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열기는 설까지 이어졌다.
풍류(風流)라는 물감이 도화지 위에 번져나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고기와 맥주로 열량을 채운 장정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망치를 들고 무너진 민가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스테들러 펜으로 반듯하게 그어낸 오토반과 병영의 설계도. 분대장급으로 임명된 자들은 그 기하학적인 도면을 받아 들더니, 산세에 맞게 알아서 공사를 진행했다.
산청 관아 뒤편의 대장간에서는 연일 매캐한 쇳물이 끓어올랐다. 사토루와 조선의 장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도라군(道羅軍)'을 위한 마우저 권총 복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거대한 톱니바퀴가 마침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산청 현감의 자리는 지독하게 고독하고 무거웠다.
"이 빌어먹을 행정 업무라니."
나는 관장실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며 미간을 짚었다.
고을의 머리가 된다는 것은 치안, 농사, 보급, 그리고 조정에 바칠 장계(狀啓) 작성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