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버튼이 핏빛으로 불길하게 점멸하더니, 이내 재처럼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칠흑 같은 심연 속에서 거대하고 기괴한 눈동자 하나가 번쩍 뜨였다. 핏발이 선 그 압도적인 동공이 나의 영혼을 꿰뚫어 보듯 응시하더니, 쩍 벌린 어둠의 아가리가 나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사명대사를 처음 마주쳤을 때 그 환상이다.
시공간이 붕괴하는 끔찍한 이명(耳鳴). 뇌수를 직접 타격하는 듯한 파편화된 환상들이 거친 숨결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망막에 맺힌 것은, 이젤 앞에 앉아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창백한 청년의 얼굴이었다.
그의 화폭 위에는 오직 차갑고 웅장한 건축물만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온기가 깃든 인간의 모습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잿빛 풍경의 한구석에 유일하게 색채를 띠고 자리 잡은 풋풋한 첫사랑, 스테파니 라바치(Stefanie Rabatsch)가 보였다.
그녀를 위해 밤새 낭만적인 시를 쓰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그림을 수없이 그렸다. 하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