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튼다.
평범한 새벽빛이 아니었다. 동쪽 하늘에서 뻗어 나온 붉은 햇살이 진주성을 둥글게 휘감은 누런 독연(毒煙)의 장막과 부딪히며, 하늘과 땅 전체를 핏빛과 유황색이 뒤섞인 기괴한 마블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전생의 서부 전선, 포화와 가스로 뒤덮였던 이프르(Ypres)의 새벽이 이토록 아름답고도 끔찍했을까.
성벽 위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바람 소리조차 죽어버린 그 짙은 침묵을 채우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쉬익- 후우-"
"쉬익- 후우-“
5천 개의 고무 정화통이 일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기계적인 호흡 소리. 그것은 거대한 강철 공장의 엔진 소리 같기도 했고, 심연에서 깨어난 단일한 괴수의 숨소리 같기도 했다. 하얀 광목천에 삐뚤어진 검은 태극 완장을 두른 군상들이, 얼굴에는 코가 길게 늘어진 회색빛 방독면을 뒤집어쓴 채 성가퀴 너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조차 우리를 도왔다. 남풍이 불면서 독연을 왜놈들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태극이 그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