여자아이는, 어느덧 조숙한 소녀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예언사를 따라 예언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언사는 소녀를 존중했습니다.
소녀는 열심히 예언사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얀 산 아랫마을에 기차가 오는 날, 땅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림자는 자신의 몸을 뜯어내어 세상에 흩뿌렸습니다.
그림자의 살갖에 닿은 사람들은 모두 물처럼 녹아 죽어갔습니다.

예언사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언사는 소녀를 자신이 묶어두었던 '겨울'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겨울 앞에서 소녀가 물었습니다.
"안녕 겨울아, 네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니?"
인간을 믿길 거부한 겨울은, 소녀의 따스함마저 녹여버릴 따스함에 반했습니다.
언젠가 성장한 소녀가 겨울을 녹여버리리라 믿으며 겨울은 답했습니다.

"나는 '지마'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