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친구들 안녕.
맨날 웃대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요즘 주식 글이 많이 올라오는거 같은데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 3년만에 처음 가입하고 글을 써봐. 여기다 글 쓰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네. 아이디도 뭘로 지을지 몰라서 대강 써봤는데..
나 84년생 37살인데, 이정도면 아재 취급함? 모뎀으로 초중학교때 유니텔 나우누리 이런거 하던 시절부터 인터넷 해서 그런지 나 아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30대 중반 넘어가면 아재라고 해야 되는거 같아서 주식아재라고 일단 적어봤어.
아무튼. 요즘 주식으로 돈번 친구들도 많은거 같고, 그걸로 인증글 올라오고 댓글 달리고 하는거 보다보니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거 같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직장인은 두괄식을 좋아하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할께. 평생 주식을 안할거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어. 그냥 안하면 돼. 남 부러워하다가 뛰어들면 좋은것 하나도 없어. 내가 꾸준히 일하고 공부하고 몸값 올리고 월급이든 사업이든 잘 해서 돈 많이 벌 수 있으면 그게 최고야. 주식 그거 졸래 피곤하고 머리 아파. 마이너스 나면 당연히 힘들고 플러스인 상황에서도 언제 팔아야 되는지 고민하느라고 머리 아파. 게다가 리스크도 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게 월급 200~300 받아서는 평생 가난하게 살거 같고 뭐라도 돈을 불리고 싶은데, 부동산도, 가상화폐도, 로또 맞을 운도 없는거 같아서 유일하게 남은게 주식 투자라서 주식을 해야 될거 같다, 하면, 해야돼. 그건 언제든 상관없어. 미리 경험하고 주식시장에서 굴러보고 닳아보는 경험이 꼭 필요해.
다만, 주식 초보는 절대 큰돈을 넣으면 안돼. 대출은 당연히 폭망의 지름길이야. 언제든 해도 좋다는 이유는, 미리 경험하고 깨지고 속터져봐야 어느정도 마음에 굳은 살이 배기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야. 처음 하는 주식은 100만원 이하. 많이 쳐줘도 500만원 정도야. 천만원만 되어도 하루에 1%만 오락가락해도 10만원 20만원이 들쑥날쑥 하는데, 이거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수준이 될거야. 인간은 역치가 있는 동물이라, 이러한 요동침도 여러번 보고 경험하면 좀 익숙해지고 덜 흔들릴 수 있는데, 처음엔 어려워. 그리고 지금까지 주식 안해본 친구들이라면, 최소 3년은 주식으로 큰돈 벌 생각은 버리는게 좋아. 물론 천부적인 투자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힘들어.
먼저, 주식 자랑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마디 해줄게. 주식의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잘해야 8~10% 수준이야. 물론, 세상에는 수백 수천배로 수익을낸 사람들이 있지. 삼성전자만 20년 존버해서 수십억 자산가가 되었다던가 하는 사람들 말이야. 근데, 그건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운이 좋으니까 뉴스가 되는거야. TV에 "월급 10년 모아서 1억이 되었습니다" 라는 뉴스 본적 있어? 누구나 가능하고 쉬운 길이면 뉴스거리가 아니야. 매우 "희귀한" 케이스니까 뉴스가 되는거라고. 자신이 그런 "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런 운 있는 사람은 로또를 사도 당첨이 될거야.
위에 예시로 든 삼성전자 존버한 아저씨. 대단하지. 근데 그사람이 투자를 잘 한걸까? 우량주면 그냥 오래 사서 존버하면 승리하나? 아니야. 우연히 그 아저씨가 존버하기로 마음먹은 우량주가 삼성전자였고 그게 운좋게 세계 1등 기업이 된거지. 결과와 원인이 바뀌면 안돼. 요즘 웃대글 보면 "주식투자는 장투고 존버하면 이기는거다" 라는 댓글을 자꾸 보는데,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가 그거야. 대략 맞는말인데, 정확한게 아니야.
우리나라 다른 우량주를 예를 들어보자. 포스코. 우량주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음? 2010년에 52만원 찍고 2020년 지금 30만원도 안돼. 우량주라도 10년간 존버해도 반토막나는게 주식이라고. 20년, 30년전에 우량주라고 이름높았던 기업들 중에, 지금 상장폐지된 기업도 있어. 지금 현재의 기업이 우량주라고 20년 30년 후에도 우량주일지 어떨지는 몰라. 주식은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된다고. 인텔 CPU가 세계 정복할거 같더니 AMD에 추격당하고 애플 M1 프로세서에 직격 맞아서 지금 휘청이는거 봐. 우량주가 계속 우량할지는 계속 보고 공부해야된다고. 우직하게 장기투자할게 아니고, 계속 그 기업이 뭘하는지 공부할 자세가 되어야돼.
다시 돌아가서, 주식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8%~10% 수준으로 잡아야돼. 물론 더 벌면 좋은데, 기대수익률은 낮게 잡아야돼. 안 그러면 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흔들려. 8~10% 벌려고 왜 주식하느냐고 할 사람 있을거 같은데, 그럼 하지마. 8~10%가 쉬워보이나? 단기적인 수익률은 높게 나와도 연평균 8~10% 꾸준히 낼 수 있으면 그사람은 투자의 신이야.
워렌버핏이 연평균 수익률 얼마인지 알아본 사람? 연평균 23%정도야. 미국의 고도성장기에 주식을 투자해왔고, 주식시장의 대부라고 불리는 사람의 평균 수익률이 그거라고. 물론 이 사람도 벌때는 크게 벌고, 잃을땐 잃어서, 평균 수익률이 저정도 났겠지. 버핏은 몇백퍼센트 번 주식이 없겠어?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연평균 23%라고. 그런데 나는 50~1000%수익률을 내서, 300만원으로 10억을 만들겠다? （유튜브나 주식 책 보면 이런 제목 많지?） 꿈이 너무 과한거 아니겠어? 주식시장은 환상의 이상향이 아니야. 나 먹을 한숫갈만 떠먹을 수 있어도 승리하는거라고. 보통은 한숫가락은 커녕 밥그릇만 털리는 야생이지. .
누누히 말하지만 주식시장은 연간 10% 벌면 잘하는거야. 잊지 마. 그 이상 수익낼 수 있는 주식? 있지. 하지만 10% 이상 벌 수 있는 종목은, 반대로 10% 이상 하락할수도 있는 주식이야. 하이 리턴에는 언제나 하이 리스크가 따라붙지. 요즘이야 삼성전자같은 대형주도 팍팍 오르는 유래없는 호황/버블 시즌이지만, 원래 대형주는 하루에 3% 오르면 상한가 맞은 기분이야. 그만큼 변동성이 작고, 적게 벌지만 적게 잃지. 물론 장기적 하락 추세는 못 버티지만, 하루만에 10%~20%씩 빠지는 일은 어지간한 악재가 터지지 않고서는 생기지 않고, 내가 빠질지 말지 생각할 시간을 줘. 근데 하루에도 10~20% 오락가락하는 테마주들은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급등락의 현장에서 판단력과 이성을 잃고 실수한다고.
자. 그럼 결론은 뭐다? 주식은 안하고도 부자될 수 있으면 안하는게 좋다. 너무 피곤함.
그러나, 길게 생각했을때 결국 주식투자를 알긴 해야겠다면 지금이라고 하긴 해야된다.
사실 요즘 금리에 은행에 넣어서 돈이 불어나진 않고, 부동산은 목돈이 들어가고 가상화폐는 너무 투기시장같은데, 남들이 다 주식에서 돈버는거 같으니 해보고 싶다.보통 이렇게 시작하는 케이스가 많을거야. 사실 그래서 주식 시작할 수 밖에 없긴 해. 다른 투자법도 별로 없거든. 단, 절대 큰돈 넣지 말것. 처음엔 잃을 각오 하고, 목표 수익률은 10% 이하로 잡을 것. 일단 이 정도 알고 가길 바래.
추가로 좀 더 적자면........
지금 2020년은 유래없는 주식 호황기야. 코로나 때문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고, 그 돈이 주식과 부동산에 흘러들어가서 실물 경제는 망해도 자산시장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지. 주식 전문가들 이야기들 들어보면, 다들 지금 유동성 버블이라는 점에는 동의해. 기업들이 성장해서 주가가 오른게 아니라, 돈의 힘으로, 유동성으로 오른 증시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버블이 터질거라는거지. 다만, 버블 시기에 손가락만 빨고 있기엔 너무 아쉬우니, 최대한 조심하면서 버블에서 단맛 좀 보고 빠지자, 이게 요즘 분위기임.
버블이 언제까지 갈진 잘 모르겠는데, 미국이 코로나 위기 해소되고 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부양정책 고만 하고 금리 올리기 시작하는 시점. 대략 2022년쯤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어.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단지 예측이지. 2020년에 처음 주식 시작해서 돈 번 사람들은 조심해야돼. 몇십%, 몇백% 벌은 사람들은 이게 평소의 주식시장이 아니야. 이거에 맛들려서 돈 더 넣고 대출받아 넣다가 버블 꺼질때 못 빠져나오면 기대로 인생 조지는거야.
참고로 내 투자 경력도 설명해주면 좀 신빙성이 있을래나?
2006년, 전역하고 투자공부 시작. 제일 안전한 투자가 인덱스 펀드（주가지수 추종）가 좋대서 시작. 적립식 펀드 들고 꾸준히 돈 넣음. 한달에 20~30만원씩 （대학생이라 돈이 없었음） 2007년까지 꾸준히 넣고 700만원쯤 됨. 2007~2008년 리먼사태 맞음. 개별 주식 아니고 코스피가 30~40%씩 폭락. 패닉에 휘말려서 코스피 거의 최저점에서 펀드 환매하고 -300만원 손실보고 빠짐.
2009년~2010년 회복장세에서 재진입. 펀드는 손떼고 손실난게 아까워서 개별주식으로 재진입. 현대백화점, 국민은행 같은 우량주로 시작했다가 몇만원 벌음. 기분 좋음. 근데 앞서서 펀드에서 돈 잃은게 너무 아까움. 300만원만 어떻게든 회복해보고 싶었음. 데이 트레이딩 시도. 하루에 서너번씩 단타침. 잃다 말다 하면서 살살 돈 까먹음. 테마주 손대기 시작함. 상한가 따라가기도 해봄. 상한가 두방 성공해서 40% 수익률 달성하고 기분 째짐. 다음날 미수 땡겼다가 하한가 맞고 돈다까먹고 원금보전 못함. 동전주（500원 이하） 잡주 사서 변동률 즐기면서 단타치다가 상폐 맞음. 하루에도 수십번식 계좌 보고, 오르면 짜릿하고 내리면 멘탈 나가는 전형적 주식 초보였음.
애초에 투자금 얼마 안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200만원 손실보고 휴식. 그 후에 계속 주식 공부하고 자잘한거 몇몇개 사면서 소소하게 수익 냈지만 원금이 얼마 안되고, 앞서서 -500만원 낸게 너무 커서 회복하기가 힘듬. 이후 결혼 준비하고 전세자금 준비하느라 주식에 손 못댐. 결혼하고 전세 대출까지 받느라 투자는 언감생심. 하지만 주식시장은 계속 보고 있었음.
전세대출 다 갚고 2017년부터 남는 월급 계속 투자함. 내내 그래도 10년 넘게 주식시장 보고 관찰한 덕인지 이제 평가액 마이너스 천만원이 나도 내가 투자한 주식에 대한 믿음으로 버틸 수 있는 심정 안정을 얻음 （그래서 초반에 박살나가면서 주식시장에서 미리 굴러보라는 이야기임） 2018,2019 전체적으로 평균 3~5% 수익률로 그냥 버티다가 2020년에 호황기에 최초로 종합 수익 30% 달성함. 지금까지 10년넘게 주식시장 지켜보고 자잘하게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이렇게 좋은 주식 장은 처음 봄.
아재가 된게 맞긴 한가보다. 쓰다보니까 말이 길어지네. 아무튼....... 부러워하지 말라고. 부러우면 지금부터라고 공부하고, 돈 모았다가 나중에 버블 터지고 난 후에 들어가는게 이론상 맞는거 같긴 한데, 그것도 미리 굴러본 짬밥이 있어야 잘 할테니 소액이라도 일단 뛰어들어가 보는게 좋을거 같아. 안할 수 있으면 좋고...... 잘 모르다가 괜히 목돈으로 시작하면 큰일난다....... 울 아빠 평생 주식 안해보시다가 올해 퇴직금 3억 넣었다가 1억 잃으셨다. 경험이 없으면 이 호황장에서도 작살나는 경우가 생김. ㅠㅠ. 빚 없이 하신게 그나마 다행이지. 빚이 들어가면 더 쉽게 이성과 판단력이 날아감. 돈 날려먹기 더 좋은 환경이 됨.
다시 말하지만 2020년은 진짜 보기 드문 호황장이고, 지금 부러워해봐야 의미 없음..... 지금 돈번 사람들이, 주식 버블 붕괴 전에 잘 치고 빠져나가야 승리임. 주식은 실현하기 전까지 수익은 무의미하다. 지금 주식 올랐다고 팔기도 전에 그냥 들고 있는 상태에서 차사고 술먹고 돈 펑펑 쓰다가, 버블 꺼지고 주식 폭락하면 손실이 두배가 된다. 진짜 승자가 누가 될지는 이 축제가 끝나야 알 수 있어.. 난 너무 무섭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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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16
주식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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