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山淸)의 텅 빈 캔버스 위로, 가장 먼저 흩뿌린 물감은 ‘냄새’였다.
관아 마당을 가득 채운 수십 개의 무쇠 솥단지.
그 안에서는 순무마켓에서 긁어모은 통조림 햄과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베이크드 빈스와 조선의 묵은지가 엉겨 붙어 시뻘건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돼지기름과 맵고 짠 향신료가 뒤섞인, 폭력적일 만큼 강렬한 냄새.
이 지독한 열량의 향기는 굶주린 백성들을 불러 모으는 가장 완벽하고도 원초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였다.
지리산 깊은 곳에 숨어 마른 뿌리를 씹던 화전민들. 진주성으로 피신했다가 소문을 듣고 산을 넘어온 유민들. 산청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던 군상들이, 부대찌개의 냄새가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태극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석고상 같았던 피사체들의 뺨에 붉은 핏기가 돌았다.
나는 성루에 기대어 그 역동적인 군중의 밀도를 눈대중으로 계산했다.
'얼추 1,200명.'
남자는 절반. 그중 당장 총창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