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탁자 위에 놓인 찻잔 속의 물이 미세한 파문을 그리며 흔들렸다.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의 깊은 곳, 지각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오는 묵직한 베이스 드럼의 울림이었다.
쿵, 쿵, 쿵.
북장대 마루가 규칙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읽고 있던 병서(兵書)를 내려놓고 성벽 난간으로 다가갔다. 새벽의 푸른 안개가 진주 남강을 휘감고 있었다. 시야는 불투명한 수채화처럼 흐릿했다. 하지만 그 안개 너머에서 다가오는 ‘압도적인 질량감’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야? 지진인가?”
성벽 위 병사들의 동공이 찢어질 듯 확장되었다. 안개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자, 드러난 것은 말이 아니었다.
회색빛 바위 산. 아니, 살아 움직이는 성채.
긴 코를 뱀처럼 휘두르고, 창처럼 휜 상아를 앞세운 거수(巨獸)들. 그 널찍한 등 위에는 화려한 망루를 얹은 채,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남강의 얕은 여울을 건너오고 있었다.
“코...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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