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사가 만족스런 작품을 봐서 기쁨.
D&D:도적들의 명예는 굉장히 보편적인 왕도물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관객들이 바라는 것들을 기억해주고, 제공해줌.
단순한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엮고 복선을 만든 뒤 중요한 순간 꺼내서 "너 이거 기억하지?" 하고 속삭이는 힘이 좋음.
무의미한 서사가 없으며
（여기서 무의미한 서사란 '없어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서사'를 말함. 예를 들어, 뮤지컬 원작 영화 에서 만두 가지고 노래하는 장면이나 7번 방의 선물에서 감옥을 탈출하려고 풍선을 띄웠다가 실패하는 장면 등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적절한 결점과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음. 물론 완벽 그 자체인 인물도 있긴 한데, 그런 인물조차도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음.
물론 이렇다할 충격적인 반전요소는 없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느끼고 즐기는 까닭은 반전 때문이 아님.
반전은 서사라는 요리에 뿌리는 조미료일 뿐이지, 결고 핵심이 될 수는 없으니까.
영화 나 의 반전들이 훌륭한 까닭은 결국 튼튼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임.
반전은 서사를 흔드는 충격이기 때문에 서사가 충분히 단단하지 못한데 반전이 먼저 나타나 버리면 의 "당신의 어머니도 마사입니까?" 처럼 되어버림. （놀라운 반전이지만 반전의 충격이 관객들을 휩쓸기 전에 서사가 먼저 박살나버리기 때문에 깊게 몰입하지 못한 관객들은 반전을 느끼기는커녕 의아해할 수도 있음）
요약하자면 복잡한 메시지나 반전, 새로움에 치중하는 대신 다소 보편적이지만 실패하지 않는 서사를 열심히 다진 멋진 영화임.
이전에 어디서 들었던 "1000가지 발차기를 한 사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발차기를 1000번 한 사람은 두렵다."라는 말이 생각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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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울음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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