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캐로 글 쓰기에는 무서워서 부캐로 글 써요. 두서가 없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작년 일이었습니다. 전 우울증이 심해서 대자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판단력도 정신력도 많이 흐려진 상태였구요.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저는 그러한 말들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말뿐인 위선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걱정이 된다며 밥 한끼 사주며 위로해주겠다는 덧글을 보게됬습니다. （그 사람을 편의상 a라고 부르겠습니다.）
밥 한끼 사주겠다며 직접 만나자는 말을 보았을 때 전 정말 진심이 담긴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는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 줄 모르고 '웃대인'이라면 다 착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전 자존감이 매우 낮았고 의지할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a를 만난 당일 a는 저에게 못 생기지 않았고 이쁘다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a는 저와 사귀고 싶다고 하였고 저 또한 너무 철이 없고 멍청해서 덥석 알았다고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외롭기도 하고 호기심에 상호합의하에 잠자리를 가졌습니다.
상호합의하에 잠자리를 가진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는 잠자리를 가지고 난 뒤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정말 철썩같이 사귀는 줄 알고 몸을 내어줬는데 잠자리를 가지고 난 뒤 헤어지고 집에 와서 카톡을 보니 헤어지자는 답이 와있었습니다.
저는 어찌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저 잠자리를 갖고난 뒤 헤어지자는 사람을 잡을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이별을 받아드렸습니다.
전 소위 '먹고 버려졌다'는 행동을 제가 살면서 직접 겪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잘못한게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말할 곳도 없이 저는 끙끙댔습니다.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 잠자리를 갖고 버릴 생각을 했더라면 전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을겁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한테 그러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그때 당시 a는 팔 한쪽에 깁스를 해서 제대로 잠자리를 가지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잠자리는 아무렇지 않게 가지더군요.
전 몸도 마음도 모두 피폐해졌습니다. 잠자리를 하는동안 깁스한 팔에서는 똥냄새가 났고 자기가 만족하면 그만인 조루였지만 저는 배려하느라 힘들거나 싫은 내색 한번을 안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사귀는줄 알고 했던 제 배려와는 달리 집에 오니 헤어지자는 말이었습니다.
그 이후 제 우울증은 더욱더 심각해졌고 이후 손목 자해도 하고 청산가리도 살 뻔 했지만 끝을 보았다면 지금 이러한 글을 쓸 수 없었겠지요.
몸이 온전하지도 못하면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먹고 버린 a를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모든 남자를 일반화하면 안되지만 전 지금도 우울증이 진행중이고 남자혐오증을 지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끝으로 모든 웃대인들에게 （특히 여웃대인에게） 모르는 사람을 1대1로 만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은 저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6
18,454
샌즈빠순이
추천
베스트1
베스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