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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사람들의 쪽지와 댓글을 보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마음이 조금 복잡해져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그동안 거의 매일 라면을 먹고, 그 사진을 올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엔 장난 반, 하루하루 기록을 남겨보자는 마음 반으로 시작했죠.
그렇게 시간이 쌓이고, 어느새 제 글을 기다려주는 분들도 생기고,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여러 질문과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의 그 마음이 조금 흔들리더군요.

1. "하루 빠졌으면 다시 1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처음부터 매일 올렸다면 이제 3000일쯤 됐을 겁니다.
그 사이엔 삶이 있었고, 일도 있었고, 솔직히 그냥 귀찮은 날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 시간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숫자를 이어왔습니다.
혹시 그게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미안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2. "라면 아닌 음식은 왜 올리나요?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그건 그냥, 가볍게 웃자고 올린 작은 뇌절이었습니다.
재밌는 반응도 있었고, 저 나름대로의 유쾌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안먹은 날들도 며칠 있었구요ㅎㅎ）
하지만 그게 누군가에겐 '책임감'의 문제로 느껴졌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솔직히 아직 이해가 잘 안됩니다.
그래도 그만큼 진심으로 봐주셨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댓글에 반응을 않은 것도,
점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지고,
또 어쩌면 많이 귀찮고, 솔직히 좀 지쳐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처럼 가볍게 웃고 떠들던 그 감정이,
어느새 조금은 퇴색된 것을 느꼈습니다.

요리게가 지금처럼 활발해지는 데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하지만 처음 느꼈던 그 즐거움과 티키타카의 묘미는
이제 조금 희미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잠시 멈추려 합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억지로 라면을 계속 끓이는 것보다
잠시 불을 끄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요.

지금까지 댓글 달아주시고,
쪽지로 안부 물어주시고,
또 때로는 쓴소리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라면남'은 단순한 한 그릇의 기록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늘 그렇듯, 조금 쉬었다가, 다시 배가 고파지면
그때 또 돌아오겠습니다.

P.S.
3.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웃대와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