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설명 - 필자가 근무했던 부대는 여단급 의무대로 여단의 모든 환자（의무반에 파견가있어야 할 군의관들이 전부 의무대에서 근무함）와 옆 사단의 환자 일부를 모두 커버하는 부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했음. 기본적으로 의무병 숫자도 적은지라 환자에 비해서 늘 일손이 부족했던 부대였음.

 부식차 운전병, 장군차 운전병과 함께 운전병 3대 꿀보직으로 분류되는 앰뷸런스 운전병. 군대 컨텐츠를 주로 다루는 모 유튜버가 앰뷸런스 운전병의 사연을 본인 채널에서 소개하는 영상을 군대에서 봤는데, 정말 부대마다 차이가 크다고 느꼈음. 군의관도 없는 자그마한 의무반에 딸린 운전병부터 국군병원 운전병까지. 모든 보직이 그렇듯 앰뷸런스 운전병도 부대마다 편차가 굉장히 큼. 내가 그 모든 운전병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경험해본 입장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응급대기 운전병이 어땠는지를 웃대인들과 공유하고자 함. 원래 징징거리는게 심하니 '이 새끼 꿀빨만큼 빨았으면서 왜 이렇게 징징댐?' 같은 댓글은 자제해줘잉~ 원래 자기 군생활이 제일 힘든 법 아니겠음?

응급대기 운전병은 정말 개꿀인가?

 ① 개꿀이라 칭송받는 이유

 일단 나는 확실히 대한민국 국군 평균보다는 편한 군생활을 하긴했음. 알보병으로 가서 맨날 군장들고 뛰어댕기거나, 공병으로 가서 공구리 치는기술 배운건 아니니까.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상상초월의 꿀보직은 아니었음. 

 사람들이 응급대기 운전병을 개꿀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내가 봤을때 

 하나. 근무에 들어가지 않음

 둘. 휴가를 많이 받음

 삼. 일과를 보지 않거나 작업에서 자유로움

 넷. 운행이 거의 없음

 이정도로 추려지지 않을까 싶음. 그런데 이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부대마다 편차가 존나게 큼. 

 ② 응급대기 운전병 그거 경계근무도 안들어가고 개꿀 아니냐?

 응급대기 운전병이 되는 순간 일반적인 경계근무에서 제외가 됨. 문제는 응급대기 운전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임. 수송관 스타일에 따라 대충 짬차면 A급 운전병으로 올려주고 앰뷸런스 몰게하는 수송관도 있는 반면, 내가 있던 부대의 수송관은 정말 꼼꼼한 스타일이었음. 난 6개월동안 ㅈㄴ 빡세게 연습해서 A급 운전병이 될 수 있었는데 A급이 되기 전까지는 얄짤없이 모든 경계근무 다 들어감.

 나는 개인적으로 응급대기 운전병이 경계근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조금 다른 형태의 경계근무를 선다는 표현을 선호했었음. 환자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고 항상 긴장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 경계근무는 정확히 시간표라도 나와있지 응급대기 운전병은 그딴거 없음. 여튼 이런 상황이니 조금만 이쁘게 봐줬으면 좋겠음.

 ③ 응급대기 운전병 그거 휴가 개 많이 받지 않냐?

 이건 말그대로 부대 바이 부대임. 우리 부대는 휴가가 적은걸로 유명했음. 전투병과는 조금 더 많이 받기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휴가가 많이 적었음. 나는 응급대기 운전병으로 분기에 1일 받았고, 부대에서 코로나가 심해져서 운행이 급증했을 때는 분기에 2일 받았음. 운행 많이 나간다고 많이 받는거 아니고 고정임. 운전병 운행 거리에 따라 주는 휴가는 1000 km 당 하루였는데 5000 km가 최대여서 군생활하면서 운전으로 받은 휴가는 한 12일에서 13일 쯤 됐음. 개인적으로 업무 강도에 비해서 좀 많이 적다고 생각했음. 다른 부대 응급대기 운전병 이야기 들어보니까 거의 뭐 휴가를 쓸어모으는 곳도 있기는 하던데 우리는 아니었음.

 ④ 응급대기 운전병 일과 시간에 생활관에서 놀고 먹지 않음?

 

 우리 부대는 응급대기 운전병이 두명이서 교대로 돌아갔었음. 선임이 전역하고 난 후에는 나 혼자서 근무했고. 하루씩 교대로 근무를 했는데 그날 응급대기가 아닌 운전병은 보통 수송부로 내려가서 다른 운전병들과 똑같은 일과를 보고 작업을 돕거나, 사격이나 체력 측정 의무지원을 나감（빈도가 굉장히 잦음）. 응급대기 운전병은 의무대에서 대기하며 의무병의 일과를 도왔음. 운전병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이 부족했음. 나는 약제실, 원무과, 간단한 전화응대 정도의 업무를 익혀서 일과를 봤음. 의무병 일과 별거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노동이 생각보다 심하더라. 전화로 소리지르는 간부부터 진료 안보고 파스 가져가려는 간부, 약 늦게 나온다고 ㅈㄹ하는 간부, 기타 등등 간부. 주로 간부가 많이 속썩임. 내 입장에서는 다른 병사들 일과시간에 나도 일과보고 다른 사람들 쉴시간에 불려다니는게 ㅈㄴ 억울했었음.

 ⑤ 환자 별로 없어서 운행 거의 없지 않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님. 일주일에 최소, 정말 최소 두 번은 나간다고 생각하면됨. 우리 부대는 당직 사관들이 조금만 애가 아파도 병원으로 보내야된다고 난리를 쳐서 거의 매일 불려다녔음. 가보면 머리가 아파서 타이레놀 받으러 온 애들이 병원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임. 물론 나도 조금이라도 아프면 진료를 봐야한다는 입장이어서 크게 뭐라 한적은 없지만, 운행은 늘 있었다고 봐야 됨.

 ⑥ 응급대기라고 해봤자 운전병 ㅈㄴ 느긋하게 올라오던데?

 사람마다 다름. 나는 항상 응급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올라감. 가끔 당지계통에서 전파를 똑바로 안해서 늦게 올라간 적은 있어도 환자 상태를 모르는 경우에는 바로 뛰어감.

 ⑦ 환자는 주로 언제 발생하는가.

 진짜 이상한게 보통 일과시간에 몸이 아프면 일과시간에 의무대를 방문하면 되잖슴? 그런데 대부분의 용사들이 일과시간에 아파도 꼭 개인정비 시간이나 취침시간에 의무대를 방문함.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짬찌들은 일과시간에 의무대 가겠다고 하면 이미지가 안좋게 박히는걸 걱정하는게 아닐까 싶음. 그러다 일과 끝나고 당직 사관한테 말하면 당직사관은 애 잘못되면 안되니까 무조건 의무대로 보내는 매커니즘이지 않을까 싶음. 실제로 일과시간에 오는 환자들은 짬좀 찬 애들이 많고 이후에는 짬찌들이 많아짐.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행도 개인정비 시간이나 취침시간에 몰리게 됨.

 ⑧ 응급대기 운전병 하면서 서러운 상황

 일단 남들 일할때 같이 일하고 남들 쉴때도 일하는게 억울하긴 하지만 서럽지는 않음. 진짜 서러울 때는 정말 기본적인 것도 챙겨주지 않을때임. 식사 시간에 운행을 나가게 되서 밥을 못먹어도 부대에서 따로 챙겨주지 않음. 가끔 수송관님이 나 운행나가는거 보고 도시락 포장해놓을때 있었는데 존나 감사했음. 온수 나오는 시간에 운행나가서 찬물로 샤워하거나 사관이 감기걸린다고 씻지 말고 자라고 한 적도 있고, 취침시간 내내 운행나가 있었는데 다음날 다른 운행이 있어서 오침도 못받고 운행을 나가야 했던 경우도 있음. 사실 이런 경우가 엄청 흔하게 있음. 부대 안에서 코로나 이슈로 시끄러웠던 두 달동안은 오침을 한 번도 보장받지 못했던 적도 있음. 이렇듯 먹는거 자는거 씻는거 보장 안해줄때가 진짜 ㅈㄴ 서러움. 유전병때문에 엉덩이에 종기가 굉장히 크게 나서 앉아있는게 힘든 수준이었는데 매일매일이 운행이다보니 전역할때까지 병원에 진료보러 못감. 남들 아픈거 신경써주다 내가 아픈건 치료 못받음. 배탈났을 때 응급대기 운전병 불려서 운행나가다 바지에 똥쌌을때도 서러웠음. 그날 당직서는 후임 붙잡고 신세한탄함.

 ⑨ 마치며

 응급대기 운전병에 대한 오해를 풀고 조금이라도 이해를 돕기위해 쓴 글인데 결국 마지막에 징징대다 끝난것 같아 아쉬움. 마음같아서는 내가 본 가장 심각했던 환자, 응급환자 옮기느라 신호위반했는데 논산경찰서에서 딱지 날아온 일, 여단의 좆같은 일처리때문에 환자 뇌사 올뻔했던 썰... 풀게 많지만 재미도 없는 글이 충분히 길어져서 이만 써야겠당 ㅎㅎ 혹시 추가로 궁금한 점 댓글로 달아주면 답글 달아줌. 그럼 빠이빠이빠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